brunch

매거진 리뷰살롱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니힐 Aug 15. 2020

[드라마] 메리대구공방전(2007) : 반짝이는 청춘

고동선 연출/ 김인영 작가 / 이하나 지현우 출연

예전에 정말 재밌게 봤던 드라마다. 최근에 다시 봤는데도 너무 재밌었다. 좋아하는 작가와 좋아하는 배우의 합이란 이런 것. 취준생의 애환을 재밌고도 꿋꿋하게 담아낸 거 같다. 무겁지 않게 재밌고 유쾌하게 풀어서 좋았다. 특별히 이하나의 웃픈 연기가 일품.


꿈이라는 원동력
자신의 꿈을 알고, 원하는 바를 분명히 아는 자는 행복한 사람 아닌가. 지금 당장 꿈을 이루지 못하더라도 꿈을 가진 자는 그 과정을 기꺼이 감당할 수 있다. 메리와 대구처럼 말이다. 지금 비록 500원 컵라면에, 피자 쿠폰에 혈투를 벌이지만 가난함과 배고픔에 낙망하지 않는다. 더 질겨지고 단단해질 뿐이다. 다만 꿈에 닿지 못할 때, 꿈이 멀어져 갈 때 그들은 좌절한다. 돈이 있어도 안정감이 생겨도 그들의 존재에 힘이 실리지 않는다. 꿈을 향해 달려갈 때만이 반짝이는 생기를 띤다. 공원에서 노래 연습을 하는 뮤지컬 지망생 메리, 밤새 영감을 받으며 무협지를 쓰는 무명작가 대구. 실력과 결과를 떠나 꿈을 위해 노력하는 메리와 대구의 모습은 정말 행복해 보인다.

고단한 현실을 껴안는 유머
메리와 대구는 궁상맞아 보이긴 하지만 불쌍해 보이거나 안쓰러워 보이지 않는다. 전혀. 수많은 캐릭터 속에서 더 매력적으로 보이는 건 왜인가?! 허름한 셔츠, 낡아빠진 청바지, 세상 편해 보이는 리닝. 그 어느 옷보다 자유로워 보이고 빈티지의 멋스러움까지 느껴진다. 그들의 내면에는 꿈을 향한 열정과 현실을 극복할 유머가 있다. 트로트 코러스도, 슈퍼 알바도 부끄럽지 않다. 할인 행사 제품을 겟하면 승리자, 원 플러스 원은 축복, 고기 맛집 동호회에서 저렴히 먹는 식사는 그들의 낙이다. 삶이 힘들어 잠깐 흔들릴 때도 있지만 다음날 엄마의 "밥 먹어~!" 한 마디에 "네!" 하며 훌훌 털고 일어나 맛있게 밥을 먹는다. 현실은 잘 풀리지 않아도 비빔면 하나에 기뻐하며 "오른쪽으로 원, 투, 왼쪽으로 원, 투" 신나는 추임새를 넣으며 비빌 수 있는 긍정에너지. 보는 이마저 그 유쾌함에 전염된다.


메리와 대구의 공방전
만년 뮤지컬 지망생 메리와 무명 무협작가 대구는 꿈 많은 백수로 만나 티격태격 싸우고 비웃고, 공방전을 펼치다 정이 들어버린다. 서로의 순수한 꿈과 열정을 알고 누구보다 서로를 응원하게 된다. 동병상련이란 게 이런 것일까? 메리는 돈과 안정감을 줄 수 있는 학교 교사 남자 친구를 버리고, 가진 거라곤 오래된 노트북과 리닝 밖에 없는 대구를 선택한다. 동병상련을 뛰어넘어 그를 향해 마음이 꽂혀버렸다. 서로의 처지를 누구보다 잘 아니까 데이트도, 선물도 부담 없이. 함께 있는 것만으로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메리와 같았던 삶의 한 챕터
가난했지만 꿈 하나 붙잡고 살아갔던, 메리와 대구와 같았던, 내 삶의 유일한, 한 챕터가 있었다. 종종 그때 그 시절이 생각난다. 몸은 힘들고, 종종 울었지만 내 영혼은 맑고 용감했고 강인했다. 지금의 나는, 몸은 좀 편해졌고 덜 울지만, 여러 불순물이 섞여있는 밍숭맹숭한 알맹이 같다. 그때의 그 간절함과 용기가 그립다. 영혼이 행복하고 부요했던 그때가 그립다.




[유툽영상] 이하나 - 그대 혼자일 때 (메리대구공방전 ost)

혼자라 느끼나요

가끔씩은 밤새 울기도하죠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은데도

들어줄 사람 하나 없어 힘이 드나요

늦었다고 말해도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다시 시작해도 되죠

우리 함께 가요 난 여기에 살아있죠

세상이 힘들어도 내가 이렇게 그리워하면

내 맘에 작은 불꽃처럼

다시 일어설 수 있을 거라고

그대도 느끼나요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다시 시작해도 되죠

우리 함께 가요 난 여기에 살아있죠













매거진의 이전글 [영화] 더 테이블(2016) : 찰나의 리얼리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