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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니힐 Jul 08. 2021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수면교육

신생아 패턴에 많이 놀라셨죠? 두 시간마다 수유하고, 한 시간 트림하고, 나머지 한 시간 자는. 아니 그 한 시간마저 안 잤던 저의 신생아 시절.. 저도 그러고 싶어서 그런 건 아니지만 죄송했습니다. 그땐 정말 모든 것이 낯설어서 잠도 안 자고 계속 울기만 했었네요.


자궁 아닌 이 세상 속에서 쉬이 잠들기는 너무 어려웠어요. 특히 밤이 되면 왠지 모르게 무서워져서 계속 울부짖었던 거 같습니다. 그때마다 어머니, 아버지가 번갈아가면서 저를 안고 재워주셨던 거 정말 감사하게 생각해요.


어머니는 잠을 안 자는 저의 모습을 보고 겁이 덜컥 나셨나 봐요. 잠 못 이루는 밤마다 먹구름 모양의 짙은 회색빛 오로라가 피어나고 축축한 냄새가 났었어요. 어머니가 걱정하고 있단 걸 단번에 알아차렸죠. 아마 그때부터였던 거 같아요. 어머니가 수면교육을 시작한 게. 그래도 생후 4주 차 아기에게 수면교육은 너무 가혹했습니다.


어머니의 분위기가 사뭇 달라진 어느 날, 깃발 무늬의 붉은색 오로라와 함께 코끝 찡한 매운 향이 났어요. 뭔가 단디 각오를 하신 거 같았지요. 아니나 다를까 새로운 방식으로 저를 재우시더라고요. 예전엔 깊이 잠들 때까지 안아주셨는데 제가 잠들랑 말랑 할 때 침대에 내려놓으시는 거예요. 저는 적응이 안 돼서 계속 울었습니다. 우니까 또 안아주시더라고요? 다시 눈을 스르르 감으니까 또 내려놓는 거예요. 또 저는 울었죠? 그렇게 안았다가 내려놓고, 안았다가 내려놓고를 반복하다가 제가 어느 순간 잠들었던 거 같아요.


또 어떤 날은 제가 졸려하니까 바로 침대에 내려놓고 계속 저의 엉덩이를 두드리고, 등을 두드리시는 거예요. 이게 뭔가 싶었어요. 잠이 더 깨기도 했고요. 그땐 제가 좀 흥분했었지요. 뭔가 상황이 이상하게 흘러가니까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울어댔던 겁니다.


그리고 바운서에서 재우는 건 정말 극혐이었어요. 그 인위적인 진동도 저는 맘에 안 들었고요. 제 친구들은 그런대로 괜찮다고 했었는데.. 저는 이미 어머니, 아버지의 손맛에 너무 익숙해져 버린 건지 바운서가 정말 싫더라고요. 어머니는 바운서에서 저를 재워보겠다고 안아주는 대신 바운서를 흔들어주셨죠. 우리 둘의 아주 짧고 강력한 전쟁이 시작되었어요. 물론 제가 이겼지만 어머니의 그 끈기와 열정을 높이 평가합니다. 어머니에게 죄송했지만 어쩝니까. 제 몸이 바운서를 강력히 거부하는데. 잠이 안 오더라고요. 노래도 불러주시고 저에게 부탁도 하셨고 심지어 기도까지 하셨지만 안 되는 건 안 되더라고요.


그렇게 다양한 수면교육을 실천해보시던 어머니, 아버지는 결국 저에게 맞는 수면교육 방법을 찾으셨어요. 먼저 가장 기본인 낮과 밤을 구별해주셨지요. 어머니는 성실히 커튼을 젖히고 걷고 조명을 활용하시며, 낮과 밤, 늦은 오후를 알려주셨어요. 그 전엔 낮과 밤을 몰랐어요. 자궁에서는 한결같이 어두웠거든요. 이제는 낮이 되면 밝고, 밤이 되면 어두워지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어머니는 잠은 누워서 자는 거라고 지속적으로 말씀해주셨고, 스스로 자는 법을 익혀야 된다고 하셨어요. 할 수 있다고, 어렵지만 해보자고 응원과 격려도 해주셨죠. 제가 심하게 울 때는 차분해질 때까지 잘 달래주셨어요. 심하게 울기 시작하면 수면교육이고 뭐고 할 거 없이 아예 각성상태가 돼 버렸잖아요. 저를 잘 달래주신 후에 스스로 잘 수 있는 기회를 주셨지요. 반복적으로 수면교육을 받으니까 잠은 누워서 자야 하는 걸 알게 됐죠.


저는 그 과정에서 많이 성숙하고 성장하게 됐어요. 포기하는 법도 배우고 스스로 자는 법도 터득하고, 저의 감정을 다스리는 법을 알게 됐죠. 대신 손을 좀 빨게 됐지만요.


낮과 밤을 알려주셔서, 또 스스로 자는 법을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만약 지금까지 어머니, 아버지 품 안에서 잠들었다면, 너무 힘들었을 거예요. 저도 사실 누워서 자는 게 편하거든요. 다만 익숙지 않아서 누워서 자지 못했던 거예요.


아버지 품에 안긴 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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