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글쓰기 연습
친구들을 보면 요리 잘하는 엄마의 딸들은 요리를 잘하는 것 같다. 어려서부터 어깨 너머 봐 와서일까? 엄마랑 같이 만들어봐서일까?
어릴 적에 엄마가 요리하던 모습이 기억에 남아 있지 않다. 중2 때부터 부모님의 공장부지 이전으로 인해 신혼 1년 차인 10살 차이 나는 언니와 형부와 함께 살게 되었기 때문이다. 엄마는 늘 일하시느라 바빴고 언니는 아기를 돌보느라 힘들어 보였다. ‘엄마밥, 집밥’이라는 단어가 참 어색하다.
오히려 자주 챙겨주시던 이모들의 반찬이 기억난다. 요리에 일가견이 있으신 분들이라 어렴풋이 기억나는 엄마 반찬과 확연히 차이가 났다.
고등학교 때는 친구들 만나 편의점에서 삼각김밥을 사서 먹으면서 학교 언덕길을 올라가던 기억이 있다. 알록달록 동그란 뻥튀기 한 봉지씩 사들고 학교에 갔다. 학교 끝나고 나서는 시장 떡볶이 먹으러 다녔고, 어쩌다가 한 번씩 햄버거 먹으러 다녔다.
대학 졸업 후에 자취를 시작해서 맛이 안 나는 계란볶음밥을 해 먹었고 저녁은 늘 약속을 잡아 친구들이나 지인들과 먹었던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요리를 어깨 너머 배워본 적도 없고 관심도 있지 않았다.
나에게는 그냥 한 끼니씩 때우면 된다는 의미가 더 컸기 때문이다.
그런 내가 4남매의 엄마가 되었다.
아이들을 한 두 명씩 낳고 기르느라 바빠서 요리를 항상 대충 했다. 결혼하고 늘 언덕에 살고 엘리베이터 없는 3,4층에 살아서 장보기도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 결혼과 동시에 임신과 출산의 반복이었다. 둘째 6개월 때는 중국 가서 살게 되어 장 보러 가는 길도 험난했다. 아이들 데리고 택시 타고 갈 때도 있고 한인마트에서 식재료를 시켜서 해 먹으면 비용이 부담되기도 했다. 잘 챙겨 먹이지 못해서인지 아이들이 또래에 비해 작다.
코로나 때는 아빠 없이 6개월 이상 혼자 '돌아서면 밥 돌아서면 밥'을 반복하며 지칠 대로 지쳤다. '밥', '요리'라는 단어가 싫을 정도였다. 매일 뭐해 먹여야 하나 걱정이었다.
이제는 아이들도 많이 커서 시간이 생겼다. 요리에 흥미를 가져야 할 때가 온 것 같은데 아직도 주방에 서서 있는 것보다 내 할 일 하는 게 더 좋은 철없는 엄마이다. 그래도 매일 요리를 하긴 한다.
남편에게 간을 봐달라는 요청을 많이 한다. 아이들도 엄마 요리가 늘 간이 맞지 않아서인지 잘 먹지 않을 때도 있다. 어쩌다 한 번씩 내 기준으로 간을 조금 세게 하면 잘 먹는다.
잘 먹는 아이들 모습을 보면 신이 난다. 가끔은 엄마 요리가 제일 맛있다고 칭찬해 주는 딸 덕에 요리욕심(?)이 올라오기도 한다.
너무 안 먹을 때는 '밀키트라도 사서 먹여야 하나?'라는 생각을 하다가도 큰 아이가 아토피가 있어서 가공식품은 거의 사지 않고 항상 말도 안 되는 이상한 요리들을 하고 있다.
며칠 전에 들었는데 남편이 어렸을 때 어머님 요리가 너무 맛이 없어서 잘 먹지 않았다고 한다. 그 말을 듣고 나니 남편에게도 아이들에게 미안해졌다. 아무런 투정 한 번 안 하고 10여 년을 먹어주고 있었다니 감동이었다.
나 역시 엄마의 정성이 담긴 요리가 기억이 나지 않아 우리 아이들에게도 대충 해주는 것 같아 마음에 걸렸다.
최근 정수기 필터 교체해 주러 오신 기사님이 저녁 준비하고 있던 나에게 한 말씀하셨다.
스텐팬에 계란프라이 하면서 눌러붙은 거 보시더니 '50대 넘으면 엄마밥이 사무치게 그리울 때가 있다'라고 나중에 '그런' 계란프라이 하던 엄마로 기억되고 싶냐고 하신 말씀도 생각났다.
완전 뼈 맞은 느낌이었다.
요즘 과일채소식에 눈을 뜨면서 오히려 내가 간을 잘 맞추지 못해 먹지 않는다면 자연에서 나오는 살아있는 음식들로 채워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병이 먹는 것으로부터 나온다는 말이 와닿았기 때문이다.
최근에 위염 진단을 받아 커피를 한 달 넘게 끊고 있고 밀가루도 조금 줄이고 있다.
그동안의 식습관을 돌아볼 기회가 생긴 것이다.
다행히 우리 아이들도 당근, 오이, 파프리카, 고구마, 감자 등 과일 야채를 잘 먹는다. 아침에 시리얼 대신 통밀식빵을 과일들과 함께 차려주고 있다. 가끔 시리얼도 빵을 먹일 때도 있긴하고 아직도 간단한 요리들을 해주고 있지만 매일 저녁 배달음식 말고 집밥을 해주고 있다. 아이들에게는 ‘따뜻한 엄마 밥’이라는 추억이 남아있길 바라본다.
'엄마밥=맛없어'로 기억되지 않게 조금 더 정성은 들이되 간단히 할 수 있는 요리들을 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