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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니멀랑이 Jan 18. 2024

미치기 일보직전 집안일이 줄어드는 방법을 찾았다

하루는 남편과 크게 다투었습니다. 화가 난 남편은 쌩하니 방으로 들어가 버렸고 혼자 남은 거실에서 저 역시 화를 삭이고 있었어요. 그러나 주체할 수 없던 화 때문에 뭐라도 해야만 했습니다. 그러다 거실에 있던 아일랜드 식탁이 눈에 들어왔고, 저거라도 치우 자라는 생각으로 식탁 앞에 섰어요. 헉! 식탁 위에는 다 먹고 남은 배달 용기들과 각종 잡동사니 같은 물건들이 쌓여 있었고, 수납공간이라는 곳에는 라면과 참치캔들이 서로 엉켜 널브러져 있었습니다. 


'그래, 바로 여기다!'


그렇게 저는 미친 듯이 식탁 위와 수납공간을 정리하기 시작했습니다. 버려야 하는 물건들이 산처럼 쌓이고, 그럼에도 여전히 많은 물건들이 남아있는 모습에 화를 참기는커녕 되려 짜증까지 내고 있었습니다. 


‘왜 이렇게 물건들이 많아진 거지?’ 

'짜증 나..'


겨우 정리까지는 마무리할 수 있었지만, 정리되어 있는 물건들을 보고 있자니 답답하더라고요. 그렇게 하루 이틀이 지나고 계속된 정리에도 집안의 변화는 없었습니다. 회의를 느낀 저는 그대로 집안일을 미루며 방치하기 시작했어요. 엄마라는 사람이 집안일에서 손을 놓다니. 살짝 미쳤었나 봅니다.



‘아~ 이런 게 홀가분하다는 거구나...’



한 달이 넘는 시간이 훌쩍 지나 바빴던 업무가 끝이 나고, 마지막 야근을 마치며 퇴근을 했습니다. 12시를 훌쩍 넘긴 시간이라 끊긴 버스 대신 택시를 타게 되었어요. 집으로 가는 내내 택시 뒷좌석의 창문을 열어 두었습니다. 얼굴에 스치는 바람이 참 좋았거든요. 그 덕분인지 쌓여있던 피로가 사라지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생각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이 느낌을 집에서도 가져보고 싶어 졌어요.


집에 도착하자마자 홀가분하게 치우고 싶은 마음은 간절했습니다. 그러나 계속해서 이어진 야근으로 지치고 힘들었던 터라 그대로 침대 위에 구겨져있던 이불속으로 들어가 눈을 감아 버렸습니다. 


'미안해, 내일 치워도 되겠지?!' 


내일이 주말이라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잠이 들었습니다. 다음날 이 쓰레기장 같은 집에서 얼른 벗어나고파 청소와 동시에 정리를 하기 시작했어요. 아마도 정리를 하면 좀 나이 질 거라는 생각을 했던 거 같아요. 그러나 결과는 너무도 참담했습니다. 곳곳에 숨어있던 물건들까지 모두 꺼내 놓다 보니 더 이상 감당이 되지 않는 거예요. 그렇게 정리를 하다 지쳐버리고 말았습니다.


‘아이쿠야..’ 


정리를 멈추고 물건들을 한쪽으로 밀어 놓았습니다. 어디서 주워들은 건 있어 가지고.. 나 참 어이가 없네 정말. 분명 정리를 할 때는 모든 물건들을 꺼내놓고 하나씩 해 보라고. 그러나 그 방법은 물건이 너무도 많은 저희 집에는 통하지 않았습니다. 특히 지쳐있던 저에게는 말이에요. 그러나 여기서 포기할 수는 없었습니다. 그 많은 물건들이 장난감인 양 가지고 노는 아이들이 위험해 보였거든요.


얼른 노트북을 열어 인터넷으로 정리에 대해 검색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집안을 정리하는 방법들이 이렇게나 많을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어요. 우와~ 그중에서 고른 몇 개의 방법들로 물건들을 정리하기 시작했지만, 더 좋은 방법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또 한참을 검색에 빠져있기도 했답니다. 안방에 있던 화장대 겸 서랍장은 이 방법으로, 거실에 있던 서랍장에는 저 방법으로, 아이들의 방에는 요 방법으로. 그래도 다행인 것이 나와있던 물건들을 모두 서랍장 안으로 넣을 수 있었다는 거예요. 보기 좋게 정리가 된 것처럼요. 괜찮다는 생각에 앞으로는 이렇게 정리를 하면 되겠다는 다짐도 해 보았습니다.


그렇게 2주 정도 지났을 무렵 하나둘씩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어요. 서랍장에 정리된 물건들은 서로 뒤섞여 엉망이 되어 있었고, 옷장 안의 옷들은 옷장 문을 금방이라도 열고 나올 것만 같았습니다. 또한 분명 이곳에 정리를 해 놓은 물건이 아무리 찾아도 보이질 않는 겁니다. 포기를 하던 찰나 엉뚱한 곳에서 나오곤 했어요. 처음엔 다시 정리를 해보려고도 했습니다. 그러나 다시 하려고 하니 이것도 마음대로 되지 않더라고요. 오히려 더 엉망이 된 집안 꼴에 한숨만 푹푹.



‘나 지금 머 하고 있는 거냐?’



혼잣말로 저를 다그치던 찰나 지난번 방송을 통해 알게 된 미니멀 라이프가 어렴풋이 생각이 났습니다. 최소한의 물건만을 남겨두고 살아가는 삶. 왠지 이 답답한 집을 홀가분하고 여유로운 집으로 만들어 줄 것만 같았어요. 


'그래 맞아. 더 이상은 이렇게 못 살겠어. 미니멀 라이프라는 거 한번 해 볼까?'


힘들고 지쳐있던 저는 어쩜 온 마음으로 미니멀 라이프를 받아들이고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도대체 미니멀 라이프가 뭐지? 말로는 물건 없이 산다는 거라는데. 그게 가능할까? 어떻게 물건 없이 살 수 있는 거지? 최소한의 물건이란 건 도대체 얼마 큼을 얘기하는 건데? 스스로에게 수없이 질문을 할 만큼 너무도 궁금했습니다. 


이제는 집안에서도 홀가분함이라는 것을 느끼며 살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예감에 더더욱 미니멀 라이프가 알고 싶어 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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