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딸아. 글은 잘 보았단다. 처음엔 믿기지 않았는데 다 읽어보니 이해가 되더구나. 우리 아기가 웃고 울었던 이유가 있었네. 가끔 뭔가를 보는 거 같았는데 그런 오로라를 보는지 몰랐어. 다 듣고 보았다니 내심 찔리기도 하고 기특하기도 하고.. 만감이 교차하는구나. 이 와중에 안 좋은 기억은 사라진다고 하니 다행이야.
처음 너를 보았을 때 몸도 성치 않고 모성애도 없어서 낯선 마음이 먼저 들었어. 육아의 육자도 몰랐던 철없던 엄마는 신생아를 돌보며 멘붕이 왔었지. 너무 작고 여려서 어떻게 안고, 어떻게 달래며 어떻게 먹어야 하는지 몰랐어. 너무 힘들고 어려웠지. 그런 내가 하루하루 너와 시간을 쌓다 보니 어느덧 엄마가 되었네. 이제는 자연스럽게 너를 안고, 달래며, 먹이고 있어.
네가 처음 엄마를 보고 웃어줬을 때 엄마는 사랑에 빠졌고, 그 사랑은 시간이 갈수록 더 커졌어. 매일매일이 얼마나 신기하고 놀라웠는지 아니? 매일 조금씩 자라는 너의 얼굴, 매일 변하고 성장하는 너의 몸짓, 매일 달라지는 새로운 표정과 눈빛. 이 모든 걸 바로 옆에서 지켜볼 수 있어서 영광이었어. 널 만나 희생과 인내, 끈기를 배울 수 있어 감사했고, 눈과 마음으로 교류하는 방법을 알게 됐고, 칭찬과 격려, 사과할 수 있는 사람이 됐어. 무엇보다 사랑할 수 없는 사람이 사랑할 수 있게 됐네.
나약하고 부족한 인간이 한 생명을 키워내며 진정한 인간이 돼가고 있단 느낌이 들어. 우리 아기처럼,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엄마의 어그러진 부분을 다시 세워나가고 있단다. 이런 기회를 선물해줘서 정말 고맙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