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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니멀랑이 Jan 17. 2024

워킹맘인 나는 매일 집안일에 치인다

월요일 아침 핸드폰 알람 소리에 눈을 뜨며 아침은 시작됩니다. 곤히 자는 아이들을 깨워 밥 한 숟가락을 겨우 먹이고 나서야 출근 준비를 해요. 조금이라도 시간을 허투루 보내게 되면 출근버스를 놓치게 되니 항상 긴장감 가득한 아침을 보냅니다. 헐레벌떡 아이들을 등교시킨 후 1분이라도 늦을까 회사를 향해 달려갑니다. 휴~ 다행히 오늘은 출근시간인 9시 1분 전에 도착했네요. 그렇게 오전 업무가 시작됩니다.


할 일은 산더민데 추가 업무는 계속 쌓이게 되고. 그러다 눈 깜짝할 새에 점심시간을 맞이하게 되네요. 야근 업무에 지쳐 잠시 눈이라도 붙이려고 사무실에 있으면 또다시 추가되는 업무 지시에 어쩔 수 없이 회사 근처 카페에 들어가 커피 한 잔을 시켜놓고 엎드립니다. 그렇다고 오후 업무는 수월하냐고요? 절대 아니거든요!! 특히 바쁜 업무에도 졸음은 그냥 지나치질 않네요. 업무 처리하랴. 졸음 내쫓으랴. 그렇게 퇴근시간이 되어버립니다.


이렇게 매일 반복되는 삶에 퇴근시간은 저에겐 그야말로 천국이었어요. 너무도 좋았습니다. 가방을 챙기고 회사를 나서는 게요. 너무도 무거웠던 업무들에서 벗어날 수 있어서 말입니다. 얼른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으로 버스에 올라탔습니다. 사람들로 꽉 찬 버스면 어떻고 지하철이면 어떻습니까? 그렇게 집으로 가는 길은 아주 신이 났답니다. 긴장이 풀려서인지 몸이 나른한 게 잠시 눈을 감아봅니다. 그러다 감았던 눈을 뜨니 저만치 집 앞 버스정류장이. 벌써? 그제야 현실을 자각하게 돼 더라고요.


분명 집안은 엉망진창이 돼있을 거예요. 안 봐도 어쩜 이리 눈에 훤한지. 어른들이 하시던 말씀을 이제야 이해하게 됩니다. 집에 들어서면 옷도 갈아입지 못한 채 저녁 준비를 합니다. 식사가 끝나고 설거지를 한 후 주방을 마감하면 밤 10시. 겨우 피곤한 몸을 이끌고 눕히기라도 하면 안 자고 깨어있던 아이들은 놀아달라고 성화일 테지요. 그렇게 아이들과 한바탕 놀고 나면 이제는 한시름 놓으며 다시 몸을 눕힙니다.


그러나 그게 다가 아니라는 것을 저는 압니다. 급하게 들어오느라 정리하지 못한 현관의 신발들, 밥 먹기 전 씻자는 말에 소파 위에 벗어 놓은 아이들의 옷들, 분명 어제 청소기를 돌렸음에도 굴러다니는 머리카락과 먼지들. 자리를 찾지 못해 여기저기 옮겨 다니다 결국 망가진 물건들. 이 모든 것들이 하나하나 눈에 거슬리기 시작할 겁니다. 특히 치워도 치워도 깨끗함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집안 곳곳에 쌓여있는 물건들. 정말 어쩌면 좋을까요? 아휴..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어느새 닫혀있는 현관문 앞에 섰습니다.



‘들어가기 싫다..’



들어가기 싫다는 생각을 뒤로한 채 숨을 크게 한번 쉬고 난 후 띠띠띠띠. 현관문을 열어 한걸음 내디뎠습니다. “엄마” 하며 달려오는 아이들 덕분에 지금까지 했던 생각들이 한순간 사라지더라고요. 이게 엄마라는 사람인가 봅니다. 이게 집이라는 곳인가 봅니다. 그러나 곧 제 생각이 맞았다는 현실에 기운이 쫙 빠집니다. 그렇게 오늘도 옷을 갈아입지 못한 채 저녁식사 준비를 시작합니다. 이런 날들이 일주일 아니 한 달 그리고 일 년 어쩌면 평생 동안 지속된다면 과연 우리는 살아낼 수 있을까요?


분명 그전에 도망을 가든, 아니면 돈을 주고 정리와 청소를 하든 해결했을 겁니다. 그런데 저는 그럴 용기도, 그럴 돈도 없으니 어떻게 해야 할까요? 왜 저만 이런 답답한 삶을 살아내야 하는 걸까요? 왜요? 단지 제가 워킹맘이라서요? 회사에서는 많은 업무에 치여. 집에서는 버거운 집안일에 치여. 어디 하나 맘 편한 곳이 없는 날들은 계속되었습니다.


이렇게 평일을 보냈으니 주말은 좀 났겠지라는 생각을 한다면 정말 큰 오산이에요. 평일에 하지 못해서 미뤄놓은 일들을 처리하느라 정신이 없을 정도라고요. 빨래와 청소는 기본이 되었고요. 거기에 많은 물건들 정리까지. 거짓말 조금 보태 허리 펼 시간도 없었답니다. 빨래와 청소는 하면 할수록 티라도 나는데 이놈의 물건 정리는 하면 할수록 티는 나지 않고 어째서 제자리걸음인지.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늘어나는 물건들은 하나 둘 감당이 되지 않더니 결국 집안 곳곳에 쌓이기 시작했습니다. 안 그래도 벅찬 집안일에 쌓여가는 물건들까지. 정말 손 놓기 일보 직전까지 왔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언제쯤 여기서 벗어날 수 있는 거냐고! 

30분도 괜찮아.. 나도 나만의 시간을 갖고 싶다고!! 제발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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