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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니힐 Jul 07. 2021

아기 초능력

안녕하세요. 저는 생후 6개월 차 여아입니다. 모든 아기는 200일까지 신묘한 초능력이 있습니다. 말을 못 하는 대신 특별한 시각과 뛰어난 후각으로 어른들이 볼 수 없는 것을 보고, 어른들이 맡을 수 없는 향을 맡지요. 지금 제 눈에는 화려한 꽃무늬 주황빛 오로라가 보입니다. 지금 우리 집 분위기가 나쁘지 않은 거 같군요. 보통 어머니가 기분이 안 좋으면 그 주변에 짙은 회색빛 오로라가 생기더라고요. 어머니 기분이 좋으니 다행입니다. 분위기가 안 좋으면 악취가 나서 제가 울 수밖에 없거든요.


제가 이 글을 남기는 이유는 저의 초능력이 이제 며칠 후에 완전히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지금도 서서히 사라지고 있고요. 초능력이 사라지고 나면 옹알이가 늘고 인간의 언어도 조금씩 할 수 있게 된다고 하더라고요. 나중에는 기기도 하고, 심지어 걸어 다닐 수도 있다고 선배들한테 들었습니다. 아직까지는 이 초능력에 의지해 상황을 판단하며 먹고살고 있습니다. 이 초능력이 사라지는 것이 아쉬워 기억나는 몇 가지들을 글로 남겨놓고자 합니다.


그런데 제가 어떻게 이렇게 글로 남겨놓냐고요? 그것은 너무도 복잡하고 어려운 이야기이기에 그냥 넘어가도록 하죠. 이해하시기 힘들 거예요. 그 설득이 힘들어 많은 선배들이 이 초능력에 대한 이야기를 남겨놓지 못했다고 들었습니다. 참 아쉬운 일이죠. 저는 사명감을 가지고 이 글을 남기고 있는 겁니다. 그러니 조금은 미흡하더라도 정성껏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이 초능력을 알게 되시면 저 같은 아기들을 더 잘 이해하실 수 있을 겁니다. 이 초능력을 모르고 소홀히 행동했다가 호되게 당한 부모들이 많더라고요. 우리들은 늘 신호를 보내고 있습니다. 자극에 따라 다양한 반응을 하고 있지요. 이 반응을 무시하면 성난 사자 울음을 들을 수 있을 겁니다. 제 친구는 하루 종일 밤새 잠도 안 자고 울어댔답니다.


어머니들의 노고를 익히 들어 알고 있습니다만.. 저희들도 지구 생활에, 새로운 맘마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사실 지금도 어머니 뱃속이 그립습니다. 참 안락하고 편했었는데.. 세상에 나오자마자 당황의 연속이었어요. 지금은 많이 적응했지만요.


아기들이 모두 저와 같지 않겠지만 아기들을 대변해, 저의 이야기를 차근차근해보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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