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로 즐기는 조선시대 일상 2화
한 여름의 더위가 서서히 물러가고, 부드러운 햇살이 감도는 가을의 어느 날
고즈넉한 정자에서 두 여인의 웃음소리가 은은하게 퍼져 나왔다.
웃음소리의 주인공 중 한 명인, 왕비는 기다란 담배 한 모금을 빨아들이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담배 연기는 가을바람에 살랑거리며 사라져 갔고, 따스한 햇살은 그녀의 얼굴을 부드럽게 감싸며 우아한 자태를 한층 돋보이게 했다.
왕비의 옆에는 커다란 안경을 쓴 후궁이, 담뱃대를 담배걸이에 세워둔 채 차를 음미하고 있었다.
한참 동안 이야기를 나누던 두 여인은 정자 아래에서 들려오는, 낯선 발자국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발자국 소리가 점점 가까워지자, 왕비와 후궁은 서로 눈빛을 교환하며 설렘 가득한 미소를 지었다.
마침내 발자국 소리의 주인이 모습을 드러내자, 왕비와 후궁은 반가운 듯 밝은 미소로 인사를 건넸다. 뜻밖의 손님의 등장에 대화는 더욱 활기를 띠었고, 정자는 한층 더 따뜻하고 즐거운 분위기로 물들었다. 해가 저물도록 이어진 대화는 마치 시간이 멈춘 듯 아련하고 달콤한 추억으로 궁궐을 가득 채워나갔다.
안녕하세요. 조선시대 소소한 일상 이야기를 그려나가는 미니쭌 입니다.
이번 시간에는 담배를 피우며 즐거운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왕비와 후궁을 일러스트로 만들어 봤습니다. 요즘의 담배에 대한 인식과는 달리, 임진왜란 후 조선에 담배가 처음 들어왔을 때는, 남녀노소 불문하고 모두가 담배를 피웠다고 합니다. 그 이유는 담배를 지칭하는 '남령초'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습니다.
남령초:남방으로 전해진 약효가 있는 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정조 임금도 애연가로 유명했습니다.
"여러 가지 식물 중에 사용함에 이롭게 삶에서 유익한 것으로는 남령초(담배)만 한 것이 없다"
-정조-
이렇게 왕부터 아이까지 모두가 담배를 사랑하다 보니, 남들과는 다른 특별한 담배를 피우고 싶다는 욕망이 나타납니다. 이른바 '명품 담배'의 등장인데요. 조선시대에는 담배를 피우기 위해 쌈지와 담뱃대 등 다양한 휴대용품을 들고 다녀야 했습니다. 특히 담뱃서랍 또는 초합이라 불리는 담뱃갑을 들고 다녀야 했는데, 이번 일러스트에 등장하는 회색 네모난 상자가 바로 그것입니다. 이 담뱃갑은 뚜껑을 닫으면 밀폐되어 담배의 향을 잘 유지시켜 주었다고 하네요.
담뱃대 역시 처음에는 소박하게 대나무로 제작되었지만, 점점 고급화되어 갑니다. 더불어 담뱃대의 길이로 신분의 높낮이를 가늠할 수 있게 되었는데요. 길면 길수록 권력의 상징으로 여겨졌다고 합니다.
이번 그림에서는 이런 내용을 담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며 호화롭게 담배를 피우고 차를 마시는 왕비와 후궁의 모습, 어쩌면 이들이 가장 크게 사치를 부릴 수 있는 위치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사실 담배는 지금보다 더 길어야 했지만, 너무 길면 구성이 어색해져서 T T 두 사람의 차이를 느낄 수 있는 정도에서만 작업을 해봤네요.
조선시대 담배에 대해 좀 더 알아보고 싶다면
https://minirecord.tistory.com/3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