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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니힐 Jul 10. 2021

새로운 맘마, 이유식

이유식을 시작했습니다. 새로운 것은 늘 두려움과 설렘이 동반하죠. 맨날 어머니, 아버지가 식사하시는 걸 멀찌감치서 바라보다가 이렇게 갑자기 어른들이 먹는 맘마를 먹게 되니.. 뭐랄까요. 그 대열에 동참하고 싶기도 하면서 한편으론 계속 분유 맘마에 머무르고 싶은 마음도 있네요.


처음에는 새로운 방식으로 맘마 먹는 게 재밌었어요. 기다란 숟가락으로 맘마를 먹는다는 게 신박하더라고요. 맛은 뭔가 밍밍하면서 고소했는데 그런대로 먹을만했습니다. 이유식은 보통 쌀미음부터 시작해 어른들이 먹는 진밥까지 1년 과정으로 커리큘럼이 구성된 걸로 알고 있습니다. 선배들한테 얘기 들었을 땐 내심 기대했는데... 막상 먹어보니 맛이 너무 심심하고 좀 물리네요.


삼일째부터 반항심이 생기더라고요. 이게 어머니 맘마랑 좀 다른 거 같은 거예요. 냄새도 그렇고 모양도 그렇고 맛도 다른 거 같았어요. 목 삼킴도 번거롭고, 빨리 먹을 수도 없고.. 무엇보다 어머니의 그 기대감과 욕심에 제가 질식할 것만 같았어요.


맛있게 먹길 원하시고, 정해진 양을 다 먹길 원하시니 난감하지 않겠어요? 거부해도 자꾸 '아~~~' 하면서 숟가락을 들이대시니 제가 성이 나서 숟가락을 던져버리고 '으앙~~~'하고 울어버린 거예요.


어머니도 어머니 나름대로 속이 상하셨겠지만 저도 이유식은 처음이잖아요. 좀 더 여유를 갖고 천천히 진행해주시면 좋겠어요. 그리고 이유식에 덩어리가 많으면 삼키기가 어려워요. 아시다시피 아직 이가 없어서 그냥 삼키게 되는데 덩어리가 있으면 자꾸 기침이 나오더라고요.


그래도 요새는 시판 이유식을 사주시니까 맛도 다양하고, 적당한 묽기로 먹기 좋아요. 또 어머니가 이유식 만드는 부담감에서 벗어나신 거 같아 저도 좋습니다. 사실 믹서기 소리도 너무 무서웠거든요.


저는 아버지가 이유식 맘마를 먹여주실 때 제일 좋아요. 아버지는 다 먹여야겠다는 욕심이 별로 없으시거든요. 그래서 편하게 먹을 수 있어요. 억지로 먹이려 하지 않고 부담 주시니 않으니까 어느 순간 이유식 맘마를 다 먹었더라고요. 아버지도 '허허' 웃으시며 저를 쓰다듬어 주시는데 뿌듯해 보이셨어요.


이유식 맘마 먹기는 수월하진 않지만 그래도 식사 시간이 좋아요. 어머니, 아버지가 식사하실 때 저도 옆에 같이 앉아있잖아요. 두 분이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며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게 보기 좋아요. 실은 그때 주시는 쌀과자랑 과즙망이 맛있어서 기분이 더 좋아지는 것도 있어요.


앞으로 배워야 할게 많겠죠? 숟가락 잡는 법부터 해서 흘리지 않고 먹는 법, 소리 내며 먹지 않기, 숟가락 던지지 않기, 식사시간에 딴청 피우지 말기 등등. 생각만 해도 어렵네요. 그래도 어머니, 아버지가 잘 알려주시면 제가 잘 배워볼게요. 시행착오가 있겠지만요.


그나저나 요즘 초능력이 많이 약해졌어요. 아주 큰일이 있을 때만 빼고는 오로라가 잘 보이지 않네요.


이유식 후 운동하는 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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