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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니힐 Jul 10. 2021

나의 첫 고난, 변비

처음 경험하는 게 참 많아요. 며칠 전 비를 보았을 때 무척 놀랐어요. 욕실 샤워기처럼 하늘에서 물이 떨어지는데 정말 신기하더라고요. 사방에서 '톡 톡 토독' 소리도 나고 창문에는 물이 주르륵 흐르고 물 냄새도 신기했어요. 나무, 나비, 꽃, 하늘, 강아지, 고양이, 자동차, 버스 등 난생처음 보는 아름답고 신기한 것들이 많아요.


이렇게 좋은 경험들도 쌓여가고 있지만 힘들고 어려운 경험도 생기고 있죠. 그때 첫 변비가 왔을 때 너무 힘들었어요. 이게 원래 힘을 주면 나와야 하잖아요. 배는 계속 아프고, 힘은 계속 주는데 똥이 나오질 않는 거예요. 몇 번을 시도해도 잘 안 되니까 지치고 힘들어서 울음이 터지고 말았습니다.


지켜보시다 놀란 어머니는 저의 배를 문질러 주시며 계속 기도해주셨죠. 덕분에 그날 염소똥만한 작은 똥이 나왔잖아요. 그렇게 동그랗고 단단한 똥은 처음이었어요. 그것도 얼마나 힘들게 나왔는지 몰라요.


일단 급한대로 변을 보고 잠이 들었는데 속이 계속 불편하더라고요. 그날 자다 깨다 자다 깨다 흐느끼면서 잤잖아요. 어머니, 아버지도 잘 못 잤죠? 결국 저는 새벽에 울면서 깼고 아버지 품에서 마지막 염소똥을 누고 잠이 들었습니다.


제가 아버지 덕분에 편히 잘 수 있었지만 할 말은 해야겠습니다. 아버지는 첫 변비라고 똥 사진을 찍으려 하셨는데 누구 혼삿길 막을 일 있습니까. 아무리 첫 경험이라고 해도 그렇지 어떻게 똥을 찍습니까. 다행히 어머니가 기저귀를 재빨리 버리셨길 망정이지 안 버리셨으면 정말 찍을 기세였다니까요. 아버지도 참 못 말리십니다. 제가 아버지 좋아하지만 이런 건 좀 조심해주시기 바랍니다.


그나저나 변비가 왜 생겼나 했어요. 어머니는 저의 첫 변비의 고통의 현장을 보신 후 폭풍 검색을 하셨죠. 알고 보니 분유를 진하게 타 먹여서 그런 거였어요. 어쩐지 어느 순간부터 맛이 진해졌다 싶었어요. 선배들이 얘기하길 원래 분유 맘마는 모유 맘마보다 변비 걸리기 쉽다고 하더군요. 그런 분유에 물을 적게 넣으니 변비가 오고 만 거예요. 어머니는 또 미안해하시며 저에게 사과하셨죠. 제가 분유를 적게 먹어서 분유를 진하게 타셨다고, 어떻게라도 분유를 많이 먹게 하려고 그러신 거라고 하셨어요. 오랜만에 시퍼런 오로라가 바다처럼 피어올랐어요.


어머니! 미안해하지 마셔요. 제가 많이 안 먹어서 이 사달이 난 걸요. 저도 첫 변비 이후 맘마를 잘 먹어야겠다고 겸허히 다짐했답니다.


그 이후 분유도 알맞게 조유해주시고 따로 물도 주셔서 변비는 사라졌어요. 다신 만나고 싶지 않아요. 묘하게 기분 나쁘고 사람 진 빠지게 하는 못된 변비. 저의 첫 고난 앞에 함께 울어주신 어머니 감사해요. 덕분에 묵은똥은 잘 보내고 황금똥 맞이했습니다.


새벽똥 이후 푹 자는 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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