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멀라이프를 살고 있는 지금도 여전히 출근하는 아침은 변함없이 바쁩니다. 오늘도 역시나 두 아이들을 깨워 김에 싼 밥을 김치와 함께 먹인 후 출근준비를 해요.
"그럼 왜 미니멀라이프를 사는 거야? 별 차이도 없는데??"
맞아요. 겉으로 보면 달라진 게 하나도 없는 저희 집의 아침 풍경입니다. 그러나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본다면 하나부터 열까지 다르게 보내고 있다는 것을 아실 수 있을 거예요. 특히 저를 중심으로 말입니다.
여태껏 알람으로 아침을 시작했던 제가 이제는 자연스레 눈을 뜬답니다. 미니멀라이프 덕분에 단순해진 집안일은 저녁시간에 여유를 주고 있거든요. 그 덕에 모든 일을 마치고 일찍 잠이 든 저는 아침에 일어나는 일이 어렵지 않네요. 화장은 또 어떻고요. 매일 하던 마스카라와 아이라인을 이제는 하지 않습니다. 처음엔 어색하고 부끄럽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살짝 작아 보이는 눈이 오늘따라 꽤 매력적으로 보이는 거 같아요. 풉. 죄송합니다.
그것뿐이 아닙니다. 매일 아침 입을 옷을 고르는 시간도 많이 줄었어요. 많은 옷들을 비워준 덕분이겠죠? 고를 수 있는 옷들이 줄어드니 당연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거기에 어제 입었던 옷을 한번 더 입는 날도 점점 늘어갔어요. 처음엔 좀 더럽다는 생각이 들었고 냄새가 나지는 않는지 몇 번이고 확인을 했답니다. 그러나 이제는 더럽지만 않으면 두 번 아니 세 번까지도 입을 수 있게 되었어요. 이것은 절대 궁상떠는 게 아니라고요. 이런 제가 조금은 이해가 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그런 저는 매일 아침 옷장문을 열면서 무엇을 입을지 고민하지 않고요. 오히려 홀가분함을 느낀답니다. 쉿! 그래도 속옷은 매일 갈아입는다고요. 헤헤~ 아침시간만 이런 게 아니었습니다. 제 삶이 완전히 바뀌었다니까요.
저희 집에는 컵같이 생긴 잔이 딱 하나 있습니다. 물론 나머지 잔들은 멀쩡한 덕분에 지인들에게 나눔을 했고요. 하나 남은 이 잔으로 저희 가족들은 물을 마십니다. 마시고 나면 바로 설거지를 한 후 건조대에 올려놓아요. 그래야 다시 쓸 수가 있거든요. 가끔 컵이 부족하다 생각이 들면 보온도시락통을 이용하기도 하고요. 들고 다니던 텀블러를 꺼내기도 합니다.
처음엔 너무도 불편했어요. 제가 왜 컵들을 모두 비웠을까라는 후회도 살짝 했고요. 그러나 이제는 전혀, 절대, 하나도 불편하지 않습니다. 저뿐만이 아니라 처음엔 투덜거리던 아이들도 이제는 쓸 수 있는 컵이 없다는 것을 알기에 사용한 후 살짝 헹구어 건조대에 올려놓는걸요. 이것만 봐도 충분하지 않나요?
물론 너무 많은 물건들을 비워 당황했던 날들도 많았습니다.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오시는 날에는 수저와 젓가락, 앞접시 등이 모자랄 때가 생기더라고요. 딱 가족수만큼만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말이죠. 그런 날에는 집 앞 편의점에 달려가 컵라면을 구입하면서 나무젓가락을 얻는 센스를 발휘하기도 하고요. 밥그릇, 국그릇 모두를 꺼내 앞접시로 쓰라며 주기도 했답니다. 집주인과 손님 모두가 당황했던 일이었지만 대처가 괜찮지 않았나 싶습니다. 앞으로도 잘할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드네요.
가끔 많은 물건들에 치여 살던 예전 생각이 나요. 그렇게 지금의 삶과 비교하지 않으래야 않을 수가 없더라고요. 지금 살고 있는 이 삶이 얼마나 홀가분하고 여유로운지 더 느낄 수 있는 이유인 거 같기도 하고요. 오늘따라 미니멀라이프 하기를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변화된 제 삶이 마음에 쏙 들었거든요. 저도 그렇고. 저희 가족에게도요.
'나는 미니멀라이프가 좋다'
이런 변화들 속에서 제일 마음에 드는 일은 바로 책을 읽고, 글을 쓰며, 다이어리에 기록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진다는 것입니다. 평소의 저였다면 절대 그럴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지금 이 시간들이 더욱더 소중한 거 같아요. 책 한 권을 정해서 매일 한 페이지씩 읽는 이 기분, 매일 저녁 주방을 마감하고 한 꼭지씩 글을 쓰는 이 느낌, 오늘 하루를 기록하며 잘한 일과 잘못한 일을 되새기며 감사하는 마음으로 하루를 마감하는 저. 이런데도 미니멀라이프를 어떻게 좋아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냐고요?
오늘도 현실이라는 삶 속에서 나름의 홀가분함과 여유로움을 느끼며 하루를 보냅니다. 물론 바쁠 땐 바쁘고, 힘들 땐 힘들기도 해요. 하지만 이 모든 일들을 즐기며 버티고 견뎌내고 있다면 믿을 수 있으시겠어요? 어쩜 줄어든 물건들만큼 마음의 짐을 많이 비워낸 덕분일지도 모르겠네요. 그렇게 미니멀라이프는 비움이라는 도구를 사용해 제 삶을 단순하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그 단순한 삶을 통해 홀가분함과 여유로움을 느끼며 살고 있고요.
그런 저는 돈이 많은 부자가 아닙니다. 그렇다고 시간이 많은 사람도 아니고요. 그저 한 달 벌어 한 달을 살아내는 두 아이의 엄마이자 워킹맘입니다. 항상 빚에 허덕이고, 일에 쫓기고, 집안일에 치이고 물건에 뒤덮인 삶을 살고 있었습니다. 그런 제가 미니멀라이프를 만나 단순하고 홀가분한 삶을 살 수 있게 되었어요. 여전히 빚도 많고요. 일도 바쁘지만, 줄어든 물건만큼 단순해진 살림 덕분에 말이에요. 아직 많은 시간은 아니지만 작은 여유의 시간들을 조금씩 더 만들어내 나를 위해 시간, 가족을 위한 시간을 보내는 날들이 점점 더 많아지길 바랍니다.
지금 여러분의 삶은 어떤가요? 혹시 무언가에 지쳐 무너지고 있지는 않으신가요? 그런 분들에게 미니멀라이프를 꼭 살아보라고 살짝 얘기하고 싶어 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