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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니힐 May 11. 2020

[사색] 좋은 것과 안 좋은 것을 구별할 수 있는가

어떤 사항에 대해 좋은 점과 나쁜 점을 구분할 때 혼란스럽다. 특히 마음이 정돈되지 않은 상태에서 내가 정리하고 분별하려 할 때 내 안에 분노만 더 커질 뿐이다. 왜냐. 나쁜 것, 안 좋은 것만이 내 안의 합리화 속에서 더 도드라져 보이니까.


오늘도 그랬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구분하면 구분할수록 화가 나는 것이다. 이게 잘못됐고, 저게 잘못됐고, 용서할 수 없고, 용납할 수 없다고. 어느 순간 '씩씩'대는 나의 모습을 마주했다. 이제껏 잘 지켜왔던 평정심이 한순간에 무너지는 찰나.


'아! 전에도 이랬었지.' 순간, 예전에 동일한 장면이 떠올랐다. 연습실에서 선배는 '다시! 다시! 다시 똑바로!'를 수없이 외쳤고, 나는 붉어진 얼굴과 수치심을 들고 다시 일어나 동작을 반복했다. 비인격적인 명령이라고 생각이 들 정도로 무차별적인 반복과 다소 공격적인 말투가 마음을 상하게 했다. 집에 돌아와서 마음을 진정시키려 한 기도가 이내 그 선배의 잘못된 점을 하나하나 나열하는 분노의 지적질이 되어가고 있었다. 결국 기도를 포기하고 '씩씩'거리는 화를 식혀야만 했다.


후에 깨달은 것은, 내가 스스로 좋은 것, 안 좋은 것을 구분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것이었다. 특히 어떤 사람에 대해서 판단하고 정죄하는 것은 내 몫이 아니었다. 벌을 받아야 하는 사람은 벌을 받는 것이고,  나는 그저 나의 분량에 맞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이다. 나는 심판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순간 자유가 임했다. 내가 구분 짓지 않고, 내가 분별하지 않아도 되니 머리가 아프지도 않았다. 그저 심판은 심판자에게 맡기고, 나는 더 이상 죄를 짓지 않고, 내 안의 평화를 지키기만 하면 되는 거였다.


하지만 지금 이 시점에서는 평화를 지키기가 쉽지 않다. 빨리 해결하고 싶고, 자꾸 정리하려 하고, 판단하려 한다. '기다려! 더 나가지마.' 나의 영혼에 명령한다. 어차피 내가 지금 당장 해결할 수 없는 일들. 내가 고칠 수 없는 일일뿐. 평화를 지키며 그저 내가 해야 할 일을 묵묵히 하는 것. 그것만이 지금 내가 해야 할 일이다.




머리가 지끈지끈. 오전부터 고민거리를 안고 씨름했다. 답도 없는 지적질과 분노가 내 마음을 어지럽혔다. 다 그만두고 이전의 똑같은 상황을 다시 되새김해보았다. 잘 해결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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