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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니멀랑이 Jan 20. 2024

미니멀라이프의 처음은 버리기였다

주말 아침.

감고 있던 두 눈에 들어온 커튼 사이의 빛이 너무 예뻐서 얼른 일어나 커튼을 젖혔습니다.


‘어랏! 이거 날씨 좀 봐라, 왜 이렇게 좋은 건데...’


이런 아침을 여유롭게 맞을 수 있는 오늘이 너무 좋았어요. 매일이 이렇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럴 수 없기에 어쩜 오늘이 더 소중한 거겠죠? 이런 아침을 그냥 흘려보내야 한다는 아쉬움에 잠시 베란다 소파에 머물러 봅니다. 그런 오늘은 바로 미니멀라이프와 함께하는 첫날이기도 해요.     


제 나름대로 청소를 하고 정리를 해 봐도 물건들은 항상 그대로였습니다. 거기서 오는 답답함과 벅찬 집안일 또한 변함이 없었고요. 오히려 그런 저를 비웃기라도 하는 듯 물건들은 점점 늘어만 갔습니다. 결국 이 많은 물건들을 처리할 수 있는 방법은 그 물건들을 비워내는 것밖에는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그렇게 시작한 미니멀라이프의 처음은 바로 비움이었습니다.     



비우다 : 일정한 공간에 사람, 사물 따위를 들어있지 아니하게 하다.     



비움, 말은 참 쉬운데 실행하는 것은 역시 쉽지가 않았습니다. 도대체 어떤 물건들을 버려야 하는 건지.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하는 건지 갈팡질팡하는 모습에 피식 웃음이 나기도 했어요. 그렇게 하루 종일 집안을 이리저리 둘러보았지만 고작 비울 수 있었던 건 고장 나서 쓰지 못하는 몇 개의 물건들뿐. 그래도 여기서 포기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물건들을 하나둘씩 버리고 나니 이런 쓸모를 잃은 물건들부터 버리는 것도 괜찮겠다 싶더라고요. 갑자기 의지가 뿜뿜. 그렇게 집안을 다시 한번 어슬렁거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역시 물건을 비운다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습니다. 그렇게 조금씩 지쳐갈 때쯤 안방에 있던 서랍장 앞에서 머뭇거리는 저를 발견하게 되었어요. 화장품과 각종 잡동사니들로 가득 찬 서랍장 안. 열어볼 때마다 치워야 하는 데를 속삭이던 모습이 기억나더라고요.

 

‘그래, 나의 첫 비움은 여기다!’


그렇게 비워야 할 공간을 정하고 나니 뭔가 안심이 되는 거 같은 이 기분은 뭘까요?. 아닌척해도 신경을 꽤나 쓰고 있었나 봅니다. 물건을 버려야 하는데 그 버리기를 망설이고 있는 저를 말이에요.

    

서랍장을 여니 작은 빈틈 하나도 용납하지 않는 것처럼 많은 물건들이 꽉꽉 채워져 있었습니다. 뭘 이렇게도 많이 보관하고 싶었던 걸까요?. 화장품 샘플은 기본이었고, 얼마나 정리를 잘하고 싶었으면 빈 박스를 곳곳에 숨겨두기까지.


‘정말 가지가지한다..’


잠시 숨을 고른 뒤 매의 매서운 눈처럼 서랍장 안 버려야 할 물건들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유통기한이 지난 화장품을 비롯해 아이들이 어릴 때 쓰던 밥그릇, 앞머리도 없으면서 헤어롤은 왜 있는 건지. 지갑이 있는데 동전지갑은 왜 또 구입한 거냐고 아오. 그렇게 이 모든 것들을 비워냈습니다.     


그 사이사이 언젠가는 쓰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잠시 망설이기도 했어요. 왠지 다 쓸 수 있을 거 같았거든요. 그런 저에게 ‘그게 언젠데?’라고 물었지만 아!! 아무런 대답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정말로 언제 쓸지 알 수가 없었거든요. 그제야 멀쩡한데도 당장 쓰지 않는 물건들을 왜 비워내야 하는지 조금은 알 거 같았습니다. 어쩜 이때부터였나 봐요. 불편하게만 생각했던 비움에게 마음을 열게 된 게.    

 


“그동안 고마웠어. 하지만 이제는 내 공간에서 떠나줘!”



그 이후로도 저의 물건 버리기는 계속되었고, 더욱더 비움에 집중하게 되었습니다. 미니멀라이프를 살기 위해 물건들을 비우고 있는 지금, 이제는 당당하게 물건들에게 말해야 할거 같습니다. 고마웠다고, 내 공간에서 나가달라고. 이제는 비움을 통해 필요한 것과 필요하지 않은 것, 원하는 것과 원하지 않는 것들이 무엇인지 확실하게 알게 된 거 같아요. 또한 남아있는 물건들 모두 제게 소중한 것들뿐이라는 것도요.

    

쉿! 이건 비밀인데요. 비움에는 살짝 후유증이 있답니다. 비우면 비울수록 더 비우고 싶어지는 마음이 생겨요. 살림을 더 빨리 미니멀하게 만들고 싶은 욕심도 생기고요. 그러니 혹시 저처럼 미니멀라이프를 시작하시는 분들은 조심하세요. 푸하하하.     



[ 나만의 버리기 기준 ]

◆ 첫째. 확실한 쓰레기부터 버리기

◆ 둘째. 일 년간 사용하지 않은 물건 버리기

◆ 셋째. 한 가지를 들이면 두 가지 버리기

◆ 넷째. 고마움을 전하며 버리기     



많은 물건을 비우다 보니 자연스레 저만의 버리기 기준이 생겼습니다. 물론 이 기준은 사사키 후미오의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의 책에 나오는 비움의 기술을 적용한 거예요. 책 속에 나오는 비움의 기술을 따라 하면 더 좋았겠지만 우리의 삶은 모두 다르잖아요. 사사키 님은 혼자였고, 저는 두 아이가 있는 것처럼요. 그렇기 때문에 어쩜 나만의 기준이란 건 꼭 필요한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비움을 시작한 분들이라면 한번 만들어 보는 것도 좋을 듯싶네요.     


비움이라는 것은 언제든 누구든 할 수 있는 일입니다. 그냥 시작하면 되는 거거든요. 저희 집에 다녀간 분들은 간혹 물어보기도 합니다.


“미니멀 라이프, 그거 어떻게 하는 거야?”


그렇게 미니멀 라이프를 궁금해하거나 처음 시작한 분들에게는 이렇게 답하곤 해요.


“별거 없어. 그냥 쓸모 있고 맘에 드는 물건하고 같이 사는 거야~ 물론 필요 없는 것들은 비워줘야 하고..”


 사람들의 반응은 참 다양했어요. ‘아하!’ 인정하는 분들도 계셨고, 고개를 갸우뚱하는 사람도 있었고요. “귀찮다!! 안 하는 게 나을 듯..” 시작도 하기 전에 포기하시는 분들까지.     


그래도 궁금해하시는 게 어쩜 다행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 역시도 그 궁금증으로 시작을 했으니까요. 그런 저는 여전히 비움을 실천하고 있답니다. 요즘은 되려 무엇을 비울 건지 보다 어떤 것을 남길 건지에 집중하고 있는 거 같기도 해요. 이것이 제가 사는 미니멀라이프인 거 같습니다. 앞으로 살아가야 할 삶이기도 하고요. 물론 비움이 아니었다면 여전히 헤매고 있었겠죠? 그래서인지 오늘도 내일도 그다음 날도 비움을 멈출 수가 없을 거 같네요. 여러분 어떠세요? 단순하고 홀가분한 삶을 위해 한번 비워보는 거. 꽤 괜찮을 거 같은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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