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부심 : 노 스트레스, 소박하고 행복한 결혼 준비

조금 특이한 자부심 4

by 미니힐

"알았어! 알았다고! 그만 화내고 풀어!
언제가 좋아! 이날이 좋겠네. 7월 7일! 됐지!"

"...그...래"

두 남녀는 집 앞 놀이터에서 옥신각신 하다가 결혼 날짜까지 잡았다. '이런 식으로 해도 되는 거겠지?' 여자는 속으로 의구심을 품으며 눈물을 닦으며 결혼 날짜를 메모했다.

이 커플은 이렇게 결혼 날짜를 잡았다. 남자는 조금만 더 회사에 적응하고 돈을 모아둔 다음에 결혼하자고 했고, 여자는 돈 상관없다고 취업하면 결혼한다고 했으니 결혼을 준비하자고 했다.

연애 3년 차. 처음부터 결혼을 전제하에 교제를 시작했기에 여자는 빨리 결혼하고 싶었다. 성향상 안정적인 가정을 빨리 이루고 싶었고, 어떤 커리어보다 아내로서 현명한 가정생활, 취미생활에 더 관심이 많았다. 현실적인 남자는 회사에서 더 입지를 세우고 돈도 더 모은 다음에 안정적으로 결혼을 준비하고자 했다.

여자는 결혼을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만날 때마다 여자의 극성에 시달린 남자는 결국 시간을 앞당겨 결혼 날짜를 잡았다.

이는 우리의 결혼 에피소드다. 사실 멋지게 프러포즈받고 결혼을 준비한 게 아니라 우리집 앞 놀이터에서 울며 싸우다 결혼 날짜를 잡았다. 나는 진심 빨리 결혼을 하고 싶었다. 좀 더 지혜롭게 얘기했으면 좋았겠지만 결국 울고 싸우며 날을 잡았다. 당시에는 날을 잡고서도 이렇게 결혼 준비를 시작해도 되나 의구심이 들었지만 결과적으론 후회는 없다. 더 늦어졌으면 나는 여러모로 힘들었을 것이다.

우리는 현재 가지고 있는 재정을 파악했고, 예비 신랑은 전셋집과 대출을 알아보고, 나는 결혼식과 살림살이를 준비하기로 했다. 그 이후부터는 감사하게도 스무스하게 진행됐다. 양가 가족도 크게 간섭하지 않으시고, 우리 둘에게 결혼을 맡기셨다. (물론 그래서 받은 것도 없다.)


무료 웨딩홀 Pick
날짜를 잡았으니 결혼식장을 빨리 예약하고자 했다. 이곳저곳 서치하다가 갑자기 예비 신랑의 대학교 웨딩홀이 떠올랐다. 거기 출신학교면 할인이나 무료 안 되나? 바로 전화해서 문의해보니 졸업생은 대여료 무료! 식대는 20% 할인. 인터넷으로 검색해보니 홀도 무척 예쁘고 밥도 맛있다는 평! 교통도 무난하고 지리적으로도 적절해 바로 상담을 잡아놓았다. 상담은 직접 웨딩홀에 가서 얘기를 듣고, 시식까지 하며 진행됐다. 다행히 이른 예약이라 우리가 원하는 날짜, 시간대로 픽스할 수 있었다. 이로써 웨딩홀은 클리어!


최저가 스드메 패키지 올레~! 90만 원대
두 번째 스드메 (스튜디오, 드레스, 메이크업)를 알아볼 차례. 웨딩홀 패키지는 너무 비쌌다. 개인적으로 스몰 웨딩도 생각해봤는데... 드레스 따로, 스튜디오 따로, 메이크업 따로, 웨딩홀 따로 하나씩 알아보는 게 더 골치 아프고, 돈이 더 많이 들어갈 기세. 그래서 저렴한 스드메 패키지를 찾아보았다. 마침 웨딩 박람회들이 많이 있었고, 그중 눈여겨보던 한나웨딩 박람회가 있어 찾아갔다. 염치 불고하고 가장 저렴하고 가성비 좋은 패키지 있으면 추천해달라고 했다. 인터넷에서 본 최저가와 거의 흡사한 패키지를 추천받았고, 마음에 들었다. 내가 선택한 패키지는 스튜디오 촬영 없이 드레스, 메이크업, 식 당일 웨딩촬영 패키지였다. 드레스 업체, 메이크업 업체, 촬영 업체까지 다 선택한 후 마지막 드레스 선정만 남겨두고 계약했다.

드레스도, 메이크업도, 촬영도 넘 맘에 들었다

발리 신혼여행 패키지 200만 원대
박람회에서 신혼여행 상담도 진행하고 있었는데 간 김에 원스톱으로 다 계약하고 끝내버리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하지만! 신중한 우리 예비 신랑 덕분에 한번 더 생각하고 계약을 맺었다는! 신혼여행은 소중하니까요~ 최종적으로 신혼부부 대상 패키지로 발리 풀빌라 4박 6일로 했었는데...비추. 우리가 해외여행을 안 다녀봐서 편하게 패키지로 했는데 관광 선택지도 너무 적었고, 갔다 온 곳도 그렇게 맘에 들지 않았다. 그냥 풀빌라가 가장 좋았음. 아 마사지도 좋긴 했음.


정말 self 셀프웨딩촬영
스튜디오 촬영 대신 우린 셀프로- 삼각대, 스마트폰, 의상, 헤어, 메이크업, 간단한 소품을 준비하고 선유도로 떠났다. 우리의 야성과 패기의 작품! 나름 결과물에도 만족하고 좋은 추억(?)이라기엔 좀 많이 힘들었지만 그래도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었었다. (중간에 삼각대가 부러져서 여동생을 불러 sos 한 게 신의 한 수.- 그래서 더 퀄리티 있는 사진이 나옴.) 그야말로 맨땅에 헤딩식으로 셀프웨딩사진을 찍었는데 나름대로 성공적!


청첩장, 식전 영상 만들기
늦지 않게 청첩장을 돌리려면 미리미리 청첩장을 의뢰해 놓아야 한다. 청첩장은 한나웨딩과 연계된 업체에서 할인받고 만들었고, 식전 영상은 무료로 셀프 편집 플랫폼에서 만들었다. 식전 영상은 식전에도 나오고, 축가 할 때도 나왔는데 내가 편집한 영상이 잘 나오니 식 당일날 매우 뿌듯했다.


양가 부모 한복 대여 각각 40만 원대 / 예비 신랑 맞춤 한복 70만 원대
결혼식 당일 양가 어머니 의상을 한복으로 하기로 함. (시어머님의 의견 적극 반영) 원하시는 한복 가게가 있으셔서 고민 없이 Go Go. 시어머님과 친정어머님 한복 피팅해보시고 곱고 예쁜 한복으로 대여! 두 분이 같이 맞춰서 하니까 색깔도 조화롭고 보기에도 좋았다. 식 당일날 어머님들 사진이 무척 예쁘게 나와서 대만족. 신랑도 웨딩업체 양복을 대여할까 하다가 이번 기회에 제대로 된 맞춤 양복을 하기로 함. '누나가 쏜다!' 맞춤 양복 하나 해주고 두고두고 생색냈다. 그래도 남자가 괜찮은 양복 하나 있으니 결혼식 갈 때, 예식복 필요할 때 유용하다.


에 쏙든 2부 드레스 소장! 7만 원대
식 끝난 후 식사 시간에 인사드릴 때 입을 2부 드레스를 한복으로 할까, 드레스로 할까 고민하다가 인터넷 쇼핑으로 예쁜 드레스 하나를 장만했다. 저렴하고 너무 예뻤어서 대만족. 매년 기념일마다 입을 거 생각하고 구매했는데 화려해서 잘 입어지지 않는다. 나중에 그냥 옷 기부함. 사진을 못 남겨서 너무 아쉽다. 너무 예쁘고 은근 섹시해서 예식복으로 굿굿.

아몽스타 쇼핑몰에서 사진 데려옴. 언발란스 드레스


셀프 미용관리 + 전문가의 손길
결혼 5일 전부터 부랴 부랴 팩을 하고 잤고, 네일도 그냥 셀프로 드레스와 어울리는 색으로 꼼꼼히 발랐다. 그런데 팩한 수고가 무색할 만큼 식 전날 잠을 잘 못 자서 당일날 피부가 넘나 푸석푸석한 것... 그래도 전문가 손길로 나는 새로 거듭났고, 나 자신에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반했었다. 결혼 메이크업은 처음이라... 원체 화장을 잘 안 하는 스타일이라... 메이크업에 너무 만족스러웠다. (쉽게 만족하는 고갱님) 어도 깔끔하고 우아한 느낌적인 느낌. 대만족!!!


결혼식 당일 Check
최소 결혼 두 달 전 사회자, 주례자 선정해 부탁하고, 당일에 사례비를 미리 준비해둔다. 도움 주신 사회자(남편 선배), 주례자 (아빠 교회 목사님), 가방순이(내 친구), 영상촬영자(내 친구), 축가자(신랑, 신부 각 지인), 축의금 담당 (친척 또는 친구), 이모님까지. 감사한 마음 담아 적당히 사례비를 챙겨드린다. 그리고 미리 식사비 지출 비용도 대략 계산해놓고 식 끝나고 바로 정산.

행복하고 감사했던 결혼식
혼 전날까지 너무 많은 생각과 걱정을 했지만 식이 마무리되는 시점에 너무 감사하고 울컥했다. 난생처음 드레스를 입어보고 사랑하는 가족, 친구, 동료, 지인들에게 둘러싸여 축복받으며 새출발을 공표하는 이날. 축하해주는 이들의 표정, 아름답다 말해주는 친구들, 뿌듯하게 미소 지으며 손뼉 쳐주는 가족들. 이들의 얼굴과 표정으로 행복한 마음이 몽골몽골 피어올랐다. 그리고 내 손을 꼭 잡고 옆에 서 있는 든든하고도 사랑스러운 남편. 이제 혼자가 아닌 둘이, 사랑하는 이들 앞에서 언약을 맺고 새로운 삶을 시작하게 됐다.


결혼식을 너무 걱정했던 나에게 신랑은 이렇게 말했었다. 결혼식보다 결혼생활이 더 중요하다고. 우리가 행복하게 잘 사는 게 결혼의 목표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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