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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 333 챌린지 : 적은 옷으로 살아볼까?

by 미니멀랑이



미니멀라이프를 실천하면서 사계절의 옷을 옷장 안에 모두 수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래서인지 따로 옷장 정리는 할 필요가 없어졌어요. 게다가 캡슐옷장이라는 것을 만들어 그 안에서 옷들을 관리하고 있기도 했고요. 그러나 한 가지, 비우는 데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원하는 만큼 옷들은 줄어들지 않았고, 옷장 안의 여유공간은 여전히 찾아볼 수가 없었습니다. 결국 그렇게 원하던 미니멀한 옷장을 위해 프로젝트 333 챌린지를 시작하기로 했어요.

※ 프로젝트 333

: 3개월 동안 옷, 액세서리, 주얼리, 신발을 포함해 33개의 아이템만을 착용하는 미니멀리스트 패션 챌린지


이 챌린지는 <프로젝트 333>이라는 책을 읽고 도전하게 되었습니다. 3개월에 33개의 아이템이라는 것은 1년 4번의 계절동안 총 132개의 아이템으로 살 수 있다는 얘기잖아요. 저의 목표인 80벌의 옷과 나머지는 머 신발, 가방 등이겠지만. 그 무엇보다도 적은 옷으로 살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시작한 챌린지의 처음은 33개의 아이템을 결정하는 것입니다. 그전에 자신의 현재 옷상태를 파악하는 건 기본이죠. 혹시 캡슐옷장을 만드셨다면 패스하셔도 됩니다. 그런데 33개의 아이템을 찾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았습니다.


계절의 변화도 신경 써야 했고요. 최근에 어떤 옷을 잘 입었는지도 알아야 했습니다. 그래서 일주일 동안 입었던 옷을 사진으로 남겨 놓기도 했어요... 일주일치의 입을 옷들을 결정하고, 매일 몸에 지니는 여러 개의 아이템들도 추가했습니다. 몸의 일부인 안경은 제외.


과연 33개의 물건들과 3개월을 잘 보낼 수 있을까?

시작도 하기 전부터 뭔지 모를 걱정이 앞서기 시작했습니다. 어색하기도 하면서 설레기도 했고요. 복잡한 감정 속에서 저의 프로젝트 333 챌린지는 시작되었습니다.

잠깐!!


그전에 챌린지를 하는 동안 어떤 일이 생길지 아무도 모르잖아요. 그런 돌발 상황에 맞춰 몇 가지의 규칙을 정하기로 했습니다.


※ 프로젝트 333 챌린지 규칙

첫째. 쓰임을 다한 아이템은 비우고 다른 것들로 대체가능하다.

둘째. 챌린지 기간인 3개월 동안 그 어떤 아이템도 구입할 수 없다.




그렇게 시작된 챌린지.

처음 입은 옷은 옷장에만 보관할 뿐 평소에 잘 입지 않던 옷이었습니다. 거울에 비친 옷을 입은 저의 모습은 무척이나 어색하고 낯설었어요. 하루 종일 남들의 시선과 싸워야 했던 꽃남방. 정말 최악이었습니다. 그날 저녁 시원하게 감사인사를 전하며 비웠습니다.


첫날부터 옷을 비우게 될 줄은 전혀 몰랐어요. 옷장 안에는 여전히 입을 생각조차 하지 않는 옷들이 다는 거. 그만큼 비워내야 할 옷들이 많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비운 꽃남방 대신 입을 옷을 꺼고 보니 이번엔 그 옷이 꽉 끼더라고요. 아니, 이럴 수가... 그렇게 한 번에 2벌의 옷을 비우고 다시 2벌의 옷을 꺼냈습니다. 버리는 옷은 나오는데 새로 구입하는 옷이 없다니. 오 이거 괜찮은데?



그렇게 한 달이 지났습니다. 그 사이 안 입는 옷들이 생기고 연속으로 같은 옷을 입는 날도 있었습니다. 타인의 시선은 무시한 채. 물론 저에겐 남을 신경 쓰지 않는 작은 용기가 필요했지만요. 그 이후론 옷을 입는 일이 편안해졌습니다.


입지 않는 옷을 비워내고 다시 비워낸 옷들만큼 옷장 안에서 꺼내는 일을 반복했습니다. 어느 날 옷장 안에서 작은 빈 공간들이 하나둘씩 눈에 띄었습니다. 옷들이 숨을 쉬고 있다는 느낌도 받았고요. 그런데 왜 제 마음이 홀가분하고 여유로워지는 건지.


참으로 신기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유루리 마이의 ‘우리 집에 아무것도 없어’라는 책에서도 남아있는 옷들 안에서 쇼핑하듯 고르고 비우긴 했었는데. '지금 내가 그걸 하고 있다니...'


물론 그녀와 똑같이 할 수는 없겠지만 그녀처럼 되지 않을까라는 꿈을 꿔봅니다. 옷을 사지 않아도 새로이 꺼낸 옷이 새 옷처럼 느껴지고, 자주 입던 옷들이 교복 같아서 뭘 입을지 고민하지 않아도 되니.


이러다 스티브잡스처럼 사복을 제복화하려고 하는 건 아닌지. 그러기엔 아직 남은 옷들이 많긴 하지만요. 그래도 언젠가 33개의 아이템, 1년이면 132개의 아이템으로 살게 될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보다 더 적을 수도.




옷이라는 것 역시 다른 물건들과 별반 차이가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낍니다. 충분히 얼마든지 비울 수 있다는 것도요. 오랫동안 입어서 낡아진 옷들, 살이 쪄서 작아진 옷들 그리고 나와 어울리지 않는 옷들로 비움을 시작하는 거 추천합니다.


전 이제 옷을 고르는 시간에 몇 페이지의 책장을 더 넘기게 되었습니다. 당신에게도 그런 시간을 선물하고 싶네요. 꼭 프로젝트 333 챌린지가 아니라도 좋습니다. 프로젝트 344도 좋고요. 355도 좋습니다. 자신에게 맞는 챌린지로 여유 있는 옷장을 만들어 보시길 바랍니다.


매일 아침 옷장 앞에서 한숨짓는 일도, 오늘은 또 뭘 입어야 하는지 고민할 필요도 없습니다. 더 이상은요. 반대로 옷장문을 빨리 열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빈 공간에 반하실지도.


오늘따라 미니멀라이프 하기를 참 잘한 거 같네요. 채우기만을 반복하던 제가 이제 비우기도 같이 하고 있으니. 같이 해요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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