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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니멀랑이 Apr 13. 2024

비움은 주말에도 계속된다



요즘은 많은 곳들이 주 5일 근무를 하고 있습니다. 저 역시도 그렇고요. 그런 저에게 주말은 쉬는 날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자리 잡고 있었던 거 같습니다. 물론 업무가 바쁠 땐 주말에도 일을 해야만 했지만요. 어쩜 그래서 더 주말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었던 거 같습니다. 그렇지만 쉬는 날이라고 해서 매번 편하게 쉴 수 있었던 건 아니었어요. 평일에 하지 못하고 미뤄두었던 일들을 처리해야 했거든요. 또한 온전히 아이들에게 제 시간을 내주어야 할 때도 많았고요. 그럴수록 주말엔 쉬고 싶다는 생각이 더 깊이 뿌리를 내리는 거 같네요.


혹시 9 to 6(나잇투식스)라는 말을 아시나요? 여전히 대부분의 직장인이 여기에 맞춰 생활을 하고 있답니다. 9시 출근을 위해 몇 시간 전부터 준비를 해야 했고 6시 퇴근이지만 집에 도착하면 7시가 훌쩍 넘어 있었죠. 거기에 아이들 저녁식사 준비부터 각종 집안일은 한숨 돌릴 틈도 주지 않았습니다. 야근까지 하는 날에는. 생각만 해도 힘이 빠집니다. 다행히 미니멀라이프 덕분에 작은 여유를 가지고 홀가분하게 살고 있는 중입니다.







한동안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일을 줄여 주말뿐 아니라 평일에도 저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을지를 생각했습니다. 삶을 단순하게 만드는 것. 그렇게 미니멀라이프는 시작되었습니다. 그 처음은 물건을 비우는 일이었고요. 매일매일 비움은 이어졌습니다. 버리고 버리고 또 버리고. 주말이라고 예외는 되지 않았습니다. 여전히 집안에는 많은 물건들로 가득 차 있었거든요. 조금이라도 더 비우려면 주말에도 계속되어야 했습니다. 뭣도 모른 채 얼른 끝내고 싶었던 저의 급한 성격도 한몫했던 거 같고요. 그렇게 또 한 번의 주말을 맞이했습니다.


요즘 같은 날씨라면 얼른 옷을 입고 집밖으로 나가야 하는 것이 정석이겠지만 쉬고 싶다는 생각에 이불속에서 꼼지락꼼지락 중입니다. 그럼에도 꼭 해야 할 일이 있다면 그건 아마도 물건을 비우는 일일 겁니다. 사실 미니멀라이프를 하면서 많은 비움을 해서였을까요? 비움에 대한 열정이 식은 건지 아님 더 이상 비우지 않아도 된다는 자만감때문이었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어느 순간 저의 비움은 멈추고 말았습니다.




다시 또 제자리인가?





그러나 삶이라는 것은 멈춰있는 게 아니라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간과하고 있었던 거 같아요. 비움이 멈춘 후 물건에 대한 생각도 조금씩 옅어져 갔습니다. 어느새 집안 곳곳에는 많은 물건들이 다시 자리를 잡고 있었습니다.



'이 답답함 있잖아, 분명 언젠가 느껴봤던 거 같은데...'



긴가민가하는 했던 그 기분은 점점 더 저를 압박하게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깨달았죠. 다시 또 시작을 외치지 않으면 안 되겠구나를 말입니다. 비움에 대해서 말이에요. 그래서 지금 그 무엇보다 비움에 마음을 다하고 있습니다. 주말인 오늘까지도 말이에요. 오늘은 무얼 비울까라는 생각과 함께. 비움을 시작했다고 해서 예전처럼 많은 물건들을 비우려고 노력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정말 나에게 필요한지를 생각하고 물어보며 답을 한 후 비워냅니다. 물건 하나하나에 대해 집중하면서 말이에요.







주말인 오늘 비워낸 물건은 바로 사용이 끝난 펜, 고장이 난 펜, 그립감이 좋지 않아 불편했던 펜 등 총 4개의 펜입니다. 겨우? 많은 분들이 이런 생각을 하실 겁니다. 미니멀라이프를 처음 시작한 저였다면 그랬을지도 몰라요. 그러나 지금의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비움에 있어 중요한 건 물건의 개수가 아니라 물건의 쓸모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런저런 생각 없이 쓰임을 다 한 물건을 비워내는 일이 제일 좋겠지만 말이에요.


저는 글을 쓰는 것을 좋아합니다. 주로 노트북을 많이 사용하긴 하지만요. 그래도 손글씨를 꽤나 좋아하는 편입니다. 그런데 있잖아요. 손으로 많은 글을 쓰는 날에도 손이 전혀 아프지 않은 날들이 있는 반면 조금만 써도 손에서 불편함을 느껴 그만 쓰게 되는 날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아마도 글 쓰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아실 거예요. 그만큼 단순히 종이와 펜일 뿐이지만 자신의 스타일에 맞는 것을 사용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요. 그건 남이 판단해 주지 않는다는 거. 나만이 알 수 있다는 거. 비움도 그래요. 그 물건은 나의 것이고 이것을 비울지 남길지를 결정해야 하는 것도 바로 나거든요.




주말인 오늘, 저의 비움은 계속됩니다



그저 펜 4개일 뿐이지만 왜 이렇게 속이 시원한 거죠? 연필꽂이에는 여전히 많은 펜들이 남아있음에도 말입니다. 이것이 바로 비움이 주는 선물이 아닐까 해요. 그래서 여전히 미니멀라이프가 좋은 이유이기도 하고요. 작은 물건을 하나 비우면서 느끼는 이 홀가분함과 가벼움. 매일 느낄 수 있다는 게 꽤 매력적이지 않나요? 그렇게 또 한 번 힘들고 벅찬 집안일에서 해방될 수 있도록 도전 해 봅니다.


혹시 미니멀라이프를 살고 싶으신가요? 그렇다면 당신이 처음 해야 할 일은 바로 물건을 비워내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당장 무얼 버려야 할지 고민되시죠? 저도 그랬거든요. 그러나 시작이 어려울 필요 있나요? 당신 옆에 잘 사용하지 않는 펜 하나를 버려보세요. 기분 꽤 괜찮지 않나요? 그렇게 오늘의 비움을 한번 시작해 보세요. 어쩜 당신도 비움의 매력에, 미니멀라이프의 매력에 빠지시게 될 겁니다. 주말에도 물건을 비우는 저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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