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사다가 환경까지 생각한 이야기
행정복지센터에 갈 일이 있어서 첫째, 둘째와 자전거를 타고 가려고 집을 나섰다.
둘째 딸이 자전거가 작다며 사달라고 눈물을 보였다.
유치원생이 탈만 한 자전거를 8살 딸이 타고 있긴 했다.
’ 사줘야 하는데..‘라고 생각만 하고 이사 가면 사주려고 했다.
집이 나가지 않아 생각보다 이사가 늦어져 11개월째 살고 있다.
결국 자전거를 알아보기로 했다.
남편은 작은 아이들에게 물려줄 것까지 생각해서 좋은 거 사서 오래 태우자고 했다.
좋은 거라 하면 우리 때의 삼천리 자전거?.
그거밖에 아는 게 없기도 하다.
새 자전거는 터무니없을 정도로 고가였다.
이렇게 비싼 자전거를 사면 왠지 잃어버릴 것 같기도 하고 고장나기라도 하면 마음이 쓰릴 것 같았다.
굳이 새 제품을 사야 할까 싶었다.
4남매의 물건뿐 아니라 우리 집의 물건 중에 새 제품이 많지 않다.
거실 식탁, 의자, 피아노, 독서대,
안방 벽걸이 에어컨, 책장, 책, DVD플레이어, TV,
작은 방 장난감통, 장난감. 의자,
또 다른 작은 방의 토퍼, 헹거, 프레임 등 중고제품들이다.
주방에는 결혼 11년 차라 새 제품들이 들어왔다.
인덕션, 밥솥, 요구르트 메이커 등등.
생활비 미니멀도 실천하고 환경을 위해 새 제품보다는 중고제품을 이용하고 있다.
새 제품을 부득이하게 하야 한다면 좋은 제품을 사고 오래오래 사용한다.
당근마켓을 열심히 들여다보았다.
중고거래로 올라온 자전거들도 가격이 꽤 되었다.
폐자전거 재생해서 판다는 이야기도 들어서 검색해 봤는데 우리 지역에는 구매가능한 자전거가 없었다.
요즘 날씨가 좋아 큰 아이들이 나갈 때마다 자전거를 타고 싶어 한다.
큰 아이는 옆집에서 사용하지 않고 몇 년간 묵혀둔 자전거를 물려받아 탔다.
손잡이에 고무도 없고 너무 낡아서 놀이터에서 번쩍번쩍한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아이들 사이에서 너무 튀었다.
4학년이지만 아직 메이커나 좋고 나쁜 것을 잘 분별하지 못하는 아이다.
다만 내가 같이 다니기가 좀 창피할 정도??^^;
큰 아이 것도 바꿔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남편 말대로 중고도 비싸니 새 제품을 사야 하나 고민하던 찰나에 당근에 삼! 천! 리! 자전거 2대가 한 대 값도 안 되는 금액으로 나왔다.
초등학생용 120-140cm 가능.
1대 60,000원 2대 100,000원.
’ 우와 이거 완전 우리 거다!!‘
또래에 비해 키가 작은 우리 아이들에게 딱인 자전거다. 큰 아이는 키 커지면 내 거 타면 되니 지금 딱 탈 수 있는 자전거다.
딸 자전거는 10번도 안 탄 자전거라고 한다.
우리 딸의 눈물을 하늘에서 보았나 보다.
감동이고 감사했다.
남편 쉬는 날 가지러 가려했는데 22인치라 승용차에는 들어가지 않는다고 SUV냐고 연락이 왔다.
판매자와 4km 정도의 거리라 아이들과 버스를 타고 가서 자전거 타는 아이들 뒤에서 뛰어오면 되겠다 싶었다.
감사하게 내일 오전에 남편 쉬니까 가져다주시겠다고 했다.
이렇게 좋은 제품을 저렴하게 내놓으셨는데 가져다주신다고까지 하시니 감사했다.
샤인머스켓을 아주 저렴하게 구매해서 조금 싸서 집 앞에서 자전거 판매자를 기다리고 있었다.
오늘이 재활용 분리수거하는 날이라 환경미화원분들이 쓰레기들을 옮기고 계셨다.
쓰레기 놓으시면서 한숨을 푹푹 내뱉으셨다.
“이 집 사시는 거예요? 분리수거 좀 제대로 해주세요.”
’앗. 이렇게 당황스러울 수가.‘
“저는 잘하고 있는데 윗집에 얘기하기가 좀.. 그래요. “
라고 소신발언을 했다.
(분리배출 어떻게 하는지 검색까지 해가며 버리는 입장인지라 조금 억울했다. ㅋㅋ)
“윗집에도 주변에도 분리수거 잘해주시라고 얘기해 주세요. 이 골목으로는 차도 못 들어오니까 손수레라도 놓아주세요.”
“아, 네. “
얼마나 힘드실지 생각하니 누구라도 만나면 얘기하고 싶으셨을 것이다.
내가 봐도 이 동네 쓰레기 배출 모습을 보며 놀랄 때가 한두 번이 아니기 때문이다.
주택으로 이사 오기 전에는 아파트에 살았고 그전에는 중국에서 살았다.
중국은 분리수거하는 문화가 없다가 우리가 한국에 올 때쯤 한참 재활용이 시작되고 있었는데 페트병, 캔 등을 수거하는 기계를 두어 포인트를 쌓도록 하고 있었다.
결혼 전 일본에 살 때는 엄격하게 분리수거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을 보았다.
이 지역은 시골이라 (지역 비하하는 건 아니다.) 그런가 주택가라 그런가 할아버지, 할머님들이 많으셔서 그런가 아파트 살 때 보다 확실히 분리수거가 잘 되지 않고 있다.
기저귀, 신발, 옷 등을 재활용 봉투가 아닌 그냥 비닐에 버린 것도 보았다.
스케치북의 철사도 분리하지 않고 종이쓰레기로 버리고, 재활용 쓰레기들을 담은 비닐을 묶지 않고 버려져 바닥에 뒹굴거리고 있는 것도 많이 봤다.
일하시는 분들과 환경을 위해서라도 분리배출을 잘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자전거 2대가 들어왔으니 기존에 있던 무료 나눔 받은 작고 낡은 자전거 2대를 비워냈다.
정리수납 일을 하러 갔을 때도 많은 분들이 분리수거하는 방법을 물어보셨다.
어떻게 버려야 할지 모르니 ’ 나중에 버려야지 ‘ 하고 쌓아놓은 물건들이 창고나 팬트리에 가득했다.
옆집 할머님이 리모델링 공사해서 친정에 가신다고 고무통 몇 개 우리 집 마당에 놓아둬도 되냐고 하셨다.
“저희도 이사 갈 예정이라.. ”
말을 흐렸더니 다음에 오시는 분들께 얘기 잘하겠다고 하셔서 그러시라고 했는데 글쎄 한 뭉텅이 놓아두셨다.
’ 어쩌지?‘
‘할머님도 혹시 어떻게 비워야 할지 몰라서 이렇게 쌓아두신 걸까?..’
최근 강의에서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다.
카페에서 사용하는 일회용 플라스틱 컵이 재활용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재질이 좋지 않은 것이라 오히려 재활용 기계를 망가트린다고 한다.
천 개 정도 모아서 버려야 재활용이 가능하다고 환경부에 확인까지 해서 들었다고 한다.
일회용 컵보다는 텀블러 사용을 적극적으로 권했다고 한다.
그 대신 텀블러도 자주 사는 것보다 하나를 오래 쓰는 게 좋다고 다른 강의에서 들었다.
나와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인데 환경오염의 주범이 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자전거도 폐자전거가 많다고 하는데 쓸 만큼 쓰고 고장 나고 더 이상 사용하기 어려운 정도가 되어 양심의 가책은 있었지만 비워냈다.
‘내 손 안의 분리배출’ , ‘빼기’ 앱을 이용하면 분리배출 방법이 자세하게 설명되어 있다.
주로 ‘빼기’ 앱을 이용하고 있는데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은 편의점에서 대형폐기물 스티커를 구매할 수 없다.
행정복지센터까지 가서 구매해야 하는데 ‘빼기’ 앱을 이용하면 결제까지 되고 예약번호만 폐기물 위에 써붙여 집 앞에 놓으면 되어 편하다.
물건 하나를 들일 때도 신중에 신중을 더해야겠다고 다짐하게 되었다. 버릴 때를 생각하고 더 이상 쓰레기가 될 만한 물건은 들이지 않기로 스스로와 약속하기로 했다.
잘 쓰고 오래 쓰고 꼭 필요한 물건들을 구매할 것이다.
늘 필요와 욕구를 생각해 보고 물건을 들이는 연습 중이다.
쉽지 않지만 비울 때는 올바르게 비울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미세 플라스틱으로 생태계뿐 아니라 우리에게도 피해가 있는 요즘. 내가 할 수 있는 부분에서 환경을 위해 노력해 보기로 다짐해 본다.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엔 뭐가 있을까?’
아이들과 나갈 때 물 챙겨 다니기, 대나무 칫솔 사용하기, 장 볼 때 플라스틱에 담긴 것 덜 구매하기, 정리한다고 플라스틱 수납 바구니 새로 사지 않기, 분리수거 제대로 하기, 가급적 새 제품보다는 중고제품 사용하기, 안 쓰는 콘센트 뽑기, 양치 컵에 물 받아 사용하기, 천연수세미 사용하기, 바디바, 비누바 사용하기, 장 보러 갈 때 장바구니 챙기기 등등..
‘생각보다 많은 부분에서 소소하게 할 수 있는 일이 많네.’
아이들이 와서 자전거 타고 신나 할 모습 상상하니
기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