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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니힐 Dec 26. 2019

[책]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 사랑이 필요한 시대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톨스토이/문예출판사

친구들과 책모임을 갖기 시작했다. 첫 번째 선정책은 톨스토이의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고전책을 읽고 싶었는데...마음이 다 맞아 고전책 릴레이로 이어가기로 했다. 함께 할 수 있는 (책)동지들이 생겨 기쁘다. 초중고 동창 모임(3명)과 동시에 책나눔을 하니 모임은 더 깊어지고 풍성해졌다. 혹시나 오글거리거나 제대로 나눔이 안 되면 어쩌지? 고민했는데... 고민이 무색할 정도로 솔직하고 풍성하게 이야기가 확장됐다. '역시 책은 좋은 것이여~?!' ^^^^


줄거리

대략적인 줄거리는 이러하다. 가난한 구두공 세몬마트료나가 우연히 미하일이라는 천사를 만난다. 미하일과 함께 구두를 만들며 지내게 되고, 뭔가 심상치 않은 미하일임을 느낀다. 미하일이 온 후로 구두가게도 잘 되고, 묵묵히 일을 돕는 그를 좋게 생각한다. 미하일은 하나님께 벌을 받은 천사였다. 한 여인의 목숨을 거두어 오라는 명령을 어긴 것. 아이들이 있는 여인이었는데 여인을 데려가면 아이들도 곧 죽을 거 같다는 생각에 명령에 불순종. 하나님은 미하일에게 '사람 마음 안에 있는 것은 무엇인가', '사람에게 허락되지 않은 것은 무엇인가',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이 3가지 진리를 깨닫고 오라고 땅으로 보냈다. 미하일은 가난하고 어려운 환경의 마트료나가 친절을 베풀 때 사람 마음에 사랑이 있음을 깨닫고 미소를 지었다. 또 무례한 손님에게서 죽음의 천사를 보고, 사람은 자신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모른다는 것을 발견하고 미소 짓는다. 사람이 함께 지내며 서로의 필요를 채울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마지막으로 예전에 목숨을 거둔 여인의 아이들을 입양한 여자 손님을 보고, 사람은 사랑으로 산다는 것을 깨닫고, 미하일은 용서받고 다시 하늘로 올라간다.


인상적인 부분

마음이 상한 구두장이는 20코페이카를 모두 털어 술을 마셔버리고는 양가죽은 사지도 못한 채 집으로 갔다.

빌려준 돈을 다 받지 못하고 마음이 상한 세몬은 남은 돈으로 그냥 술을 마셔버렸다. 수중에 돈이 얼마 없을 때는 저축할 의미도 생각도 사라진다. 코딱지만큼 있을 때는 그랬던 거 같다. 당신은 마음이 상할 때 어떻게 행동하나? 자신만의 해소 방법이 있는가? 나는 어렸을 때부터 기분이 안 좋으면 잠을 많이 잤다. 나만의 회피 방법? 나의 동굴이었다고나 할까? 이불 깊숙이 들어가 잠의 마취제로 머리를 마비시켰다. 세몬도, 나도 그리 좋은 방법으로 해소한 거 같진 않다.


양심의 가책이 느껴졌다. "세몬, 지금 뭘 하자는 거야? 사람이 곤경에 처해 죽어가는데 겁을 먹고 슬그머니 도망치려 하다니. 네가 엄청난 부자라도 된다는 거야? 돈이라도 뺏길까 봐 겁나는 거야? 이봐 세몬, 이건 옳지 못한 행동이야!"

안 그래도 힘든 상황에 벌거숭이를 본 세몬. 그냥 지나치려다 양심의 가책을 느껴 그를 돕는다. 요즘같이 무시무시한 시대에 낯선 이를 선뜻 돕는 게 가능할까? 나 같은 쫄보는 절대로 그에게 다가가지 못했을 것이다. 혹 다른 방식으로 도울지라도...경철서에 전화를 한다거나, 옷가지나 돈을 놓고 간다거나?


우리는 어떤 선행을 베풀고 받았나?

여러 이야기를 하다가 신랑의 일화가 생각났다. 아버지가 어렸을 때 일찍 돌아가셔서 재정적으로 여유가 없었다. 대학생 때까지 어렵게 공부를 했다. 누군가 가장 힘들 때 가장 소중한 사람을 발견한다고 했던가? 신랑은 대학 때 고마운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고 했다. 친구 어머님이 등록금을 내주고, 본인도 형편이 어려운데 알바비를 모아 책값 하라고, 차비하라고 손에 돈을 쥐여줬던 형, 아무 말 없이 데리고 가 맛있는 밥을 배불리 사줬던 선배들. 옷과 신발을 사준 친구들 등등. 나는 신랑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 '그런 선행이 이 시대에도 존재하는구나... 아니면 남자들의 의리인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내 삶에는 선행을 베푸는 것도 받는 것도 희소했다. 누군가에게 나의 어려움을 다 드러내지도 않았고, 누군가의 어려움에 선뜻 관여하지도 않았다. 신랑은 달랐다. 친한 이들은 자연스럽게 신랑의 상황을 알게 됐고, 친구들은 없는 돈 있는 돈을 모아 그를 도왔다. 그리고 그는 감사히 받았다. 그 자양분은 훗날 친구들에게 돌아갔다. 어엿한 직장인이 된 신랑은 기회만 되면 친구들에게 밥을 사고, 선배에게 선물을 보내고, 자기가 할 수 있는 한 돕고자 한다. 책을 읽고 배운 것도 아니고, 누군가의 삶을 보고 들은 것이 아니라, 자기가 받은 만큼 자연스럽게 은혜를 갚고자 한다. 사랑받은 만큼 사랑할 수 있다는 말이 있지 않나. 사랑 가득한 삶을 살고 싶은가? 그럼 나부터 사랑하며 선행을 베풀어 보자! 희소했던 사랑이 조금씩 채워지지 않을까?


"주정뱅이한테 더 들을 말 없어요. 그래서 당신 같은 술주정뱅이하고는 결혼하는 게 아니었는데. 엄마가 내게 주신 옷감도 당신은 술값으로 날렸죠. 이제 외투 마련할 돈까지 술값으로 날렸군요." 세몬은 술값으로 쓴 돈은 20코페이카뿐이라고 설명하고 싶었다. 그리고 사내를 어디서 만났는지도 설명하고 싶었다. 하지만 마트료나는 도무지 말할 틈을 주지 않았다. 쉴 새 없이 말을 쏟아내면서 10년 전 일까지 죄다 들추어냈다.

예나 지금이나 부부싸움은 똑같은 패턴인 거 같다. 상황 설명 없는 남편, 바가지 긁는 아내. 잔소리로 시작된 말은 10년 전 상처까지 나아간다. 건강한 의사소통은 왜 이렇게 어려운 것인가. 남자는 자존심을 내려놓고 솔직하고 자세한 상황 설명으로, 여자는 조급함보다는 인내와 지혜로운 말로 상황을 진정시킬 수 있다. 싸움과 다툼은 실로 사소한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그 가운데 실수와 실언이 불어나 상처가 되고, 관계는 분열된다. 솔직하고 지혜로운 의사소통은 늘! 언제나! 필요하다. 연인, 부부, 가족 사이 건강한 싸움, 건강한 의사소통은 필수 불가결하다. 아프지 않고 오래 함께하기 위해선...


"마트료나, 당신 마음엔 하나님이 없단 말이오?" 이 말을 듣고 다시 한번 사내를 보는 순간, 마트료나는 마음이 스르르 풀렸다.

마트료나의 마음을 돌릴 수 있는 키워드는 '하나님'이었다. 한동안 힘든 적이 있었다. 나도 신앙인으로서 기도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나님 앞에 나간 적이 있다. 하지만 내가 한 행위는 기도가 아니라 화풀이였다. 신성한 기도 시간이 붉으락푸르락 화로 채워졌다. '도대체 내가 뭘 잘못했나요?' 나에게 상처 준 이가 너무 미웠고 용서가 되지 않았다. 기도할수록 화가 치밀어 올랐다. 친한 선교사 언니에게 물었다. "기도가 안 돼요. 도대체 어떻게 기도를 해야 하죠?"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기도는 너의 것을 비우고, 주님의 것으로 채우는 시간이야.", "......" 그렇다. 어떤 잘잘못을 가리는 게 아니라, 화풀이도 아니고, 나를 비우고, 주님의 생각, 주님의 마음을 구하는 것이었다. 모태신앙이었지만 이 기본적인 원리를 그날 처음 알게 됐다. 나를 비우고 채우는 원리. 나의 마음을 돌릴 수 있는 키워드는 '비움'이었다. 신기하게 내 생각을 비우니 호흡이 달라지고 자유와 평안이 내려왔다.


"우리는 이렇게 남을 돕는데 어째서 우리를 돕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까요?"

마트료나가 미하일을 돕기로 결심하고, 세몬에게 한 말이다. 찢어지게 가난한 구두장이 가정. 그들에게 베풂의 손길과 온정은 없다. 나 먹고살기도 힘든데 갈 곳 없는 미하일을 거두기로 한다. 무모하고도 용기 있는 그 마음. 혹 마트료나와 같은 마음을 가진 누군가가 있다면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당신의 선행은 돌아온답니다. 반드시." 알게 모르게 다른 모양, 다른 방식으로 반드시 돌아온다는 것! 삶은 뿌린 대로 거두고, 자기가 살아온 만큼 정직하게 돌아온다는 것을!


하나님은 사람들이 떨어져 사는 것을 원하지 않기 때문에 각자가 자신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아는 능력을 주지 않았다.

나는 혼자 일하고, 혼자 작업하고, 혼자 지내는 시간이 많다. 또 앞으로도 혼자 할 수 있는 일을 알아볼 것이다. 나의 성향과 기호는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지만 가끔 '이 고립과 폐쇄가 나에게 참 도움이 되는 걸까?' 생각해본다. 궁극적인 발전과 건강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함께해야 하는 과제가 있다. 사회적 인간은 누군가가 필요하고, 서로가 주고받는 소속감, 친밀감, 사랑으로 살아간다. 또 다른 이들과 서로의 필요와 공급을 채워간다. 그러니 건강한 '고독'과 건강한 '동행'의 발란스를 맞춰가야지. 내가 성장했던 때는 누군가와 함께였을 때였으니까.




[함께 나누고 싶은 질문]

Q. 내가 주고받은 사랑, 친절, 베풂은?

Q. 한해를 돌아보며 미하일처럼 용서받아야 하는 것이나 / 후회되는 점 있는지?

Q. 한해를 돌아보며 미하일처럼 깨달은 진리가 있는지/ 무엇을 깨닫고 싶은지?

Q. 한해의 키워드 및 반추

Q. 내년을 향한 기대, 포부, 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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