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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니멀랑이 Jan 20. 2024

집안일만 단순해진 게 아니었다. 복잡했던 삶이

집안일 중 제일 부담이 되는 것은 아무래도 주방일과 청소였습니다. 두 아이를 키우며 일까지 해야 하는 상황에선 크게 부담이 되더라고요. 그러나 미니멀라이프를 실천하고 있는 지금은 집안일에 대한 부담이 많이 해소가 되었어요. 되려 부지런해지기까지 했다니까요.


혹시 집안을 둘러보다 식탁 위에 놓인 물건들을 보게 되면 어떻게 하시나요? 예전의 저였다면 분명 ‘나중에 해야지..’라는 생각을 하며 그냥 지나쳤을 겁니다. 거기서 끝나면 다행이었겠지만 어쩔 땐 놀고 있는 아이들을 불러내 잔소리를 하며 치우라고 소리치기도 했답니다. 


결국 이렇게 미뤄놓은 일들은 다음날 더 큰 부담과 스트레스로 다가왔습니다. 아이들 역시 엄마의 잔소리를 들어 기분을 망치는 하루가 되었을 거예요. 그러나 지금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누가 꺼내 놓았건 상관없이 물건을 제자리에 정리하고 있거든요.


이제는 이런 일들이 귀찮게 느껴지지도 않고요, 별로 중요하지도 않아요. 그저 눈에 보이면 제자리에 놓기를 실행할 뿐입니다. 어쩜 저의 행동뿐 아니라 마음가짐 또한 많이 바뀌고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집안에 있으면 이런 일들은 수시로 일어납니다. 그러나 비움으로 인해 많은 물건들이 줄어들었고, 살림이 가벼워진 덕분에 집안일 자체가 단순해져 충분히 감당이 되더라고요.


자연스레 몸은 물론 마음의 여유까지 가질 수 있게 되었습니다. 어떤 일이든 즐겁게 해 낼 수 있을 정도로 말이에요. 이러니 비우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거 아니겠어요?

 


미니멀라이프를 하지 않을 이유는 없었다.



하루는 빈양과 함께 대형마트에 장을 보러 갔습니다. 요즘엔 주로 인터넷으로 구입을 하고 있지만 한 달에 한번 정도는 오프라인 매장에 가요. 눈으로 보고서 구입하고 싶은 것들이 여전히 있거든요. 그렇게 마트 안을 구경하던 그때 평소 그릇에는 관심도 없던 제가 진열되어 있던 샐러드용 접시 하나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샐러드접시를 사용하면 다이어트도 잘 될 텐데..' 결국 구입하고 말았어요.


이런 의지 없는 여자 같으니라고. 장보기가 끝난 후 집으로 돌아온 저는 그제야 이 그릇이 정말 필요했던 물건이었나를 묻고 있었습니다. 저 조차도 어이가 없어 한바탕 웃어버렸네요. 한 번씩 이런 일을 하는 제가 바보스럽지만 여기서 멈추면 안 된다는 것을 압니다.


맘에 들어 산 그릇에 자리를 내어 주었으니, 다른 그릇 하나를 비워내야 한다는 것을 이제는 알거든요. 그것이 비움을 실천하며 만든 저만의 규칙이기도 하고요. 그릇뿐만이 아닌 거 다들 아시죠? 그 물건은 옷이 될 수도 있고, 화장품이 될 수도 있습니다.


물론 반복되어서는 절대 안 되고요. 그렇게 하다 보면 결국 제가 좋아하는 물건들만 남게 되는 거. 그게 제가 사는 미니멀라이프의 최종 목표입니다.  

 

미니멀라이프를 하면서 제일 처음 한 일은 물건을 버리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지인들에게도 많은 물건들을 나눔도 했고요. 아마도 그때 제 물건들을 가져가신 분들은 저를 미쳤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릅니다. 비운 것들의 대부분이 거의 생활에 필요한 물건들이었거든요. 다행인 건 가져가신 후 잘 사용하고 있다는 겁니니다.


또한 가끔 저희 집에 오실 때마다 정말 부러워하세요. 처음엔 휑해 보인다며 어색해하셨지만요. 요즘은 괜찮다며 편안하고 좋다며 본인도 비움을 시작해 보고 싶다고 조용히 말씀하십니다. 그럴 땐 ‘나 진짜 미니멀라이프 하길 참 잘했구나!! 정말 잘 비워냈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요.

 

첫눈에 반한 빈 공간, 책 속의 그들처럼 되고 싶다는 생각에 따라 하기 시작한 미니멀라이프. 시간이 흐르니 저만의 미니멀라이프가 조금씩 만들어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알게 되었어요. 나만의 최소함이 얼마만큼인지를요. 오늘도 미니멀라이프 곁으로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어서 너무도 좋습니다. 이제는 어엿한 초보 미니멀리스트라고 당당히 말해도 되겠죠?

 

한동안 물건 버리기에 집중을 한 덕분인지 많은 물건들을 비워냈습니다. 물론 여전히 집안에는 많은 물건들이 있었지만요. 퇴근 후 매일 저녁 버려야 할 물건들을 찾아 집안을 어슬렁 거렸고, 결국 또 하나의 루틴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이제는 아이들이 되려 쉬고 있는 저에게 한마디 건네곤 합니다.



“엄마, 오늘은 물건 안 버려?”



그렇게 어느새 저뿐만 아니라 이이들까지도 미니멀라이프에 스며들고 있었습니다. 비움에 있어 때때로 힘든 일도 많았습니다. 특히 가족과의 트러블은 말도 못 하죠. 제 생각엔 분명 없어도 되는 물건이 가족들에게는 그렇지 않았던 거죠.


일주일에 몇 번씩은 지옥을 왔다 갔다 하는 기분이었답니다. 지금은 어떠냐고요? 요즘엔 가족들의 든든한 지지가 느껴질 정도라니까요. 물론 가족들의 물건을 비우는 건 여전히 어렵기는 하지만 말입니다. 그래도 비움이란 건 일하는 엄마들에게 꼭 필요하다는 생각은 더 강해지는 거 같아요. 이런 저는 두 아이를 키우는 워킹맘입니다.

 

워킹맘이 무슨 뜻인지는 다들 아실 거예요. 일하는 엄마. 요즘은 밖에서 일하는 엄마들을 대표하는 말이 된 거 같아 조금은 아쉬워요. 사실 전업주부라 하더라도 일을 하는 건 똑같은데 말이에요. 우리 약속하나 해요. 이 책 안에서는 누가 더 힘든지 겨루지 말고 우리 모두가 워킹맘인걸로요. 오케이?


그런 우리들은 매일이 바쁨 그 자체입니다. 회사에 다니는 엄마도, 집에서 아이들을 돌보며 집안일을 하는 엄마도요. 그러나 얄밉게도 미니멀라이프를 실천하며 비움을 한 덕분에 예전보다는 여유로운 시간을 갖게 되었습니다. 오히려 저를 위한 자기 계발로 인해 바빠지기 시작했다고 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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