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짭조름한 손맛이 최고인 거 같아요. 제가 먹어본 것 중에 가장 맛있는 거 같습니다. 뱃속에서도 손을 빨긴 했지만 이런 짭조름한 맛은 아니었거든요? 정말 매력적인 맛이에요. 처음 주먹 고기 먹을 때만 하더라도 제가 이렇게 무아지경으로 손가락을 빨게 될 줄 몰랐죠. 그런데 어쩌다 들어온 엄지, 검지 손가락 맛은 그야말로 신세계였답니다.
어머니는 제가 혼자 잠들기 시작할 때 매우 좋아라 하셨는데 그게 다 손가락 덕분이랍니다. 완전히 혼자 자는 건 어려워요. 엄마 품에서 떨어지면 저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손가락을 빨기 시작합니다. 그러면 신기하게도 마음이 차분해져요. 분노도 슬픔도 가라앉지요. 저는 손가락을 빨며 감정을 다스리고 자기 위안을 하며 잠이 든답니다. 뭐 요새는 덜 빨긴 하지만 3개월 버릇 여든까지 간다고 습관이란 게 무섭긴 하더라고요. 일단 뭔 일이 생기면 자꾸 빨고 싶더라고요.
기분이 안 좋을 때나 심심할 때도 손가락을 빨게 돼요. 그럼 욕구가 채워지기도 하고 무료함이 덜 해져요. 그러니 어머니! 손가락을 빼진 말아주세요. 아니면 엄청 재밌게 놀아주시던가요. 제가 정신없이 놀다가 손가락 빠는 것도 잊어버릴 만큼요. 하지만 저도 알고 있어요. 현실적으로 하루 종일 재밌게 놀아줄 수는 없단 걸요. 지금도 저의 다른 필요를 챙겨주느라 엄청 바쁘시잖습니까.
그래서 저는 손가락을 빠는 게 서로 윈윈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저대로 손가락을 빨며 감정도 다스리고, 생각도 정리할 수 있고, 어머니는 저 신경 쓰지 않고 어머니 할 일을 하면 좋은 거 아니겠어요? 물론 너무 심하게 빨면 제지가 필요하겠지만 제가 그 정도로 심하게 빨지 않으니까 걱정 마셔요.
전에 어머니가 손을 억지로 뺄 때 너무 화가 나고 서럽더라고요. 사실 지금 제가 뭐 하나 맘대로 즐기는 게 있습니까. 그저 짭조름한 손가락 빠는 거 하나, 낙으로 살고 있는데 그 마저 못 빠게 하니까 저 환장하는 줄 알았습니다.
쪽쪽이는 싫어요. 제가 이미 손맛을 알아버렸잖아요. 차라리 손맛을 몰랐을 때 쪽쪽이를 물려주시지 그랬어요. 그러면 제가 물었을지도 모르는데 말입니다.
제가 이래 봬도 자기 의지가 있는 사람입니다. 손가락도 빨고 싶을 때 빨고, 빨기 싫을 때는 빼고 싶은데 어머니가 넣고 싶을 때 쪽쪽이를 넣어버리고,어머니가 빼고 싶을 때 빼버리니까 화가 나더라고요. 인생 뭐.. 제가 다 원하는대로 살 수 없다고 하지만 그래도 손 빠는 것만큼은 원하는 대로 하게 해주십쇼.
요새 발가락 빠는 것도 너무 즐거운 일과 중 하나랍니다. 제가 처음 발을 봤을 때 좀 충격을 받았어요. 손이랑 비슷한 게 아래 또 있으니까 '저건 뭐지?', '왜 있는 거지?' 누워만 있던 저는 발의 용도를 알 수 없었죠. 하지만 이젠 알 거 같아요. 발은 바로 빨라고 있는 거죠. 손가락보단 좀 더 구수한 맛이더라고요.
아버지는 제가 발가락 빠는 게 신기하셨나 봐요. 뭐 이게 대단한 거라고 사진 찍고 동영상까지 찍으시더만요. 아버지! 원래 우리 아기들은 유연해서 이게 다 된답니다.
그나저나 어머니 아버지도 자기 위안이 되는 한 가지 정도는 있으시죠? 손가락 빨기, 애착 인형, 애착 이불, 애착 베개 뭐 이런 거요. 어른이 되면 더 강도가 센 슬픔, 고통, 분노가 찾아온다고 들었어요. 저도 가끔 무서운 오로라를 보았어요. 어머니, 아버지는 손가락을 빨지 않으시니까 다른 무언가가 있을 거라 믿어요. 나중에 제가 크면 공유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