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로 즐기는 조선시대 일상 3화
"갈 수 있다... 없다.... 있다..없....ㄷ.."
어디선가 들려오는 중얼거림을 따라가 보니, 관아의 높은 벽 기와에 앉아있는 젊은 관리가 있었다. 그는 나뭇가지에 붙어있는 잎을 하나씩 뜯어내며, 자신의 운명을 점치고 있었는데, 그의 이름은 이도영, 평생의 소원은 금강산 여행이었다. 하지만 조선의 엄격한 규정은 개인적인 힐링이나 휴식, 여행을 이유로 한 휴가는 허락하지 않았다.
수없이 내밀었던 그의 휴가 신청서는 늘 같은 결말을 맞았다. 붉게 그어진 X표시와 함께 찍힌, 임금의 확인 도장이 그의 희망을 짓눌렀다. "금강산... 언젠가는 꼭 가고 말겠어."
화창한 가을날, 도영은 손에 쥐고 있던 나뭇잎을 내려놓으며 하늘을 바라봤다. 그의 눈엔 단풍과 가을빛으로 물든 금강산의 풍경이 아련하게 떠올랐다. 하지만, 이번 도전의 결과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휴가 신청서는 또다시 반려되었고, 실망감이 밀려왔다.
그러나 그는 고개를 떨구지 않았고, 두 손으로 반려된 신청서를 접어 품에 넣으며, 다시 마음을 다잡았다. 금강산으로 향하는 길이 멀고 험하더라도, 결코 멈추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벽에서 내려온 도영은 묵묵히 관아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의 뒷모습에는 지칠 줄 모르고 도전하는 사람의 결의가 짙게 배어 있었다.
"다음번엔, 반드시 허락받고 말겠어."
안녕하세요. 조선시대 소소한 일상 이야기를 그려나가는 미니쭌 입니다.
이번 시간에는, "금강산 여행을 꿈꾸는 조선시대 직장인의 이야기"를 일러스트로 만들어 봤습니다. 조선시대를 공부하다 보니, 조선시대에도 휴가가 존재했지만, 개인의 휴식 혹은 여행의 이유로는 휴가를 사용할 수 없었다고 하더라고요. 이 사실을 알게 되니, 조선시대 많은 사람들이 가고 싶어 하던 꿈의 여행지, 금강산이 떠올랐습니다. 그래서 만들어 보게 되었습니다.
조선시대 관리들은 하지나 동지처럼 한 달에 2번 있는 절기에 휴가를 받았다고 하더라고요. 연간 1~3회 정도 지방에 거주 중인 부모님을 찾아뵐 수 있는 부모 방문 휴가도 사용할 수 있었으며, 지방 방문은 일주일을 기준으로 왕복 거리를 감안해서 휴가 기간을 추가로 지급받았다고 해요.
또한 조선시대에는 조상의 묘를 굉장히 소중하게 생각했기 때문에, 당상관 이상의 고위 관료들은 조상의 산소를 돌본다는 명분으로 5년마다 '소분'이라는 휴가를 받기도 했다고 합니다. 이 외에도 선왕의 제사일 같은 국경일에도 쉴 수 있었다고 합니다.
조선시대 관리들의 연간 정기 휴가 일수는 약 38일로, 정기휴가의 경우 결제를 올릴 필요가 없었지만, 갑자기 쉬어야 할 경우에는 일종의 휴가 신청서라고 할 수 있는 정사 또는 소지라는 문서를 제출해 결재를 받아야 했습니다. 중앙 관리들은 승정원을 통해 국왕의 결재를, 지방관은 관찰사의 결제를 받았습니다.
휴가의 목적이 개인의 힐링 또는 여행이 될 수 없었다는 게, 지금으로 생각하면 참 고달픈 직장생활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네요 ㅎㅎ
조선시대 직장인의 삶이 궁금하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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