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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니힐 Jul 11. 2021

불쑥 찾아온 낯가림

요새 부쩍 새로운 사람들이 많이 오는 거 같아요. 옛날에는 별생각 없었는데 요새는 새로운 사람들이 무서워요. 신생아 시절엔 안아주기만 하면 누구든 좋았는데 요즘엔 익숙하지 않은 모든 것들이 불편하고 무섭네요. 새로운 장소나 새로운 사람들을 보면 왠지 모를 불안감이 엄습해요.


자주 보는 가족들을 제외하곤 모든 사람들이 낯설어요. 아! 사실 삼촌도 오랜만에 보니 좀 무서웠어요. 키도 크고 덩치도 크고 목소리도 낮아서.. 위압감이 들었다고나 할까요? 다행히 같이 놀다 보니까 괜찮아졌지만요. 지금은 삼촌 너무 좋아요.


제가 낯가림을 시작했을 때 어머니는 놀라신 거 같았어요. 제가 울어서 놀라고 또 손님이 당황할까 봐 노심초사하셨지요. 그런데요. 어머니. 원래 저 같은 아기들은 다 낯가림을 해요.


사실 그날, 어머니보다 제가 더 놀랐다고요. 그렇게 낯선 사람한테 저를 맡기다니요. 얼굴 본지 몇 분 밖에 안 됐었는데 저를 그렇게 넘긴 건 너무 하셨어요. 정말 너무 놀라서 간 떨어질 뻔했다니까요. 얼굴을 봤는데 엄마가 아녔잖아요. 분명 엄마 냄새가 아닌 거 같긴 했는데 너무 순식간에 다른 사람 품에 안긴 거라 더 놀랐어요.


기억해주세요. 낯가림을 해소시킬 시간이 필요해요. 어느 정도 거리와 시간을 두고 점진적, 점차적으로 벽을 허물어야 자연스럽게 다가갈 수 있어요. 아무리 좋은 사람이라고 해도 급작스럽게 다가오면 무섭거든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친밀감이 쌓이면 경계심을 풀 수 있어요. 기본적인 매너만 지켜준다면 금방 친해질 수 있답니다.


저는 사실 사람들을 좋아해요. 다양한 사람들을 보는 것도 재밌고, 사람들이 저를 안아주고 쓰다듬어 주면 기분이 좋아요. 함께 웃고 노는 것도 즐겁고요. 무엇보다 제가 관심받고 있단 사실이 기뻐요.


공원에서 사람 구경하는 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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