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해서 비움을 하다 보니 이제는 대부분 쓸모가 있어 남겨둔 물건들뿐이라는 것을 알기에 무작정 비우지 않습니다. 쓰레기들을 버릴 땐 몰랐지만, 많은 물건을 버려보니 이제는 알겠더라고요. 그만큼 어떤 물건들을 비워낼 것인지 결정하는 것은 여전히 생각보다 어렵고 힘이 듭니다.
비움을 꾸준히 해 보신 분들이라면 분명 공감하실 거라 생각되네요. 그래서 비움을 하다가 포기하시는 분들도 많고요. 그만큼 미니멀라이프에서 가장 기본적인 단계인 비움은 참 어렵습니다. 저에게도 마찬가지였고요.
그랬던 제가 요즘엔 집안의 물건들이 비워지는 모습을 보며 무척이나 흐뭇해하고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더 비워내지 못함에 속상할 때도 많고요. 가끔은 버리기를 망설이다가 되려 돈을 주고 비우게 된 물건들도 생겼습니다. 그렇게 포기하지 않고 실천해 나간 덕분에 제 삶은 참 많은 변화가 있었답니다.
사는 게 다 그렇더라고요. 빈 공간, 빈 마음이 생기면 꼭 한 번쯤 더 센 태풍들이 들이닥치고. 그런 것들이 다시 또 저를 바닥으로 내팽개치고. 그럼에도 미니멀라이프는 다시 일어설 수 있게 하는 힘을 만들어 놓았던 거 같아요. 그렇게 여전히 잘 버티며 잘 살아가고 있습니다. 두 아이들과 함께요.
한결같이 게으르고 끈기 없던 사람이 바로 저였습니다. 미니멀라이프를 하게 된 것 역시 그 이유 때문일지도 모르고요. 그런데 지금까지도 미니멀라이프를 꿈꾸며 살아가고 있답니다. 좀 놀랍죠? 때론 이런 제가 참으로 신기할 정도라니까요.
그런 저는 미니멀라이프가 참 좋습니다. 꼭 힘든 날을 함께 견뎌온 우직한 친구처럼 말이에요. 여전히 잡생각들도 많고 마음이 무거운 날들도 많지만, 이젠 고통스럽다거나 아프다는 말은 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저 웃으며 물건 하나를 비워 낼 뿐이죠.
미니멀라이프를 살겠다고 모든 집중을 쏟으며 물건들을 비워 내던 날, 물건들만 비우고 있던 게 아니었나 봐요. 물건들을 비워내면 비워낼수록 많은 생각들과 무거운 마음까지도 같이 비워지고 있었던 거 같습니다. 매일이 똑같고 힘든 날의 연속이었지만 이렇게 잘 견디며 살아왔으니까요. 요즘은 아무리 힘들어도 미니멀라이프를 하면서 느꼈던 홀가분함과 여유로움을 잊지 않으려고 노력 중이랍니다.
'고마워, 미니멀라이프..'
때론 미니멀라이프가 힘들다고 투덜 되던 때도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모든 게 감사한 일 투성이가 되는 삶이 되어가고, 이런 하루하루들이 모여 힘든 시간들을 버틸 수 있게 되고. 그렇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고마워 미니멀라이프..’ 앞으로도 항상 이 마음을 기억하며 살고 싶어 집니다.
요즘같이 밤하늘에 달이 이뻤던 적이 있었나 싶습니다. 별거 아닌 것들에도 감동받는 사람이 되어가는 제가 참 좋아요. 미니멀라이프와 함께한 시간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지만, 좋아하는 마음은 그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자신이 생깁니다.
오늘도 무언가를 열심히 비우고 정리하며 하루를 마감합니다. 매일 한 개라도 비우자는 마음은 가지고 있지만, 어떤 날은 한 개도 비우지 못하고 지나가는 날이 제법 되는 거 같아요. 그러나 절대 미니멀라이프에 대한 마음이 흐려진 것은 아닙니다. 항상 미니멀라이프가 제 삶이길 바랐고, 제 삶이 미니멀라이프이길 바라며 살고 있으니까요. 가끔 미니멀라이프를 위한 그 어떤 것들을 하지 않는 날에도 말입니다.
문득 마음껏 책도 읽고, 글도 쓰고 싶은 그런 날이 있습니다. 그러나 워킹맘인 저에게는 그런 날들이 사치라고 생각했어요. 그때 미니멀라이프를 만나게 되었고 이제는 이 모든 것들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런 것들이 바로 미니멀라이프의 효과인 거 같다는 생각이 오늘따라 찐하게 드네요.
좀 더 미니멀라이프에 가까이 가보고 싶어 여전히 비움을 하고 있고요. 아직도 많은 물건들을 소유하고 있습니다. 아직 미니멀라이프라는 여정의 한가운데 서 있습니다. 어쩜 제 삶이 끝나기 전까지는 미니멀라이프에 결코 성공했다고 말할 수도 없을지 몰라요. 그 얘긴 어쩜 평생 해야 할 미션 같은 거라는 생각도 듭니다.
어때요, 그게 제 삶인걸요. 그래서 절대 미니멀라이프를 포기하는 일 따위는 하지 않을 겁니다. 그런 저는 이젠, 어엿한 초보 미니멀리스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