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움과 들임에 집중하며 살다 보니 어느새 원하던 미니멀 살림을 살게 되었습니다. 가끔은 비움과 정리를 멈추어도 집안이 크게 변할 일이 없다는 것도 알게 되었고요. 삶의 모든 것들이 단순해지며 홀가분함과 함께 여유로움까지 얻게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무겁고 복잡해서 언제나 답답함을 느끼는 게 있습니다. 그건 바로 제 생각과 마음이에요. 어떤 날은 하늘이 너무 맑음에도 마음이 아플 때가 있습니다. 행복하고 즐거울 때는 몰랐지만. 아마도 그날은 슬프고 힘든 시간을 보냈던 거 같아요.
무겁고 복잡한 생각은 하루에도 수십 번에서 수천번 넘게 제 머릿속을 헤집어 놓았습니다.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그런 생각들은 다시 저의 마음에 파고들어 하루에도 여러 번 들었다 놨다를 반복했어요.
사실 안 해본 게 없었어요. 옷장문을 열고 남편 욕을 해 본 적도 있고요. 일기장에 같이 일하는 직원의 욕을 쓴 적도 있습니다. 잘게 뜯어진 북어포를 다시 꺼내어 나무망치로 두드리기도 하고 엉엉 울어보기도 했어요. 그러나 결국은 그때뿐이더라고요.
알고 있습니다. 이 모든 것들은 저만이 해결할 수 있다는 거. 다행인 건 전 혼자가 아니라는 겁니다. 제 옆엔 항상 미니멀 라이프가 있었으니까요. 그렇게 물건을 비울 때마다 안 좋은 생각이나 마음을 다치게 했던 일들을 함께 비워냈습니다.
저는 이혼을 했습니다. 처음엔 남편의 잘못이라고 생각했어요. 겉으로 드러나는 결과는 그렇다고 말하고 있었으니까요.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내가 그렇게 만든 건 아닐까라는 생각과 함께 자책과 반성을 하게 되더군요.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었어요. 이런 자책과 반성이라는 말로 더 이상 저를 힘들게 하고 싶지 않았거든요. 그저 우리는 부부간의 사랑과 의리를 지키지 않았을 뿐이니 머. 당연히 아무렇지 않다고 생각했었는데 아니었더라고요.
그래도 수많은 물건들의 비움 그리고 비워진 공간들을 보며 썩어 문드러진 마음을 조금씩 치유해 나갔습니다.
하루는 그 흔하디 흔한 환절기 감기에 걸렸습니다. 하루 종일 코를 훌쩍 거리며 일을 해야 했어요. 머리도 지끈지끈하고 하루 종일 빙빙 도는 거 같았죠. 최근에 이렇게 아픈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컨디션이 너무 좋지 않았습니다. 그때 들려온 수군거림.
" 백신 맞을 때도 안 아프더니... 웬 감기냐고.. "
" 아프면 조퇴를 하던가.. 왜 나와서는... "
" 다른 사람들은 맡은 일 많은데도 괜찮은데 왜 혼자만..."
" 이러다 내일 안 나오는 거 아냐... “
몸이 좋지 않아서인지 마음까지 좀 약해진 날이었나 봅니다. 평소 같았음 그냥 넘어갈 사소한 말들이 오늘은 비수처럼 가슴에 꽂입니다. 혹시 그런 뜻이 아니었다 하더라도 말이죠. 이렇게 마음이 좋지 않은 날에는 어떻게 해야 편안해지는 걸까요?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거라 하지만 전 지금 마음이 아프고 힘이 들었습니다. 퇴근 후 소파에 누워 한참을 멍하니 창밖만 보게 되더라고요. 집안일도 손에 안 잡히고. 마음속에 남아있던 말들은 더 각인되는 거 같았습니다.
이럴 때 예전 같았음 집안일에 집중했을 겁니다. 몸을 혹사시켜 가면서. 그러나 미니멀 라이프를 하는 지금, 전 이 방법으로 또 한 번 마음 한구석을 비워 봅니다.
※ 생각과 마음을 비우는 방법
1. 물건 비우기
누가 미니멀라이프 좋아하는 사람 아니랄까 봐 이렇게 또 물건 비우기가 제일 먼저입니다. 비울 게 없어 보이지만 어느새 저도 모르게 자리 잡고 있는 물건들이 있다는 것을 이쯤 되면 눈치채게 되거든요. 그런 물건들을 찾아 비우게 되면 그만큼 마음도 한결 편안해지는 걸 느낍니다.
비우는 물건의 양은 중요하지 않아요. 사실 물건을 비울 때 느끼는 쾌감도 좋지만, 비울 물건을 찾기 위해 집중할 때 마음 비우기가 더 잘되는 거 같거든요. 생각 정리까지도.
2. 감사일기 쓰기
다들 감사일기 아시죠? 하루에 한 번 감사하는 일들을 쓰는 일기입니다. 제가 처음 감사일기를 쓰게 된 건 유튜브에서 보았던 한 영상 때문이었어요. ‘나도 한번 써 볼까?’라는 생각에 호기롭게 펜을 잡았습니다만. 너무 쉽게 얕잡아 본 모양입니다. 몇 번 쓰지도 못한 채 스톱!
그러나 그 몇 번의 경험이 너무도 새로웠나 봅니다. 누가 쓰라고 하지도 않았는데 스스로 감사일기를 한 줄씩 쓰고 있는 게 아니겠어요. 무겁던 생각과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는 걸 느끼고 나서야 ‘이거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거기에 더해서 마음이 아팠던 일들도 적곤 합니다. 이제와 생각해 보니 감사일기에 쓰는 좋은 생각들이 아프고 상처 입은 제 마음을 토닥여 준거 같네요.
3. 아이들과 맛있는 거 먹기
저는 두 아이들을 혼자 키우고 있습니다. 아이들의 입장에서는 한 집안의 가장이자 엄마인 제가 무척이나 든든하겠죠? 저에게도 아이들이 그렇습니다. 혼자가 되었을 때 아이들 덕분에 버틸 수 있었으니까요.
그런 아이들과 맛있는 걸 먹으며 얘기를 한다는 게 엄청난 큰 위로가 됩니다. 굳이 아프고 속상한 마음을 말로 하지 않아도 어느새 마음은 비워져 있더라고요. 신기하죠?
아이가 없으면 어떤가요. 분명 생각과 마음을 비우는 각자 자기만의 방법은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사랑하는 부모님, 항상 내편이 돼주는 친구, 애교쟁이 반려견, 까칠한 반려묘, 쉼을 주는 집, 신나는 음악, 아주 재밌는 영화, 안정을 주는 책 등 말이에요.
만약 그 하나의 방법도 없는 분들이라면 제가 말씀드린 것부터 하나씩 시작해 보세요. 하다 보면 분명 나와 맞는 비우는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겁니다. 그 방법을 찾게 된다면 앞으로 삶의 고달픈 날들을 가뿐히 이겨낼 수 있을 거예요. 꼭 찾으시기를 마음을 다해 바랍니다.
오늘도 안 쓰는 가방 하나와 속상한 마음 하나를 비우고 내일을 위해 누웠습니다. 내일은 다시 웃는 얼굴로 사람들을 만나고 싶으니까요. 이러니 마음이 참 편안하네요. 그렇게 모두에게 편안한 밤이 왔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