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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니멀랑이 Jan 19. 2024

도대체 미니멀라이프가 뭐길래?

당당하게 시작한 미니멀라이프였지만 도대체 뭐부터 시작할지 엄두가 나지 않았습니다. 그저 미니멀라이프로 변화된 제 삶을 상상하는 일에만 심취해 있었을 뿐이었어요. 그러던 어느 주말 아침, 평소와 다름없이 잠이 덜 깬 상태로 베란다에 나갔습니다.


차가운 소파에 앉아 시원한 물 한 잔으로 잠을 깨웠어요. 그제야 어제 읽다 만 책이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책을 다시 펼치며 가벼운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문득 주말에만 누릴 수 있는 이 여유로움을 매일 가지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대로 멈춰 있을 수는 없었습니다. 그렇게 미니멀라이프의 처음을 찾기 시작했어요. 누구나 다 그렇겠지만, 미니멀라이프가 처음인지라 그 시작이 어디인지 도통 감을 잡을 수가 없더라고요. 무슨 뜻인지라도 알면 뭐라도 할 수 있을 거 같아 초록이 검색창에 입력을 해 보았습니다. 미니멀라이프 + 엔터.

 


■ 미니멀라이프(Minimal Life)

: 일상생활에 필요한 최소한의 물건만을 두고 살아가는 삶

 


최소한의 물건만 두고 산다고? 이렇게 검색만으로는 도저히 미니멀라이프를 시작할 수가 없었습니다. 역시 시작도 하지 못한 채 끝나지 않을까라는 불안함도 생기기 시작했고요. 안 되겠다 싶어 미니멀라이프에 관련된 여러 권의 책들을 얼른 구입했습니다.


사사키 후미오의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 유루리 마이의 ‘우리집엔 아무것도 없어’, 도미니크 로로의 ‘심플하게 산다’. 지금도 같은 생각이지만 그것은 정말 최고의 선택이지 않았나 싶어요.


특히 ‘우리집엔 아무것도 없어’의 주인공인 유루리 마이가 물건을 비우기 시작한 그 순간부터 더 이상 비울 것이 없음에도 다시 또 비우고자 하는 모습은 제 눈에, 제 마음에 꽉 박혀버렸습니다. 이건 정말 획기적이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저의 미니멀라이프에는 작은 불씨 하나가 솔솔 타기 시작했어요.



‘그래 바로 이거야.
이게 진짜 미니멀라이프라고!!’

 


그렇게 하기를 며칠, 처음으로 저희 집을 자세하게 둘러보기 시작했습니다. 살면서 느낀 답답함과 불편함이 왜 그저 집이 좁아서라고만 생각했던 걸까요? 이 모든 것들이 많은 물건에서 나오는 것이라는 생각은 왜 하지 못했을까요? 이제야 현실을 파악하게 되니 살짝 부끄럽기까지 했답니다.


여기서 끝이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새로운 고민은 또 한 번 저를 흔들어 놨습니다. 


‘최소한의 물건은 어느 정도를 말하는 거지?’

‘그럼 도대체 얼마나 많은 물건들을 버리고 남겨야 하는 건데..’,

 

아마도 이런 고민은 저뿐만이 아니라 미니멀 라이프를 시작하는 분들이라면 누구나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다고 조급하게 무작정 무언가를 실천하지는 않길 바라요. 책이나 영상 속의 미니멀한 삶을 사는 사람들은 정말 몇 안 되는 상위 1%일지도 모르니까요. 초보인 우리가 이런 높은 목표를 좇아가려고 하다 보면 분명 실패하게 될 것입니다.


점점 나는 안 되겠다 싶고, 미니멀라이프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니야라는 생각이 들면서 결국 미니멀라이프를 혐오하기까지 이를지도 몰라요. 그러니 고민하고만 있지 말고, 우리는 우리에게 맞는 미니멀한 삶을 만들어 가보는 건 어떨까요?

 

그 와중에 제가 깨달은 건 바로 이거예요. 미니멀라이프는 언제든 어디든 좋다는 거. 내가 서 있는 바로 거기서부터 시작하면 된다는 거. 저에겐 그곳이 가장 홀가분하고 여유롭길 바랐던 집이 되었을 뿐이라는 거.


처음 하는 미니멀라이프이니 많은 착오와 실수를 하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그런 일들에 지지는 않을 거예요. 쉽지는 않겠지만 시작도 하기 전에 포기해 버리는 사람이 되기는 싫거든요. 집포자(집안일을 포기하는 자)보다는 게으름뱅이가 났다는 생각도 들고요.

 

조금은 알 거 같았습니다. 미니멀라이프라는 삶이 진정 어떤 삶인지를 말이에요. 이제야 진짜 미니멀라이프가 시작되었다는 것도 깨닫게 되었고요. 처음부터 쉬운 일은 없습니다. 저 역시 이런 도전은 여전히 두렵기도 합니다.


하지만 저를 지켜내고, 저의 살림을 단순하고 홀가분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어쩜 미니멀라이프는 제게 필수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렇게 저에게서도 저의 집에서도 빠지려야 빠질 수 없는 존재가 되어가고 있는 듯합니다.

 

그러고 보면 미니멀라이프는 그 정의를 아는 것보다는 자신에게 어떤 의미인지를 먼저 생각해 보는 것이 중요한 거 같아요. 스스로에게 한번 물어볼래요? 


“너에게는 대체 미니멀 라이프가 뭐니?” 


저는 망설임 없이 대답할 것입니다. 


“미니멀라이프는 바로 저의 삶입니다. 제가 살아가야 하는 삶, 그 자체요.”


그런 저는 급하게 실천하지 않을 겁니다. 아직 미니멀라이프에서 말하는 최소한의 물건이 어느 정도인지도 알지 못하니까요. 남의 기준이 아닌 저만의 기준으로 집안의 살림들을 정리해 볼까 합니다. 이런 제가 시작하는 미니멀라이프의 처음은 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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