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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니힐 Jul 09. 2021

뒤집기 시즌

요즘 뒤집는 맛에 삽니다. 맨날 누워있다가 몸을 뒤집을 수 있으니까 너무 재밌네요. 누워서 보던 세상과는 또 다른 느낌이에요.


예전에 어머니가 저를 뒤집어 놓으면 숨이 막힐 거 같아 답답하고 무서웠는데 막상 뒤집고 보니 다양한 것을 볼 수 있어 좋네요.


문제는 뒤집고 나서 되집기를 못하니.. 이거 참 난감해요. 자꾸 뒤집고 되집어달라고 울어대서 죄송합니다. 어머니.  


어머니는 옴짝달싹 못하고  옆에 딱 붙어서 보초만 서고 있네요. 제가 5초 단위로 계속 뒤집고 울고를 반복하니까요. 짜증 날 법도 한데 화 한번 안 내시고 늘 부드럽게 저를 되집어 주시는 우리 어머니. 정말 감사해요. 몇 개월만 참아주시면 제가 이 은혜 다 갚겠습니다. 곧 되집을 수도 있고, 기어 다닐 수도 있고, 나중에는 걸어 다닐 수도 있다고 하니까요. 조금만 기다려주십쇼.


그런데 한밤중 뒤집기는 정말 힘드시죠? 감당하기 어려울 거예요. 주무시질 못하니까요. 제가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되집기를 마스터해보겠습니다.


그래도 이게 다 제가 잘 자라고 성장하고 있단 증거니까요. 너무 힘들어 마시고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참! 이번에 산 뒤집기 방지 쿠션! 제기능은 못하고 있지만 저는 무척 맘에 들어요. 쿠션 위에 다리 딱 올려놓고 자면 편하게 잠들 수 있거든요.


아무튼 앞으로 해야 할 일이 참 많네요. 되집기도 해야 하고, 배밀이도 해야 하고, 이유식도 먹어야 하고, 컵도 연습해야 하고, 기는 것도, 걷기도 준비해야 하잖아요. 사실 개월 수가 올라갈수록 어깨가 무거워요. 어머니, 아버지도 은근히 바라는 게 많아지는 거 같고요. 가끔 신생아 시절이 그립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세상에 태어난 이상 후퇴는 없습니다. 차근차근 하나씩 수행하도록 할게요.


뒤집기 성공한 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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