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특이한 자부심 3
거의 모솔과 다름없는 신나는 29쨜 봄에 드뎌 연애다운 연애를 시작하게 됐다. 이대로 있다간 정말 연애 한번 못해보고 죽을 거 같단 생각에 부리나케 언니들과 주변 친구들에게 명함을 돌리며 소개팅을 요청했다. 열심히 어필했고, 간절하게 부탁했다.
드디어 노력 끝에 찾아온 기회. 아는 언니에게서 톡이 왔다. '좋은 사람 있는데 만나볼래?' 촉이 왔다. 이제 때가 된 것이다. 나는 빠르게 답장했다. '언니! 그럼요! 만나볼래요!ㅎㅎ 고마워요!'
소개팅 첫날, 나는 직감했다. 이 남자와 결혼할 것 같은 느낌 같은 느낌. 나쁘지 않았다. 꽤 범생이처럼 생겼지만 생각보다 재밌고, 얘기도 잘 통하고 무엇보다 편했다. 우리는 처음 만났지만 몇 시간 동안 오랜 친구처럼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나도 그도 신기해했다. 처음부터 이렇게 잘 통하는 사람이 있을까? 오전에 만나서 저녁에 헤어졌다. 간단한 자기소개부터 시작해서 이전 연애 경험, 이상형, 좋아하는 기호, 가족 소개까지... 그가 먼저 솔직하고 편하게 얘기를 꺼내자 나도 질 수 없어 많은 이야기를 하게 됐다. 재정형편(?)까지 나누고 말았으니...
아무튼 첫 만남이 나쁘지 않았고, 은근히 설레기도 했다. 그가 마음에 들었고, 잘해보고 싶은 마음이 컸다. 연락을 기다렸고, 꾸준히 성실히 그는 내게 연락을 했고, 서로의 마음이 커져가고 있음을 느꼈다. 그런데 3,4번 만난 다음에도 '사귀자'는 말을 안 한다?! 고민이 생겼다. 신중한 사람인 거 같긴 했지만 이렇게 느릴 수가... 말로는 맘에 드는 것뿐만 아니라 미래도 함께 꿈꾸는 것만 같았는데 교제하잔 말을 안 한다?!
성격 급한 나는 연락을 해서 물었다. 왜 교제하잔 얘기를 안 하는 거냐고. 내가 맘에 안 드냐고. 설마 간보거나 밀당하는 건 아니냐고. 물었다. 당황한 그는... 절대 그런 건 아니라고 하며... 본인은 결혼까지 생각하고 교제를 시작하려고 했기 때문에 신중하게 생각해보고 말하려고 했다고. 기다리게 해서 미안하다고. 이번 주에 만나서 얘기를 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흠... 그렇단 말이지?' 그럼 지금 얘기하는 건 어떠냐고 물었고. 더 당황한 그는 알겠다고 갑자기 교제해보는 거 어떠냐고 말했다. 나는 약간의 텀을 두고 잠시만 시간(?)을 달라고 하고 내가 다시 전화를 걸겠다고 했다. (너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고백을 받아낸 거 같기도 하고... 바로 대답하면 없어 보이는 거 같아서... 꼴에 자존심 강한 여자였나 봄.) 사실 생각은 안 하고 (생각은 이미 예전에 끝냈기 때문에) 한 몇 분 후에 다시 전화를 걸었다.
'오케이! 콜! 우리 교제합시다!' 이렇게 해서 우리의 만남이 시작됐다. ㅋㅋㅋ 나중에 그는 먼저 그렇게 말해줘서 고마웠다고 했다. 적절한 때에 교제를 시작하게 된 거 같아 고마워했다. 신중한 그와 스피디한 나는 적절히 티키타카를 하며 연애를 이어나갔다. 신중해야 할 때는 그의 뜻을 따랐고, 스피디한 결정을 해야 할 때는 내가 도움을 줬다.
둘 다 너무 솔직했고, 불필요한 밀당은 하지도 않았다. 대신 처음부터 너무 많은 것을 보여준 듯했다. 우린 연애 초에 많이 싸웠다. 볼 꼴 못 볼꼴을 처음부터 많이 봤다고 해야 하나? 심하게 잘 보이려 하지 않았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많이 보여주다 보니 성격도 빨리 파악됐고, 장단점도 빠르게 인식했다. '서로의 장단점을 잘 감당할 수 있을까?', '평생을 함께할 수 있을까?' 진지한 고민도 빨리 했다.
많이 싸우고, 많이 이야기한 만큼 서로에 대해서 많이 알게 됐고, 서로를 더 많이 신뢰하게 됐다. 많은 것이 달랐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고, 더 깊어지는 관계 속에서 이 사람이 아니면 안 되겠다는 확신도 생기게 되었다. 이 사람과 함께하고 싶단 생각, 믿을만한 사람이라는 생각, 결혼하고 싶단 생각까지. 3년 3개월 우리의 연애는 결국 결혼까지 닿게 되었다.
나의 솔직담백한 연애기술을 적어본다. (도움이 될지 모르겠지만 참고만 하시라~~~)
0. 연애하고 싶다면 노력하라! (기도하기, 연애할 의지 갖기, 관계망에서 찾아보기, 소개팅 열심으로 요청하기, 소개해주는 어플, 기관 활용하기)
1. 이왕이면 솔직하게 있는 모습 그대로를 보이라. (나중에 들통나는 것보다 처음부터 서로 적응해가는 게 좋은 거 같다.)
2. 시간 낭비하지 말 것. (필요한 말은 그때그때 하고, 불필요한 밀당은 하지 마시라.)
3. 건강한 대화, 건강한 싸움 많이 하라! (말하지 않으면 속내를 알 수가 없다. 건강하고 지혜로운 대화를 많이 하라! 그리고 다른 의견을 잘 조율할 것. 하다 보면 커플의 조율 방식도 찾아가게 될 것.)
4. 쌓아두지 말고 털어놓아라. (우린 너무 많이 털어놓아서 문제였지만 ;; 생각보다 꿍하니 삭히고만 있는 커플도 많더라...)
5. 상대가 힘들어하고 싫어하는 포인트 기억하기! (상대가 중요하게 여기는 포인트가 있을 것! 그것은 꼭 기억해뒀다가 맘 상하지 않도록 주의하자!)
6. 거짓말하지 말아라. (하다 보면 습관 되고 부풀게 되는 거짓말. 오래가고 싶다면, 신뢰를 쌓고 싶다면 사소한 거짓말이라도 피하자!)
7. 그의 인생 라이프, 가족 이야기도 귀 기울여 들어라. 그 인생과 삶이 곧 그를 만들었으리라~ (그의 가족, 그의 삶을 총체적으로 듣고 나면 그의 성향, 행동양식 등 이해가 된다.)
8. 그와 말이 잘 통하는지 보라! (대화가 안 통하고 결이 다르면 오래가기 힘들다. 외적인 매력뿐만 아니라 내면의 무언가가 잘 통하는지 보라!)
9. 상대의 장단점을 파악하고 내가 감당할 수 있는지 진지하게 고민하라. (결혼까지 생각한다면 정말 진지하게 고민해야 함. 상대의 단점을 끝까지 안고, 책임지고 갈 수 있는지)
10. 결혼 후 문제 될 것 같은 사항은 미리미리 의논하라. (딥하지 않은 선에서 중요한 사항은 미리미리 언급하고 의논하는 게 좋다.)
11. 일단 둘이 잘 맞으면 장땡. 둘이 잘 감당할 수 있으면 장땡. 누가 뭐라 해도 둘이 행복하면 장땡. (남의 시선, 남의 조언에 팔랑거리지 말자. 나 자신의 내면의 소리가 가장 중요.)
12. 확신이 있다면 힘들어도 끝까지 포기하지 말아라. (한 명이라도 끝까지 손을 놓지 않으면 만남은 이어진다.)
13. 둘의 문제는 둘이 해결하는 게 가장 좋다. (남의 말에 너무 휘둘리면 정작 본질적인 문제 해결이 어렵고, 산으로 가기 십상.)
14. 건강한 연애를 하고 있는지 늘 자문하고 점검하기. (질투, 집착, 피해의식, 스킨십 등 심해지면 문제가 된다. 초장에 건강한 발란스를 유지하도록 노력하자. 나 자신과 상대를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