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아버지는 제가 옹알이할 때마다 많이 웃으시던데 도대체 어떤 포인트에서 웃는 건가요? 정말 궁금해요.
아버지는 주말마다 '아빠! 아빠! 해봐', '엄마보다 아빠 먼저 해야 해~'하는데 솔직히 그건 욕심 아닌가 싶어요. 제가 어머니와 보내는 시간이 현저히 많은데 '아빠'를 먼저 말하긴 확률적으로 어렵지 않을까요? 미리 말씀드리는 거니까 '엄마'를 먼저 하더라도 상심하지 마시라고요. 사실 '엄마', '아빠'라는 어떤 단어를 말하느냐보다 말한다는 거 자체가 더 중요한 거 아니겠습니까.
요즘 기분이 좋을 때도, 안 좋을 때도 옹알이를 많이 하게 되네요. 컨디션이 안 좋은 오후 4시부터 8시 사이에는 자꾸 볼멘소리가 나요. 제가 다른 의도가 있는 건 아니고 단지 너무 피곤하고 지쳐서 그래요.
요즘엔 꽤 오래 앉아있기도 하고 뒤집고, 되집고, 배밀이까지 하잖아요. 늦은 오후가 되면 많이 힘들어요. 그래서 그런지 옹알이뿐만 아니라 소리도 지르게 되고, 본의 아니게 많이 칭얼거리게 됐네요.
지난번 어머니가 계속 무서운 목소리로 "소리 지르면 안 돼!", "그렇게 하지 마!"라고 말씀하셨잖아요. 소리 낼 때마다 안된다고 하니까 저도 너무 화가 나더라고요. 왜 안돼는지도 잘 모르겠는데 계속 제지당하고 혼나니까 기분이 상했었어요. 그런 단호한 목소리는 적응도 안되고 듣기 힘들거든요. 그래서 더 소리 지르고, 짜증내고 울었던 거 같아요.
소리 지를 때마다 훈육하려고 하시는데 그러지 말아 주세요. 아직 말을 못 하고 표현하는 방법을 몰라서 그런 거니까요. 사실 훈육하셔도 제가 못 알아들어요. 그러니 너무 힘 빼지 마시고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다정한 목소리로 '뭐가 힘드니?', '어떤 게 필요하니?', '무얼 도와줄까?'라고 물어봐주세요. 그럼 저도 소리를 멈출 수 있답니다.
옹알이를 많이 하게 되면서 표정도 다양해지고 의사표현도 더 분명해졌지요? 사실 하고싶은 말이 많답니다. 다만 말을 못 할 뿐이지요. 하지만 이제 곧 말문이 트일 거 같아요. 입이 조금씩 열리고 어머니, 아버지의 말이 조금씩 들리거든요. 대신 초능력은 거의 사라진 거 같아요. 더 이상 오로라가 보이지 않아요.
말을 시작하게 되면 저와 많이 대화해주세요. 선배들 얘기를 들어보니 말이 많아지면 어머니, 아버지가 귀찮아한다는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은 적 있어요. 선배들이 "왜요?'를 몇십 번 반복했다고 하는데.. 그게 많이 잘못된 건가요? 어른들은 알다가도 모르겠어요. 처음엔 계속 말해보라고 했다가 말이 터지면 귀찮아하니 원.. 어머니, 아버지는 그러지 말아 주세요. 참! 저는 어머니, 아버지 닮아서 말이 많을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