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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니멀 사남매맘 Oct 22. 2024

미니멀라이프 물건 뿐 아니라 마음 미니멀이 절실한 상황

4남매와 자발적 전세 난민이 되기로 했다.

전세로 4남매와 함께 노후주택에서 미니멀라이프를 실천하며 살고 있다.

남편의 이직으로 인해 2년을 채우지 못하고 이사 가려고 집을 내놓은 지 11개월째이다.

전세 만기도 지났는데 전세주가 돈이 없다고 계약 연장해 달라고 해서 한 달 반 더 살고 있다.

요즘 전세가 남아돈다고 하는데 노후 주택이고

시세보다 높게 내놓아 집을 보는 사람도 적었다.

그나마 가뭄에 콩 나듯 계약하려는 분들이 있었는데 대출이 안 되어 두 번 취소되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10월부터 이 지역에 새 아파트 입주도 시작되었다.

들어와 있던 대기업들도 많이 빠져나가고 있다고 한다.

빌라로 명시되어 있는 주택이고 리모델링도 한 번도 안 한 집이다. 집 보러 오신 분들이 화장실에 있는 대리석빨래판과 자주색 욕조, 샷시 등을 보고 놀라고 가신다.


결정적으로 작은 방과 거실 창문 쪽에 비 오면 물이 샌다. 윗집에서 알아봤을 때 외벽에 새는 부분이 있어서 들어오는 거라는데 잘 모르겠다.

다세대 주택으로 되어 있어 윗집과 공사를 같이 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한다.

저번에 윗집에 사람이 와서 보고 가셨는데

대공사가 될 거라고 하셨단다.

윗집에서는 시세가에 맞춰 이 집을 사려하고 전세주는 지인인 부동산 친구분에게 사기를 당했다.

집도 안 보고 비싸게 샀고 부동산 분은 전세주와 우리가 연락조차 못하게 하셨다. 세입자가 전세주 전화번호를 알아야 하는 건 당연한 의무라고 하는데 그 의무조차 누릴 수 없었다.

집에 문제가 있어 부동산에 연락해서 전세주 전화번호를 알려달라고 해도 부동산분이 알아서 해주겠다고 나섰다.

그렇지만 제대로 수리가 되거나 한 부분은 한 번도 없었다.

최근에서야 전화번호를 알려주어 집 상태를 얘기할 수 있었다.

그동안 우리가 이 집에 와서 얼마나 생고생을 했는지 이사 왔을 때 집 상태 영상 보시고 이야기 듣고 나시더니 전혀 몰랐다고 미안하다고 하셨다.


‘아이들 키우며 얼마나 힘들었겠냐고.

친구는 왜 나한테 이런 얘기를 하나도 안 해준 건지

모르겠다고.’


부동산 분의 모든 것을 알게 된 주인분은 자포자기하는 마음으로 손해를 보더라도 윗집에서 말한 가격보다

천만 원 높은 금액으로 팔려고 한다.

어찌 되었든 우리는 이사 가지 못해서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집이 나가지 않아 일하는 시간 때문에 출퇴근이 힘들어 8개월째 주말부부를 했고 지금은 2개월째 반 주말부부하고 있다.

통행료만 하루 만원이고 폐차 직전의 차를 가지고

왕복 142km를 달리며 출퇴근하고 있다.


어제 오전에는 누전차단기가 올라가지 않아 기사님을 호출했다.

아이가 밤새 이불에 실례해서 빨래 돌릴 게 평소보다 더 많았는데 1시나 되어야 기사님이 온다고 했다.

전기가 없으니 물조차 마실 수 없었다. 전기의 소중함을 순간 깨달았다.

차단기는 고장이 나서 교체했는데 누전이 일어나고 있다고 한다.

집 이곳저곳을 살펴보고 한 번도 들어가 본 적 없는 집 밖에 있는 보일러실까지 가서 확인해 봤다.

아마 비 새는 곳에서 누전이 일어나고 있을 확률이 높다고 했는데 혼자는 작업하기 어렵다고 다른 업체를 알아보라고 했다.

전세주에게 말하고 해결해야 하실 거라고, 큰 공사가 될 거라고 했다.

이 상황을 전세주에게 말했다.

불편하게 해서 미안하다고 하셨다.


얼른 윗집에서 사서 싹 수리해서 사용하면 좋으련만 다 내 맘 같지 않은 상황이다.

윗집은 시세와 집상태를 알기에 싸게 사려고 한다.

전세주와 매매가 협의가 안 되어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중이다.


다음 달에는 이사 간 집에서 생활하고 있길 기도해 본다.

남편과 나는 ‘빚’이라는 단어 자체를 치가 떨리도록 싫어한다.

양가 부모님의 사업이 극심하게 안 좋게 되며 ‘빚’이라는 단어가 우리 삶에 들어오는 걸 허락하지 않기로 했다.

신용카드도 웬만하면 사용하지 않으려고 한다. 있는 안에서 사용하는 걸 연습하는 중이다.

전세로 네 아이를 키우며 사는 게 쉽지 않지만 자발적 전세 난민을 자처한 삶을 살고 있기에 불평은 넣어두려 한다.

결혼 생활 11년 동안 살면서 늘 순조롭게 이사가 진행되곤 했는데 이번에는 쉽지 않다.

한없이 처량하다고 여길 수 있고 답답한 상황이라 마음 미니멀이 절실하다.

마음을 잘 지키며 이 상황을 잘 헤쳐나가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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