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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니멀 사남매맘 Feb 17. 2023

동일본대지진이 알려준 미니멀라이프의 시작

깨달았을 때 실천할 걸

20대의 마지막 해, 일본에 가서 살기 위해 워킹홀리데이 비자를 받아 무작정 떠났다.

동일본 대지진이 일어난 2011년, 12월에 겁도 없이 혈혈단신으로 일본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주위에서 많은 걱정들을 해주었지만 나에겐 목표가 있었기에 뒤돌아보지 않고 갔다.

기회가 생겨 피해지역에 자원봉사를 하러 가게 되었다.

구호물품들을 가설주택에 사시는 분들께 전달하기도 하고 피해 입으신 분들을 초대해 한국음식으로 대접했다.

한국 문화 공연들을 하며 자그마한 위로의 마음을 전하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큰 배 한 척이 마을 입구에 떠밀려와 우두커니 서있는 모습들과 쓰나미로 인해 폐차된 차들이 겹겹이 쌓여 있는 모습을 보며 그때 당시의 상황을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해 볼 수 있었다.

자연재해 앞에서 아무것도 손 쓸 수 없는 인간의 한계를 느끼며 얼마나 무서웠을지, 고통받았을지 감히 상상해 보았다.

그때 당시, 한일 부부의 집에서 지내고 있었다.

일본인 남편분은 동일본 대지진으로 인해 미니멀라이프가 한참 유행하고 있을 때여서인지 정리정돈에 대해 강조하셨다.

매일 물건들을 비워내고 정리하기 시작하셨다.

나도 같이 비워내기 시작했지만 금세 나의 방은 필요보다는 욕구로 채워진 짐들로 가득해졌다.

피해지역에서 가설주택에 사시는 분들의 생활들을 봤으면서도 나의 삶은 쉽게 변하지 않았다.

그저 나의 생활에 편리함을 줄 것 같은 물건들로 방을 가득 채워가며 2년 여 시간 동안 여러 가지

일들을 하며 지냈다.

지진도 몇 번 경험했는데 서랍장 위에 놓았던 액자가 떨어진 것을 보며 ‘물건이 많으면 위험하구나’라고 생각만 하고 그냥 또 평소와 다름없이 생활했다.

알고 지내던 남편을 일본에서 만나게 되어 결혼을 약속하고 귀국하게 되었다.

일본생활할 때의 짐들을 한국으로 보내려 하니 해외발송 택배비가 만만치 않았다.

처음 갔을 때는 캐리어 하나로 갔던 것 같은데 '무슨 짐을 이렇게나 많이 가지고 살았는지' 후회가 되었다.

웬만한 것들은 다 비운다고 비웠지만 택배는 택배대로 보내고 결국 캐리어 두 개를 가득 채워 귀국했다.

아쉽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미니멀라이프는 내 삶에 크게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 제대로 내 삶에 미니멀라이프가 들어왔다면 ‘지금처럼 살고 있진 않았을 것 같은데.. ‘라는 후회가 되지만 지나간 일이니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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