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니힐 Jul 08. 2021

모유 vs 분유

사실 2주 동안 많이 굶주렸습니다. 어머니는 모유로만 수유해야겠다고 결심하시더니 정말 주구장창 모유만 주시더라고요. 문제는 어머니 모유양이 적었다는 겁니다. 제가 2주는 버틸 수 있었는데 그 이후부터는 힘들더라고요. 어머니는 저의 성난 얼굴과 행동을 보고 무척 당황해하셨죠. 그러다 갑자기 분유를 주셨는데 저는 진짜 정신없이 먹었던 거 같아요. 그때부터 제 맘마는 모유가 아닌 분유가 됐습니다.


어머니 성격이 극단적인 건 알았지만 이렇게 갑자기 맘마가 바뀔 줄은 몰랐습니다. 배고픈 상황이라 주는 대로 다 받아먹었지요. 배가 많이 고파서 과식을 하게 됐고, 결국 소화가 잘 안돼서  배앓이를 했어요. 밤마다 몸을 배배꼬며 용을 쓰니까 어머니는 무척 걱정을 하셨어요. 어머니 주변에 먹구름 같은 회색빛 오로라가 피어올랐거든요. 어머니는 잠도 주무시지 않고, 저의 배를 어루만져 주셨지요.


배앓이가 계속 되자, 어머니와 아버지는 의논하기 시작하셨어요. 아버지는 모유파였고, 어머니는 분유파였어요. 아토피가 있으신 아버지는 제가 모유를 먹었으면 했나 봐요. 본인이 하실 수만 있다면 자기가 하고 싶다고까지 말씀하셨죠. 하지만 어머니는 이미 분유 수유 맛을 보셨던 거예요. 맘마 먹을 때 제가 봤어요. 어머니 뒤에 별처럼 빛나던 오로라를요.


저의 맘마는 다시 한번 분유로 정해졌고, 어머니는 소화가 잘 되는 분유를 열심히 찾아주셨어요. 가수분해 분유 맘마를 먹고 배앓이를 안 하게 됐지요.


저는 모유든, 분유든 상관이 없어요. 사실 분유가 더 먹기 편하고 달달해서 좋았죠. 아무튼 저는 분유 맘마를 마음껏 즐기고 누렸습니다. 제때마다 배불리 먹을 수 있어서 좋았고, 어머니의 평온한 주황빛 오로라, 아버지의 다채로운 모양의 알록달록 오로라 구경도 재밌었었요. 저는 어머니 냄새도 좋아했지만 아버지 냄새도 참 좋아라 했답니다.




이전 02화 귀 빠진 날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