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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니멀 사남매맘 Nov 15. 2024

미니멀라이프 해도 책은 못 비워?!

책 왜 못 비울까?

미니멀라이프를 주제로 한 독서모임을 시작했다.

정리로 힘든 분들과 함께 책에서 동기부여 받으며 시작하고 싶었다.

같이 책을 읽고 나누며 실천하려는 모임을 만들었다.

막상 모인 멤버들을 보니 운영하고 있는 비움정리 챌린지에 참여하고 있는 분들과 고수 미니멀리스트였다.

독서모임을 열고 나서 다시 생각해 보니 정리로 힘들어하는 분들은 독서모임에 참여할 것 같지 않았다.

나 또한 미니멀라이프 시작하기 전에는 독서모임은 꿈도 못 꿨다. 하루 종일 어지럽혀진 집을 정리하며 힘겨워하며 시간을 보냈기에 책을 손에 쥘 여유가 없었다. 생각이 조금 짧았다 싶었다.

모임에 참여하신 분들과 함께 나눔을 하니 모두가 간절히 원하는 미니멀라이프를 실천하는 과정 속의 어려움들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챌린지 1기 때부터 함께 한 인스타 친구님은 이제 더 이상 비울 게 없는데 책이 가장 비우기 어렵다고 한다.

나 역시 책이 비우기 어려운 부분이지만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것이 있다.

읽지 않고 책장에 꽂아둔 책은 다른 주인을 간절히 만나고 싶어 할 것이라는 것이다.


‘책은 읽힐 때 역할을 다 하는 것이다. ’


책에 역할을 부여해 줄 수 있도록 책을 다른 주인에게 즐거운 마음으로 보내주자.

너무 새 책이라 아깝다면 중고판매를 해도 좋고, 나눔과 기부를 해도 된다. 책을 비워내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다만 내가 그 책을 책장에 꽂아둘 때 느껴지는 ‘그 어떤 마음’을 먼저 비워내야 책을 비울 수 있다.  


다른 시간 때의 독서모임에서 좁은 신혼집에서 살고 있지만 책과 문제집을 비우지 못하겠다고 했다.

왜 비우지 못하는지 내면을 바라보았더니 ‘결핍’이 있었다고 한다.

더 깊이 들여다보았더니 ’ 지적허영심‘이라는 게 있고 책을 또 너무 사랑하기 때문에 비우지 못한다고 했다.

그렇다. 우리가 물건을 버리지 못하는 내면에는 무엇인가 ’ 결핍‘이 있었기 때문이다.

안방 책장

나 또한 그렇다. 어렸을 때 공부를 왜 해야 하는지 몰랐다. 당연히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도 알지 못했다.

24살 때 공부의 이유를 알게 되었고 책을 왜 읽어야 하는지 알게 되었다.

그래서인지 우리 아이들만은 책을 어려서부터 읽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베란다까지 책으로 도배를 해놨었다.

‘책이 많아야 아이들이 책을 좋아한다.’는 말을 듣고 책이 밟히게 깔아 두었고 19평 집 거실 한쪽 벽면을 책장으로 채웠다.

그 덕인지는 몰라도 아이들이 책에 대한 거부감은 없다.

넷째 만삭 때도 누가 책나눔 한다고 하면 가지러 가고 몇 질씩 받아와 꽉꽉 채워뒀다.

지금 생각하면 왜 그랬나 싶다.

아이들이 조금 더 크고 보니 베란다에 놓았던 책들은 거의 먼지만 쌓인 채 읽지 않아 이사하기 전에 비워냈다.

아이들이 비염이 심한데 엄마가 욕심부려서 책을 채워두어 그런 건 아닌지 미안했다.


어렸을 때 책을 많이 읽지 않아서인지 말도 어눌하고 조리 있게 하지 못한다. 어휘력, 문해력이 낮아 표현력마저 부족하다. 글도 잘 못 쓴다.  

나의 부족한 부분을 아이들은 채울 수 있길 바라는 ‘대리만족, 기대감’으로 책을 쌓아뒀던 것이다.

지금은 거실 한쪽과 안방에 작은 책장 2개에 4남매의 책이 있다. 아이들은 수시로 책을 꺼내어 놀고 읽는다.

양을 줄였는데 지금 더 잘 읽는 것 같다.


미니멀라이프를 시작하고 늘 책을 읽고 있는 엄마의 모습을 은연중에 보았기 때문에 옆에서 따라 읽는 게 아니었을까? 첫째가 책을 읽으니 줄줄이 형, 오빠 따라 읽는 게 아닐까?

책을 책장에 많이 쌓아둔다고 해서 책을 좋아하는 아이들로 자라는 것 같지 않다.

책을 읽으며 행복해하고 웃고 있는 엄마의 모습을 통해 아이들이 책을 좋아하게 되는 것 같다.


우리 집 책장에는 얼마나 많은 책들이 ‘저기요 주인님 나 좀 읽어주세요’ 하며 애타게 부르고 있을까?


다시 읽을 거라며 꽂아둔 책을 다시 읽는 일은 거의 없다. 어쩌다 한 번 있긴 하지만 정말 2년에 한 번? 읽을까 말까 하다.

내 방 책장에 쌓아둔 책들을 이제는 보내주려 한다.

작은 책장 4칸과 책상 위에 몇 권 있다. 예전보다 많지 않지만 전자책 구독서비스를 신청하기도 했고, 읽고 싶은 책들은 읽고 나서 꼭 기억하고 싶은 문장들을 적어두고 비워내려 한다.

내 책장

한 권의 책에서 실행할 것 하나만 기억하고 적어두고 실천할 것이다.


’ 책은 읽힐 때 비로소 역할을 다 하는 것이다.‘

‘책을 통해 실천하고 변화하려 노력할 때 책은 할 일을 다 한 것이다. ’


이 문장들을 마음에서 되새기며 책을 비우지 못하는 나의 깊은 마음속 ’그 어떤 마음‘을 먼저 비우며 실천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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