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글이란?
글은 나의 방패와 무기였다. 차마 말하지 못할 때 편지를 건넸고, 귀한 마음을 전할 때 글로 표현했다. 말보다 글이 편했고, 글을 쓰다 보면 마음이 편안해졌다. 우울할 때면 나 자신에게 편지를 쓰고 위로하기도 했다. 머리가 복잡할 때는 글을 쓰며 생각을 정리했다. 글 뒤에 숨어 나 자신을 표현하고, 때론 도발적이고 논리적이고, 여유롭고 재치있게 내 생각을 전하기도 했다.
나에게 글은 직접적인 말보다 덜 자극적이고, 더 깊고, 사색적인 도구였다. 영상보다 편안했고, 말보다 따뜻했고, 무엇보다 진심을 전할 수 있는 수단이고, 통로였다.
나를 돌아보는 글
이번에 나를 돌아보는 글을 쓰면서 많은 것을 깨달았다. 모호했던 나의 삶의 조각과 막연하게 자책하고 덮어두었던 모든 것들이 선명해지면서 이유 있는 결과를 받아들일 수 있었다. 객관적인 시선의 글은 나의 시비를 보여주었고, 주관적인 시선의 글은 나를 위로해주었다. 글로 정리하지 않았다면 몰랐을, 그냥 넘어가버렸을 중요한 단편, 단편을 기억하고 기록하게 되었다. 또 누군가의 마음에 닿아 도움을 주기도 했다.
좋은 작가
어렸을 때부터 작가가 꿈이었다. 언어로, 말로 무언가를 표현하고 나누는 게 근사해 보였다. 동화책, 소설책, 드라마, 연극, 영화 등 이야기가 주는 힘을 깨달았고, 나도 좋은 이야기를 나누는 좋은 작가가 되고 싶었다.
나는 8년 차 방송작가이다. 예전에 내가 생각했던 작가와는 조금 다른 모습이지만 그래도 글을 쓰고, 이야기를 만드는데 일조하고 있다. 이제 방송이 아닌 진짜 나의 글을 쓰고 싶다. 내가 깨달은 메시지를 쓰고 싶다. 나의 이야기, 내가 바라본 타인의 이야기, 내가 바라본 세상. 그리고 그 이야기가 조금이나마 힘이 되고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고, 누군가를 살릴 수 있다면 참 행복할 거 같다.
좋은 글이란?
내가 생각하는 좋은 글은 진정성 있는 글이다. 진짜 자신이 경험하거나 깨달은 글은 힘이 있다. 화려한 수사나 흥미로운 서사가 없어도 호소력과 전달력이 있다. 물론 리얼의 메시지가 화려한 수사와 흥미로운 서사를 만나면 더 시너지 효과를 내겠지만. 우선 진정성 있는 글은 그것만으로 충분하다.
어느 순간부터 작위적인 소설보다는 에세이를 더 많이 읽게 됐다. 아마도 진정성, 순수함(?)에 끌렸던 거 같다. 원래 ‘실화’라는 것이 오래 기억되고 임팩트 있지 않은가! 덧붙여 말하자면 진정성 있는 글이면서 솔직하고 간결하고, 재미(서사)와 감동까지 있다면 금상첨화겠다. 내용도 좋고, 가독성까지 좋다면야 술술 읽히지 않겠는가!
나는 개인적으로 쉬운 글을 지향한다. 되도록 쉽게 쓰려고 애쓴다. 어렵고, 진지한 이야기도 최대한 쉽게 풀어쓰려고 한다. 삶의 깨달음을 동화 형식으로, 그림까지 곁들여서 은유적으로 표현하는 것을 좋아한다.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이다.
길고 어려운 글은 숨이 찬다. 숨이 차더라도 충분히 가치 있고, 사색적인 글이라면 시간을 투자해서 꼼꼼히 읽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패스한다. 가볍고, 의미 있는 글을 즐겨보는 거 같다. 하지만 길고 어렵더라도 서사가 재미있으면 나도 모르게 끌려간다. 어려워도 재밌는 서사가 있다면 ‘OK’란 말씀!
글은 어떻게 쓸까?
내가 ‘글’을 잘 몰랐을 때 ‘글’을 썼던 방식은 일기와 편지였다. 매일 일기를 쓰고, 나 자신에게도, 친구에게도 편지 쓰는 것을 좋아했다. 재밌는 글은 아니었지만 나를 돌아보고, 나의 마음을 전하고, 누군가에게 위로를 건네는 글이었다.
자기가 가장 쉽고 편하게 쓸 수 있는 글이 시작이고 출발점이다. 일기, 편지, 메모, sns 등 짧더라도, 멋없어 보여도 조금씩 쓰고 사색하다 보면 가닥이 잡힐 것이다. 처음부터 거창한 글을 쓰는 게 아니라 일단 글을 써보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 나의 생각을 짧은 문장으로 옮겨보고 만지작만지작 거리며 짧은 글을 다듬고 다듬어 나의 이야기를 완성한다. 쉽게 접근하고, 풍성하게 나올 수 있도록- 힘을 빼고 편하게 접근해보자. 잘 쓰고, 못 쓰고는 중요하지 않다. 오래 행복하게 쓸 수 있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오래 행복하게 쓰다 보면 잘 쓰게 되지 않을까?)
최근에는 나를 돌아보는 글, 기록 일지를 몇 개월 동안 썼고, 책리뷰, 깨달음(?)이 있을 때마다 그림과 함께 동화 글을 쓴다. 힘든 시기를 보내는 동시에 자연스럽게 나를 돌아보게 되었고, 그 과정 가운데 해왔던 일을 정리하고 기록하며 나의 성향, 나의 취향 등을 적어본 것. 누군가도 자신의 실패에 집중하기보다 반추의 시간을 통해 진정한 ‘나’를 알아가길 바라는 마음으로 써보았다. 또 본격적으로 글을 쓰고, 글쟁이로서 욕심이 생기니 ‘다독’의 목표가 생겼다. 그냥 읽고 끝내는 게 아니라 책리뷰 글을 쓰면서 다시 새기고, 나의 자양분으로 만들고자 때마다 기록해놓자고 다짐했다. 그림과 함께 동화글을 쓰는 시간은 나의 힐링타임이다. 살다가 우연히 깨달은 진리나 잊고 싶지 않은 경험들, 이야기 등등을 쉽고 단순한 그림과 글로 표현하는 것을 좋아한다. 내가 좋아하는 것, 필요한 것을 자연스럽게 하다 보니 나의 글감, 글도 어느 정도 가닥이 잡히기 시작했다. (나중에는 또 어떤 방향으로 갈지 모르겠지만)
글이 안 써질 때도 많다. 컴퓨터를 켜놓고 한자도 못 쓰고 ‘멀뚱멀뚱’ 몇 시간이나 허비한 적도 많고, 쓰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데 어찌 표현해야 될지 몰라 쩔쩔매다가 포기한 적도 있고, 너무 잘 쓰고 싶은 마음에 힘을 너무 ‘팍’ 줘서 이상한 이야기가 된 글 앞에 의기소침해져 다 지워버리기도 했다.
우선 편하고, 자연스럽게 나온 글이 제일 좋더라. 쓰고 싶은 이야기도 없는데 쓰려고 하면 본인도 괴롭고, 이상한 글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그래도! 일단 글을 쓰고 싶은 날엔 이런 방법을 쓴다. 녹음! 친구에게 말하듯이 오늘 하루 일을 녹음해본다. 그리고 이 방법은 글로 적지 못할 때 갑자기 떠오른 아이디어를 빨리 녹취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좋다. 또 좋아하는 사물, 인물, 장소를 그리면서 이야기를 만들고 확장하기도 한다. 또 묵상과 기도의 시간을 통해 오늘 나에게 주어진 키워드를 찾아가기도 한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는 것은 축복이고, 생각나지 않더라도 나를 추적하고, 나의 주변을 돌아보면 나만의 이야기를 만들어갈 수 있다.
모든 글쟁이들 파이팅! 얍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