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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멀라이프 물건 뿐 아니라 마음 미니멀이 절실한 상황

4남매와 자발적 전세 난민이 되기로 했다.

by 미니멀 사남매맘

전세로 4남매와 함께 노후주택에서 미니멀라이프를 실천하며 살고 있다.

남편의 이직으로 인해 2년을 채우지 못하고 이사 가려고 집을 내놓은 지 11개월째이다.

전세 만기도 지났는데 전세주가 돈이 없다고 계약 연장해 달라고 해서 한 달 반 더 살고 있다.

요즘 전세가 남아돈다고 하는데 노후 주택이고

시세보다 높게 내놓아 집을 보는 사람도 적었다.

그나마 가뭄에 콩 나듯 계약하려는 분들이 있었는데 대출이 안 되어 두 번 취소되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10월부터 이 지역에 새 아파트 입주도 시작되었다.

들어와 있던 대기업들도 많이 빠져나가고 있다고 한다.

빌라로 명시되어 있는 주택이고 리모델링도 한 번도 안 한 집이다. 집 보러 오신 분들이 화장실에 있는 대리석빨래판과 자주색 욕조, 샷시 등을 보고 놀라고 가신다.


결정적으로 작은 방과 거실 창문 쪽에 비 오면 물이 샌다. 윗집에서 알아봤을 때 외벽에 새는 부분이 있어서 들어오는 거라는데 잘 모르겠다.

다세대 주택으로 되어 있어 윗집과 공사를 같이 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한다.

저번에 윗집에 사람이 와서 보고 가셨는데

대공사가 될 거라고 하셨단다.

윗집에서는 시세가에 맞춰 이 집을 사려하고 전세주는 지인인 부동산 친구분에게 사기를 당했다.

집도 안 보고 비싸게 샀고 부동산 분은 전세주와 우리가 연락조차 못하게 하셨다. 세입자가 전세주 전화번호를 알아야 하는 건 당연한 의무라고 하는데 그 의무조차 누릴 수 없었다.

집에 문제가 있어 부동산에 연락해서 전세주 전화번호를 알려달라고 해도 부동산분이 알아서 해주겠다고 나섰다.

그렇지만 제대로 수리가 되거나 한 부분은 한 번도 없었다.

최근에서야 전화번호를 알려주어 집 상태를 얘기할 수 있었다.

그동안 우리가 이 집에 와서 얼마나 생고생을 했는지 이사 왔을 때 집 상태 영상 보시고 이야기 듣고 나시더니 전혀 몰랐다고 미안하다고 하셨다.


‘아이들 키우며 얼마나 힘들었겠냐고.

친구는 왜 나한테 이런 얘기를 하나도 안 해준 건지

모르겠다고.’


부동산 분의 모든 것을 알게 된 주인분은 자포자기하는 마음으로 손해를 보더라도 윗집에서 말한 가격보다

천만 원 높은 금액으로 팔려고 한다.

어찌 되었든 우리는 이사 가지 못해서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집이 나가지 않아 일하는 시간 때문에 출퇴근이 힘들어 8개월째 주말부부를 했고 지금은 2개월째 반 주말부부하고 있다.

통행료만 하루 만원이고 폐차 직전의 차를 가지고

왕복 142km를 달리며 출퇴근하고 있다.


어제 오전에는 누전차단기가 올라가지 않아 기사님을 호출했다.

아이가 밤새 이불에 실례해서 빨래 돌릴 게 평소보다 더 많았는데 1시나 되어야 기사님이 온다고 했다.

전기가 없으니 물조차 마실 수 없었다. 전기의 소중함을 순간 깨달았다.

차단기는 고장이 나서 교체했는데 누전이 일어나고 있다고 한다.

집 이곳저곳을 살펴보고 한 번도 들어가 본 적 없는 집 밖에 있는 보일러실까지 가서 확인해 봤다.

아마 비 새는 곳에서 누전이 일어나고 있을 확률이 높다고 했는데 혼자는 작업하기 어렵다고 다른 업체를 알아보라고 했다.

전세주에게 말하고 해결해야 하실 거라고, 큰 공사가 될 거라고 했다.

이 상황을 전세주에게 말했다.

불편하게 해서 미안하다고 하셨다.


얼른 윗집에서 사서 싹 수리해서 사용하면 좋으련만 다 내 맘 같지 않은 상황이다.

윗집은 시세와 집상태를 알기에 싸게 사려고 한다.

전세주와 매매가 협의가 안 되어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중이다.


다음 달에는 이사 간 집에서 생활하고 있길 기도해 본다.

남편과 나는 ‘빚’이라는 단어 자체를 치가 떨리도록 싫어한다.

양가 부모님의 사업이 극심하게 안 좋게 되며 ‘빚’이라는 단어가 우리 삶에 들어오는 걸 허락하지 않기로 했다.

신용카드도 웬만하면 사용하지 않으려고 한다. 있는 안에서 사용하는 걸 연습하는 중이다.

전세로 네 아이를 키우며 사는 게 쉽지 않지만 자발적 전세 난민을 자처한 삶을 살고 있기에 불평은 넣어두려 한다.

결혼 생활 11년 동안 살면서 늘 순조롭게 이사가 진행되곤 했는데 이번에는 쉽지 않다.

한없이 처량하다고 여길 수 있고 답답한 상황이라 마음 미니멀이 절실하다.

마음을 잘 지키며 이 상황을 잘 헤쳐나가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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