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도 실행이 답이다.
사람이 우울하거나 무기력하면 만사가 귀찮아진다.
정리할 생각을 아예 하지 못한다.
해도 변화되지 않을 거라는 생각에 휩싸이고 해 봤자 다시 지저분해질 텐데 뭐하러 해? 라는 부정적인 생각에 사로잡히게 된다.
나 역시 산후우울증과 무기력증으로 살림을 놓아버린 적이 있다.
넷째를 낳고 여러 가지 상황들로 인해 집을 돌보지 못했다.
19평 작은 집에서 네 아이들 돌보기에도 바빴다.
하루라도 청소하지 않으면 먼지가 눈에 보이고 설거지는 쌓여갔다.
내가 움직이지 않으면 물건들이 바닥에 쫙 깔려 아이들이 놀 공간이 없어졌다.
변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엄마인 내가 움직여야 했다.
그렇게 작은 한 곳씩 내 손으로 하나하나 만져가기 시작했다.
정리 프로그램이나 책을 보면 정리를 시작하려는 사람들에게 늘 현관 정리를 먼저 하라고 했다.
우리 집 현관은 아주 작았는데 신발장에는 신발이 겹겹이 쌓여있었다.
아이들 신발을 여러 곳에서 물려받아서 200을 신는 첫째 신발이 250짜리도 있었다.
’ 나중에 신으면 되니까 가지고 있어야지 ‘라는 마음으로 가지고 있었다.
그렇게 줄줄이 넷째 꺼까지 가지고 있으니 신발장이 꽉 찰 수밖에 없었다.
신발 종류도 다양했다. 부츠, 장화, 운동화, 샌들, 축구화 등등.
나의 욕심부터 비워내고 아이들은 금방 크니까 2년 후에 신을 신발까지만 보관했다.
나머지 신발은 아깝지만 상태가 좋은 것들은 저렴하게 중고판매 했고 아름다운 가게에 기부했다.
신발장에 있는 신발의 개수를 세어보니 48켤레였다.
내 신발 4켤레, 남편 신발은 5켤레였고 나머지는 다 아이들 신발이었다.
신발장이 여유로워지니 다른 곳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현관의 먼지들도 닦아내고 최소한의 신발만 꺼내두었다. 아이들이 어린이집과 학교에 가고 나면 내 신발도 안에다가 놓아두었다.
아무것도 없는 현관 바닥이 처음에는 어색했다.
근데 그게 뭐라고 현관이 깨끗해진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졌다.
그렇게 하루에 한 공간씩 5개월을 비워냈다.
어느 날은 주방 상부장 한 칸, 욕실 수납장 등등..
무기력한 마음이 조금씩 회복되어 갔다.
집 상태를 보면 그 집주인의 마음 상태와 같다고 하는 문장을 봤는데 정말 그런 것 같았다.
정돈되어 가는 집이 내 마음과 닮아 있었다.
마음 역시 서서히 부정적인 생각보다는 긍정적인 생각들로 채워져가고 있었다.
무기력함 보다는 무언가 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들로 채워졌다.
4남매와 미니멀라이프를 하고 있다고 하면 사람들이 물어온다.
어떻게 그게 가능하냐고.
나도 아직 미니멀라이프를 실천해 가는 과정이라 확실히 할 수 있다고 장담은 못한다.
할 수 있다고 말할 정도로 깨끗하고 물건이 작은 집에 사는 건 아니지만 나의 정체성이 바뀌었다.
’ 나는 4남매와 함께 살고 있는 미니멀리스트다.‘라고는 말할 수 있게 되었다.
내게 중요한 물건들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고, 그 물건들을 매일 사용하며 내게 주어진 물건들을 잘 관리하며 사용한다. 불필요한 물건들은 나눔, 기부하거나 중고판매한다.
많은 물건들을 소유하지 않으려 하고 예전보다는 꼭 필요한 것이 아니면 소비하지 않으려고 한다.
물건 보다 더 가치 있는 것들을 중요하게 생각하게 되었다.
매일 조금씩 꾸준히 비우고 정리하다 보니 지금의 단정한 집을 만들어갈 수 있게 되었다.
미니멀라이프 어떻게 시작할 수 있냐고 묻는 분들에게 꼭 이야기해 주고 싶다.
’거창하게 날 잡고 정리해야지 ‘라는 마음으로 차일피일 미루지 마시라고.
물건이 너무 많아 힘들다면 ‘하루에 딱 30분만’ 알람을 맞춰놓고 불필요한 물건들을 비워내 보시라고 권해드리고 싶다. 그것도 어려우면 10분만이라도.
매일 정리하다 보면 내가 원하는 모습의 집을 만들어갈 수 있다.
뭐든지 실행이 중요하다.
정리도 움직이는 것 말고 다른 답은 없다.
당장 쓰레기봉투 하나 손에 들고 신발장에 있는 안 신는 신발, 안 어울리는 신발, 오래된 신발, 종류가 많은 신발을 담아보자.
엄마의 욕심으로 많이 가지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며 비우고 맘에 드는 물건들만 남기다 보면 정돈된 집에서 생활할 수 있게 된다.
특히 마음의 병으로 힘들어하고 계신다면 꼭 추천해 드린다. 물건들을 정리했을 뿐인데 마음이 회복되는 경험을 하게 될 수 있다.
누구보다 마음 잘 아니까 오늘같이 비 오는 날은 더더 몸을 움직여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