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니멀 사남매맘 Apr 03. 2023

내가 좋아하는 거 되찾게 해 준 미니멀라이프

엄마도 좋아하는 거 있다.

지난 토요일, 부모님과 사남매와 함께 벚꽃구경을 다녀왔다.

수많은 인파와 차량 속에서 다행히 주차를 하고 매점에 가서 아이스크림도 하나씩 먹었다.


아이들은 음료수도 사달라 솜사탕도 사달라 원하는 게 많았다.

4월 1일이었는데 날씨가 한여름 날씨였다.


벚꽃구경 가려면 예쁘게 하고 갔어야 했는데 아이들이 많으니 평소에 입던 대로 편한 운동화에 바지에 티를 입고 갔다.

결혼 전에 벚꽃놀이는 꽃무늬원피스에 굽 낮은 구두를 신고 다녔던 것 같은데 사진 속 나의 모습이 너무 아줌마 같아서 왠지 모르게 마음이 쨍했다.


얼굴에 화장끼 하나도 없이 챙모자를 눌러쓰고 무릎 나온 리넨바지를 입고 있는 나의 모습에 왠지 모르게  짠했다.

누가 시켜서 사남매를 낳은 건 아니지만 아이들을 낳고 기르며 나와 나의 취향 등 모든 것은 사라지고 내 옆에 아이들이 남아있었다.


세월이 지나감을 인정하고 머리카락이 빠지고 희어지는 걸 인정해야 하는데 감히 벚꽃 앞에 나를 대어보니 초라해 보였다.


10년 동안 잊고 지낸 나를 조금씩 찾아가기 위해 노력하는 중이다.

엄마로서의 나 말고 내가 진짜 좋아하는 게 무엇이었는지, 무엇을 할 때 신나는지 알아가고 있다.


결혼 전에는 대중목욕탕이나 찜질방에 가는 걸 무척이나 좋아했다.

결혼하고 나서는 허니문베이비로 임신하고 몸을 아껴주겠다며 대중목욕탕을 피하고 탕에 몸을 담그거나 수영장에 가는 일도 자제했다.  


그러고 보니 때를 밀거나 찜질방에 가서 몸을 지지는 일들을 하지 않은지 오래다.


결혼하고 욕조가 있는 집에 산 적이 없어서 집에서 반신욕을 즐긴 적이 없다.

이사오기 전 집과 지금 살고 있는 집에만 욕조가 있지만 연식이 있는 욕조라 몸을 담그고 싶지 않았다.


그래도 오늘만큼은 나를 사랑해 주는 의미로 욕조를 아주 깨끗이 닦아내고 따뜻한 물을 받아서 몸을 담갔다.


그랬지 나 물 좋아하지? ㅋㅋ

수영장 가는 것도 좋아하고 탕에 몸 담그는 것도 찜질방 가는 것도 좋아했지..


자주는 아니더라도 가끔 한 번씩 내가 좋아하는 일들을 찾아 해 줘야겠다.


미니멀라이프 1년 다 되어 가는 요즘은 등산, 커피 내려마시기, 자전거 타기 등등 하나씩 내가 좋아하는 소소한 일들을 해가고 있다.

’사남매 엄마도 사람이고 좋아하는 거 하며 살 수 있다 ‘고 알려준 고마운 미니멀라이프..


물건에 눌려 살 때는 물건 치우고 정리하고 밀린 집안일 하느라 하루 종일 시간을 쓰느라 나를 돌아볼 여력조차 없었다.

지금은 공간에도 여유가 생기듯 내 마음에도 여유가 조금씩 생겨가고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엄마라면 미니멀라이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