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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니힐 Jan 25. 2021

너 때문에 웃고 우는 나날들

65일 차 우리 라클이에게 보내는 편지

라클아~ 지금 엄마품에 안겨 울다 잠든 너를 보며 글을 쓴다. 정말 많이 많이 우는 우리 라클이.. 방금 너의 우는 얼굴을 보며 기도했어. 수면교육도 하고 싶고 너도 안고 싶은데 어떤 게 너한테 좋은지 모르겠어서.. 잠시 기도하고.. 너를 안아줬어. 엄마 품이 그렇게 좋아?? 침대에서 자는 게 훨씬 편할 거 같은데 말이야. 신기하단 말이지...


아빠가 그러더라. 왜 기들은 울음으로밖에 의사표현을 못하는지.. 신생아들은 특히 배고플 때, 졸릴 때, 기저귀 갈아달라고 할 때 등등 다 울음으로 의사표현을 하잖아~ 웃거나 옹알이를 하거나 좀 더 긍정적인(?) 방식으로 의사 표현하면 좋을 거 같다고 말하더라. 나도 동의해~ 아무리 의사표현의 울음이라지만 우는 얼굴을 계속 보면 힘들 때도 있더라고.. 그래도 너와 너의 친구들은 이게 생존이고 필사적인 외침이라서.. 울거나 소리치지 않으면 안 되는 거겠지.. 그래.. 사실 엄마도 어렸을 때 엄청 울었대. 막 경기 일으키듯 울어서 외가 식구들이 놀랐다나 뭐라나. 에효. 네가 울 때마다 '아~ 내가 엄마한테 이랬겠구나.. 엄마 죄송했어요' 이렇게 고백해. 다행인 건, 그랬던 의사표현이 조금씩 달라지고 성숙해진다는 거야. 후. 우리 라클이는 언제쯤 말할 수 있을까?


그나저나 수면교육에 있어서.. 아니 양육할 땐 일관성이 중요하다고 하는데 어떤 날은 하루 종일 안고 어떤 날은 널 울리며 스스로 자게끔하고 있어. 이렇게 왔다 갔다 해도 되는 건지..ㅜ 라클아~ 그거 아니? 네가 태어난 이후로 엄마 머리는 쪼개질 거 같아. 결정장애 엄마가 널 위해 결정해야 할 사항이 한두 개가 아니거든. 날 선택의 기로에서 갈등해. 모유수유냐 분유냐, 속싸개냐 스와들업이냐, 아기침대냐 범퍼침대냐, 장난감이며, 어떤 분유를 선택하고 분유량은 얼마큼 먹일지 등등 수많은 결정 앞에서 고민하고 또 고민해. 커서야 네가 결정하고 네가 책임지겠지만 지금은 오롯이 엄마, 아빠의 몫이고 책임이니까. 과연 최선의 선택은 무엇일까 고민해. 엄마도 사람이라서 때론 욕심으로, 이기적으로 엄마 편한 대로 결정할 때도 있었어.


그런데 사실 정말 중요한 건 말야.  당장 눈앞의 어떤 선택보다 장기적으로 궁극적으로 더 중요한 게 있어. 아까 기도하는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아, 또 당장의 시답잖은 문제로 징징대고 있구나. 이런 하소연보다 더 중요한 기도제목이 있었지 참.'


매몰돼 있거나 바쁠수록 한걸음 뒤로 물러나 가장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지는 않은지 점검해봐야 하는 거 같아. 그게 참 쉽지는 않지만 잊지말자 라클아. 지금 머리를 쥐어짜며 걱정하고 있던 고민들을 잠깐 내려놓고 먼저, 그의 나라와 의를!




라클아~ 어느덧 밤이 되었네. 아까 쓰던 글을 이제야 마무리해본다. 65일 동안, 건강하고 씩씩하게 자라줘서 고마워. 조금씩 자라나고 성장하는 라클이를 보면서.. 엄마도 조금씩 배위 나가고 자라가는 거 같아. 우리 내일은 더 잘해보자. 눈이 열리고, 귀가 열리고, 입이 열리고, 이제 생각도 쑥쑥 자라날 라클아~ 네가 선하고 아름답게 성장하길 바라~♡ 엄마, 아빠도 선하고 아름답게 살도록 할게. 너에게 좋은 본보기가 됐으면 참 좋겠구나. 오늘도 엄마로 있게 해 줘서 고맙다. 사랑해~♡



엄마, 아빠는 무엇보다 네가 평온하고 행복한 사람이 되길 계속 기도하고 있어.. 불안해하지마..두려워하지마.. 널 지키고 있는 엄마, 아빠가 있어. 알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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