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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집의 본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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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드먼드 마운틴 Sep 06. 2018

집을 치우고 정리하는 사람이 따로 있지 않다

누구나 다시 방문하고 싶은 집

새삼스러울 수 있지만 한번 진지하게 고 넘어갈 질문이 있다.

집의 주인은 누구인가? 


돈 벌어오는 사람이 집의 주인인가? 집안일 많이 하는 사람이 주인인가? 아니면 미래를 위해 공부하는 자녀들이 집의 주인인가?
요즘은 동물도 가족 구성원에 들어가면서, 그렇다면 집을 지키는 강아지가 주인인가?     


남편은 베란다, 화장실 청소하면 안 되는 법이라도 있나. 대학생이 돼서 자기 방 청소도 안 하면 공부는 해서 뭐할까. 

집 청소하는데 한 사람이 하면 네 시간 걸릴 일을 네 명이 하면 한 시간이면 끝낼 수 있다. 매주 아니더라도 한 달에 두 번 정도, 주말에 집안 대청소를 하면 집이 달라진다.

누구를 막론하고 집안일은 돕지 않고, 집에서의 행복만 누리고자 한다면 집의 본질을 외면하는 사람이다. 강아지만도 못한 사람이 되어서는 안 된다.   

  

뻔한 얘기를 하는 것이 아니다. 혼자 사는 사람이 아니라면 집주인은 한 사람이 아니다. 집에 살고 있는 가족 모두가 주인이다.

따라서 집을 치우고 정리하는 아내가 따로 있고, 정리 못하는 남편이나 아이들이 따로 있지 않다. 어느 한 사람의 희생으로 집이 바뀔 수는 있지만, 그것은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집에 있는 물건들의 때를 벗기고, 창문틀에 쌓인 먼지를 털어내고, 지저분한 현관에 물을 뿌려 청소하는 일은 누구 한 사람만 해야 하는 일이 아니다. 

가족이 나누어서 해야 할 일이다. 밥을 짓는 일, 건강에 좋은 반찬을 맛있게 만드는 일, 옷을 구분해서 세탁하는 일에는 노하우가 필요하다.

하지만 청소는 노하우라기보다 부지런히 쓸고 닦으면 된다. 눈에 보이는 즉시 하면 된다. 집의 변화는 청소에서부터 시작한다.    


남편이나 아이들도 청소와 정리의 중요성은 안다. 머리로는 안다. 집의 사이즈(size)를 떠나서, 깨끗한 집에 살고 싶지, 지저분한 집에 살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그렇다면 왜 행동하기 힘든 것일까? 청소와 정리를 삶의 가치로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귀찮아서 또는 의지력이 없어서 실천하지 못할 뿐이다. 무엇보다 그 일은 아내의, 엄마의 몫이라는 생각도 문제다.

사용하던 물건을 제자리에만 가져다 놓기만 해도 감지덕지하다는 주부도 있다. 물건을 사용하고 제자리에 안 놓으면 그 일도 고스란히 엄마의 일거리가 된다.    

   

직장 10년 차 주부 K의 경우, 휴일에 집에만 있으면 자꾸 눕고 싶어졌다.


소파에 기대어 텔레비전 보다가 잠들곤 했다. 쉬는 데도 어째 몸이 찌뿌듯했다. 이건 아니다 싶어서, 몸이 쳐지려고 할 때 청소를 했다.

졸리면 눕는 것이 아니라 걸레를 들고 청소를 했다. 그러면 잠도 달아나지만 몸이 개운해지는 느낌이 왔다.
신기한 현상은 더럽고 지저분한 때를 찾아서 박박 닦다 보면 감정 정리도 된다는 사실이다. 나를 돌아보는 시간이 되었다. 이렇게 몸을 움직이고 나서 쉬면, 쉬는 맛도 꿀맛이었다.       


청소에도 방법이 있다. 
무턱대고 하지 않고 머리를 써서 해보자. 한 번에 많이 하려고 하지 말고 조금씩 나누어서 하자. 분할 정복, 즉 분할하여 정복하라는 말이 있다.

집을 4등분, 5 등분해서, 즉 섹터를 나누어서 하면 힘도 덜 들고 정복의 기쁨도 누릴 수 있다. 오늘은 1 섹터 침실, 내일은 2 섹터 화장실, 모레는 3 섹터 거실 등 이렇게 나가면 된다.


그렇다고 처음 시작할 때, 매일 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가지지 말자. 마음을 먹는 순간, 바로 실천하기도 쉽지 않다.

그렇게 생각과 행동이 일치하기 전까지는 하루, 이틀 쉬고 사흘째 하면 어떤가. 집에 먼지가 쌓이기 전까지, 너무 시간이 오래지만 않으면 된다. 가족을 동참시키면 일은 더 수월해진다.

가족 구성원이라면 남자와 여자, 어른과 아이 구분 없이 자기가 사용하는 방을 분할해서 하나씩 정리해보자.


모두가 집안일을 한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설거지, 청소기 밀기, 재활용 버리기 등 마음만 조금 내면 쉽게 할 수 있는 일들이 있다. 

이렇게 청소와 정리로 깔끔해진 집안 분위기는 그 자체가 훌륭한 인테리어나 다름없다. 청소와 정리가 아트, 예술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필요하다.

이 정도의 생각을 가지고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사람이라면 집의 본질을 충분히 이해하는 사람이다. 아주 멋진 집의 매우 멋진 주인이다.      


말이 나왔으니 집안 인테리어에 대해서 얘기를 하고 넘어가자.


집안 인테리어 제품 보는 눈도 키워야 한다. 
비싸 보이는 것이 아니라 고급스러워 보여야 한다. 가족이 사용하는 물건인데 유치하거나 싼 티나 보이지 않아야 한다.

다른 조건이 비슷하다면 커튼 하나 때문에 사는 집이 있고, 죽는 집이 있다.


색깔과 모양이 집안 분위기와 맞아야 한다. 생각이 가벼우면 행동도 가볍다.

생각이 가벼워서는 안 된다. 이것은 삶을 단순화하는 것과는 다르다. 집안 인테리어를 꾸밀 때, 생각은 깊게, 진중히 해서 물건을 구입해야 한다.     

물건이 제자리를 찾아가게 하는 일도 능력이다. 물건은 좋은데, 위치를 잘못 선정해서 거실 분위기가 죽는 경우도 있다. 소파의 위치도 집안마다 제자리가 있다.

가끔은 물건의 위치와 방향을 바꾸어 보자. 책장 방향만 바꾸어도 기분이 새로워지기도 한다. 꽃 한 병의 위치가 화룡정점이 되기도 한다.     


또한 집안 물건은 최소한 필요한 만큼만 갖추고 사용하자. 

좋다고 해서 비슷하거나 같은 물건을 몇 개씩 사는 경우는 좋지 않다.

예를 들면 주방에서 사용하는 칼도 몇 가지를 사지 말고 단순화해서 좋은 제품으로 하나만 있어도 된다.
국자가 예쁘고 싸다고 두 개, 세 개 사지 말자.        


내 가치를 높이는 일은 내가 잠자는 방에서부터 시작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이게 무슨 말일까?

내 가치를 높이는 일이 어째서 남들이 잘 들여다보지 않는 내 방과 관련이 있다는 말인가?

방이 더럽다고 직장에서 일을 못하는 것은 아니다. 직장에서 얼마든지 일은 잘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사람은 행복하지는 않을 것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자기가 잠자는 방은 갓난아이를 키우는 방처럼 아늑하고 포근하게 만들자. 무엇보다 창문을 막거나 가리지 말자.

창문 주변에는 물건을 쌓아두지 말자. 창문은 세상을 구경하는 문이다. 또한 책상 양 옆도 답답하지 않도록 비워두자.     

거실이든 방이든 잡동사니 없이 여백 살리기를 목표로 하자. 단순함과 간소함을 사랑하자. 그러면 집을 치우고 정리하는 데 훨씬 힘이 덜 든다. 어떤 사람은 냉장고, 세탁기 없이 산다. 그건 따라갈 수 없지만 그 정신은 배울 수 있다.    

가정주부 P가 있다. P는 워킹맘이다. P는 회사에서는 업무에 시달리고, 집에서도 집안일에 시달려 자신의 시간을 즐기지 못하면서 살아왔다.

P의 성격은 깔끔하고, 깨끗한 집안을 유지하고 싶은 마음을 갖고 있음에도, 집에 돌아왔을 때 정리가 안 된 집을 보면 항상 기분이 좋지 않았다.     


P의 남편은 구청에서 일반 공무원으로 일한다. 워크홀릭에 가까울 정도로 일에 파묻혀 산다. 일 외에 직원들과의 소소한 회식자리를 좋아하고 주말에는 혼자 낚시를 다닌다.

화분이든 집안의 장식품이든 마음에 드는 물건을 보면 집에 사 가지고 온다. 낚시도구와 낚시 관련 책들도 시도 때도 없이 사 와서 쌓아 두기만 하는 사람이다.    


P의 남편은 집안일에 신경을 거의 안 쓴다. 집안일은 모두 P의 몫이다. P가 직장에서 늦게 돌아오는 날이면, 책이며 옷이 거실 바닥에 떨어져 있는 경우가 종종 있다.

남편도, 아이들도 누구 하나 치우는 법이 없었다. 그때마다 잔소리를 해야 했다. 설거지통에 한가득 그릇이 쌓여 있을 때도 있었다.
휴식을 취해야 할 집이라는 공간이기보다는 가족들에게 화를 내는 잔소리 공간으로 변해갔다. P는 가족들에게 늘 서운함을 드러냈다.   

  

P가 삶을 대하는 태도는 세 가지였다.

첫 번째는 얘들이 아기 때부터 실천해온 일로 딸과 아들이 정서적으로 안정되게 크는 일이다.

두 번째는 가족이 건강하게 사는 일이다.

세 번째는 집을 깨끗하게 정리하는 일이다.


사실 P는 오래전부터 세 번째 일을 잘 행하면 첫 번째와 두 번째도 따라온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P는 집안을 꾸밀 때 아이들 정서에 맞는 집안을 꾸미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아이들과 남편이 편안하게 쉴 수 있는 공간으로 집을 가꾸었다. 커튼 하나를 고를 때도 색감을 맞춰서 달았던 이유는 아이들에 대한 배려였다. 이러한 엄마의 노력으로 아이들은 자라면서 집이 편안하고 아늑하다고 느꼈다.    


P의 집에 한 번 다녀간 손님들 중에는 다시 오고 싶다는 사람이 많았다. 집이 화려하거나 멋져서가 아니다. P의 집을 다녀간 친척이나 손님들은, “집이 너무 깨끗하고 아늑해서 쉬고 싶은 공간이에요.”라고 말했다.

또 어떤 손님은 집의 내부를 사진까지 찍어가는 일도 있었다. 사실 손님들이 P의 집에 다시 오고 싶은 이유가 깨끗하고 안정된 분위기도 있었지만 더 큰 이유가 있었다.      

P는 집에 찾아오는 대부분의 손님들에게 맛있는 식사를 대접하고자 노력했다. 집에 찾아오는 사람은 누구라도 식사를 편안하게 하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도록 정성을 다했다.

명란젓 알맹이를 꺼내 계란찜을 만들었다. 쇠고기를 구워주기도 했다. 방문한 손님들에게 최대한 정성스럽게 좋은 음식을 대접했다. 값싸 보이는 음식은 대접하기 싫어했다. P의 마음이었다.     


식사 후에는 항상 차도 대접해 주었다. 그날의 날씨, 기분에 따라 찻잔을 매번 달리해서 내줬다. 사람들이 다른 공간에서 차를 마실 때면 그것을 기억해서 P가 생각난다고 했다.  

“P의 집에 갔더니 너무 편안하고 좋은 거야. 내 집보다 더 편안하게 느낀 집은 그 집이 처음이야.” 이렇게 얘기했다. 손님들은 P의 정성이라는 감정의 온도를 가슴으로 느꼈다.
P의 친한 친구들은 너무 좋다며 누워있다 가기도 했다. 이렇게 P의 집은 누구에게나 다시 오고 싶은 집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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