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멀리스트에게 최고의 선물은?
정리할 물건이 많다는 것은 참 감사한 일이다.
풍요롭게 지내고 있다는 것을 대변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 집에는 아이들이 4명 있다.
어린이집에서 생일파티를 하면 선물을 받아온다.
우리 아이들도 다른 친구들 생일 때 선물을 한다.
대부분의 친구들은 1,2명 있는 집들이지만 우리 집은 4명이니 받아오는 선물의 양이 어마어마하다.
초4, 2학년이 된 큰 아이들 어린이집, 유치원 다닐 때 받아 온 선물들이 아직도 수납장에 가득하다.
연필, 색연필, 사인펜 등등 수없이 많다.
특히 연필은 아이들 모두 대학 때까지 쓰고도 남을 만큼 있다.
첫째,둘째 때 받은 선물들은 일일이 다 뜯어버려서 누구에게 주기 어려운 상태이다.
셋째, 넷째가 받아오는 새 제품들은 모두 꺼내지 않고 필요한 것만 사용하고 나머지는 수납장에 모아둔다.
다른 아이들 생일 때 새로 사지 않고 다시 나눔 할 때도 있다.
조금씩 쓰다가 만 크레파스는 이미 몇 차례 당근마켓에서 나눔 했다.
어느 할머니께서 손녀한테 크레파스 주려고 한다며 나눔 받아가셨다.
할머니는 손녀를 생각하는 마음으로 나눔 받아가셨지만 손녀와 엄마가 좋아할지 염려가 되긴 했다.
남이 쓰던 물건을 받아서 딸에게 가져다준 엄마에게 괜한 핀잔을 주진 않을지..
나 역시 며칠 전에 엄마가 몇 달 만에 우리 집에 놀러 오셨다. 사시는 아파트에서 모르는 분이 버리려고 한 자세교정 좌식 의자를 받아서 가져오셨단다.
언니네 먼저 들러서 오셔서 언니가 쓰던 물건 받아오신 것인가 싶어 여쭤봤을 때 얘기해 주셨다.
’ 엄마 제발;; ‘
그러지 마시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우리 아이들이 그 의자에 앉아 도란도란 노는 모습을 상상하며 받아오셨을 모습을 생각하니 감사했다.
‘그래도 남이 버린 물건을 가져다주지는 마세요. 필요하면 제가 알아서 채워둘게요’라고
목구멍까지 넘어오는 마음속의 말을 입 밖으로 꺼내지 않고 아이들이 뒤로 넘기며 바닥에 머리를 부딪히는 모습을 보고 바로 비워냈다.
‘왜 남이 쓰던 물건을 받아오셨지? 미니멀라이프 하는 거 아시는데 왜 그러셨을까?’
곰곰이 생각해 보니 딸인 내가 몇 달 전에 목디스크 판정받았다는 걸 들으시곤 걱정이 돼서 그러셨나 보다.
다시 엄마의 마음을 돌아보니 내 생각해서 그러신 건데 볼멘소리를 한 것 같아 죄송스러웠다.
요즘 59만 유튜브 <정리마켓>에서 출간한 <나를 돌보기 위해 정리를 시작합니다>라는 책을 읽고 있다.
많은 분들의 정리 철학과 노하우를 담은 책이다.
그중에
“정리할 물건이 많다는 것은 감사해야 하는 일이다. “
라는 문장을 보며 반성했다.
감사의 시선으로 물건을 바라볼 때도 있었지만 그렇지 못할 때도 많았기 때문이다.
물건 정리하며 힘들어하던 때도 있고 다 갖다 버리고 아무것도 없이 살고 싶은 마음이 들 때도 있었다.
이렇게 풍족하게 누리고 살 수 있음을 감사해야겠다는 생각을 다시금 하게 되었다.
누군가 나와 가족을 생각하며 베풀어 준 호의를 누리며 살 수 있음에 감동하고 감격하며 살기로 했다.
우리 집에 내가 필요해서 구매한 물건 이외에 많은 물건들이 제 발로 걸어 들어온다.
원하지 않는 물건들일 때도 분명 있다.
친구가 우리 집에 놀러 오면서 남편이 입던 티셔츠 2장을 나보고 집에서 입으라고 줬다.
남편이 아담한 사이즈라서 내가 넉넉히 입을 수 있기에 나를 생각해 가져와줬다.
저번에 놀러 갔을 때는 친구에게 작아진 옷들을 챙겨줬다.
미니멀라이프 하는 걸 알고 있지만 옷이 너무 없어 보여서 챙겨주고 싶었나 보다.
그중에 입을 것 같은 것만 남기고 나머지는 기부했다.
미니멀라이프한다고 물건들을 바라보는 시선을 너무 나쁘게만 바라보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그 물건 속에 주신 분들의 성의와 정성이 깃들어 있기에 감사함으로 받고 필요하지 않은 것이라면 나도 누군가에게 나눌 수 있으면 되지 않는가?
풍요롭게 사는 삶을 한탄하며 많은 물건으로 힘들어하던 때를 반성했다.
이제는 조금 더 유연한 미니멀라이프를 하고 싶다.
새로운 물건들이 들어오면 기존의 물건 중에서 불필요한 물건들이 있지는 않은지 돌아보며 균형을 맞춰갈 것이다.
작년에 tvN신박한 정리의 (주) 새 삶 이지영 대표님의 41만 유튜브 <정리왕>에 출연했다.
그때 나에게 가장 좋은 선물은 뭐냐고 물어보시던 것이 생각났다.
나에게 가장 필요하고 좋은 선물은 상대방과 함께 하는 ‘시간’이다.
함께 만나서 밥 먹고 차 한 잔 하며 그동안의 밀린 수다 떠는 시간이 손에 잡히는 선물보다 좋다.
아이들이 많다 보니 그동안 관계를 유지하던 친구들과의 만남이 확연히 줄어들었다.
그저 나를 만나려고 시간을 내주고 잠깐이라도 얼굴 보고 안부 나눌 수 있다면 4남매맘에게 그것만으로 더 큰 선물이 있을까 싶다.
미니멀라이프를 하며 선물의 관점 또한 바뀌었다.
당신에게 최고의 선물은 무엇인가?
내가 좋아하는 사람에게 무슨 선물을 하고 싶은가?
꼭 필요한 물건이 아니라면 함께 하는 시간을 선물하는 건 어떨까?
아이들에게도 장난감, 물건 선물보다 함께 하는 시간, 특별한 경험을 선물하는 건 어떨까?
아이들은 그 어떤 장난감보다 그 누구보다 엄마 아빠와 눈 마주치고 몸 부대끼며 노는 걸 좋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