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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니힐 Jul 09. 2021

입맛 없는 요즘, 원더윅스

어머니! 제가 그동안 분유를 많이 안 먹어서 속상하셨죠? 입맛이 없었습니다. 원더 윅스라고 들어보셨는지요. 선배들을 통해서 그 악명 높은 시기를 익히 들어왔지만 실제로 경험해보니까 그 혼란과 불안, 당혹감은 이루 말할 수 없더군요.


세상에 색이 입혀지고, 눈에 보이는 것, 귀에 들리는 것, 인식되는 것들이 갑자기 많아지니까 정신이 없어요. 새로운 자극이 많아지니까 충격도 받고요. 그러니까 입맛이 뚝 떨어지는 거예요.


어머니가 아무리 애쓰고 사정을 하셔도 원하시는 권장량을 먹을 수가 없었습니다. 정말 그 한 모금이 목 뒤로 넘어가질 않더라고요. 제가 잘 먹다가 많이 안 먹으니까 어머니는 당황하셨죠. 그런데요. 어머니! 신생아 때를 생각하시면 안 됩니다. 그때는 급성장기였기 때문에 원래 먹는 양보다 많이 먹었던 거예요. 과식을 한 거였다고요.


속상하게 하려는 의도는 없었지만 어머니는 시무룩해지셨죠. 눈물 같은 차가운 오로라가 저의 피부에 닿았어요. 어머니의 한숨 소리, 걱정의 눈빛, 무거운 분위기. 무서웠어요. 더 힘든 건 어머니가 맘마를 억지로 먹이기 시작할 때부터였어요. 제가 젖꼭지를 뱉어내고, 젖병을 치며 거부의 의사를 표현해도 자꾸 입에 넣으시는데.. 와.. 괴롭더라고요. 또 어느 날은 기괴한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며 관심을 끌다가 몰래 넣으시는 거예요. 그때 느꼈던 그 배신감이란... 짜증이 나고 속상해서 울음이 터져버렸답니다.


분유 정체기가 길어지자 어머니는 분유를 바꾸기 시작했어요. 신생아 때 제가 배앓이를 해서 가수분해 분유로 바꿨잖아요? 그런데 다시 신생아 때 먹던 분유로 바꾸셨고, 또 잘 안 먹자 달다고 소문난 분유를 먹이셨고, 또 잘 안 먹자 수입 분유를 먹이셨고, 마지막으로 평범한 국내 분유로 다시 돌아오셨죠. 후.. 어머니 그런데 말입니다. 맘마 먹을 때마다 새로운 분유를 먹으니까 굉장히 당혹스럽더라고요. 이번에는 또 어떤 새로운 맛일까. 소화는 잘 될까. 맘마를 편하게 먹지 못하고 자꾸 긴장을 하게 되더라고요. 실제로 익숙지 않은 분유는 위와 장이 잘 소화시키지 못해요. 그래서 자꾸 게워내고 토가 나왔던 겁니다. 그제야 어머니는 분유 탓이 아닌 걸 인식하시고, 지금의 분유로 정착하셨지요.


어느 날 어머니는 저에게 사과를 하시고 이제 억지로 먹이지 않겠다고 말씀하셨어요. 이 얼마나 기쁜 소식인지. 눈물이 다 납디다.


사실 원래 먹던 분유를 그냥 먹고 싶은 만큼만 먹게 해 주셨다면 분유 정체기가 이렇게 길어지진 않았을 거예요. 어머니가 자꾸 억지로 먹이고, 분유를 바꾸니까 거부 반응이 더 생긴 거였거든요. 물론, 어머니는 어머니 나름대로 제가 걱정되고 잘 먹기 원하는 마음에서 그렇게 하셨겠지만 저는 많이 힘들었답니다.


지금은 분유 맘마 거부하지 않고 맛있게 먹고 있습니다. 소화도 잘 돼서 게워내지도 않고요. 어머니가 저를 믿고 기다려주셔서 이렇게 편하게 맘마를 먹을 수 있게 된 거랍니다.


분유 맘마 먹고 자는 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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