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니힐 Jul 09. 2021

싸우지 마세요

어머니, 아버지가 싸우면 제가 잘못해서 싸우는 것 같이 느껴진답니다. 그래서 마음이 불안해져요. 서로 언성을 높이고 상처를 주면, 저는 귀도 아프고, 무서운 오로라도 보고, 불쾌한 냄새도 맡습니다. 결국엔 마음이 시려 '응애'하고 울음이 터지고 말지요.   


사실 두 분이 저 잘 때 몰래 싸우신 것도 알고 있답니다. 옆방 소리가 은근 잘 들려요. 우리 집 방음이 잘 안되나 봐요. 아버지 육아 휴직이 곧 끝나가니까 어머니가 부쩍 예민해지시고 화가 많아지시더라고요. 제가 실제로 어머니 주변에 시퍼런 오로라가 무섭게 피어오르는 걸 봤습니다. 어머니는 육아가 이렇게 힘든지 몰랐다고, 약간 울먹이시며 얘기하셨어요. 약간 서글퍼지더라고요. 내가 이렇게 어머니를 힘들게 하는 건가. 물론 어머니 마음도 아예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니지만.. 어머니가 너무 격앙돼 있으셔서 놀랐답니다. 제가 두 분의 상황을 정확히 모르지만 두 분이 싸우시면 제 마음이 무척 울적해져요.


지난번에도 갑자기 두 분이 언성을 높이시니까 불같은 오로라가 화르르 피어나 제가 너무 놀랐어요. 오로라도 무섭고, 악취가 나서 그날 하루 종일 기분이 안 좋았답니다.


아기 선배들은 어머니, 아버지가 늘 좋게만 지낼 수는 없다고 말해줬었어요. 마찰과 충돌은 살아가면서 생길 수밖에 없다고. 하지만 직접 그 마찰과 충돌의 현장에 있어보니 너무 무섭고 힘들더군요. 싸우지 않고 사이좋게 지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다행히 두 분은 화해하셨지만 이미 놀란 저의 가슴은 계속 콩닥콩닥 거렸고, 계속 눈물이 났어요. 두 분이 싸우시더라도 꼭 제 앞에서 화해하는 모습을 보여주세요. 그래야 저도 오해가 풀리고, 아름다운 오로라와 좋은 향기로 다시 안정을 찾을 수 있거든요.


어머니, 아버지가 서로 사랑하고 아껴주면 기분이 정말 좋아져요. 사랑의 오로라가 몽글몽글 피어나면 집 안 곳곳이 따뜻해져서 마음도 포근해지거든요.


사랑의 오로라를 보는 아기


이전 05화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수면교육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