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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슐옷장 : 옷 관리 쉽게 하는 법

by 미니멀랑이



저는 워킹맘이라 매일 아침 출근 준비를 합니다. 세수를 하고 간단하게 화장을. 그리고 옷을 입기 위해 옷장문을 열어요. 꽉꽉 들어찬 옷들을 보며 매번 알면서도 한 번씩 놀라는 건 어쩔 수가 없네요. 그저 입을 옷을 꺼내며 한숨만 쉴 뿐니다.


옷장 속에 옷들이 많다는 건 알고 있습니다. 미니멀 라이프를 시작하면서 조금씩 비내긴 했지만 옷들은 조금도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왜?? 그건 바로 근본적인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었어요.


첫 번째 문제는 바로 저였습니다. 아이를 가지면서 살이 찌기 시작했고, 아이를 낳고 좀 빠지나 싶더니 다시 또 찌기를 무한반복. 그러다 보니 그에 맞는 옷들을 구입하고 구입하고 또 구입하게 되면서 옷들 역시 무한으로 늘어나게 된 거예요. '아! 진짜 이거 대책 없네...'


두 번째는 아이들의 옷이었습니다. 한해한해가 다르게 커가는 모습은 좋았지만 그만큼 옷들도 늘어만 갔어요. 그 와중에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옷들을 넣을 수 있는지를 고민했던 저.


그렇게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미루는 것뿐이었니다.




여름이 오면 미처 정리하지 못한 겨울옷들을 깊숙이 넣어놓고 여름옷들을 꺼니다. 겨울이 오면 또 어떻고요? 계절이 바뀔 때마다 옷을 바꾸는 일에 정리무한반복 중입니다. 필요하면 구입까지도 망설임 없이 하게 되고요.


거기에 봄과 가을까지. 같은 옷을 입어주면 참 좋을 텐데 그게 잘 안되더라고요. 결국 옷장은 찬 옷들로 문을 열고 쏟아져 나오기 일보 직전이 되었습니다. 이때 정신 차리지 않았다면 옷장 하나를 더 구입했을지도 몰라요.


더 이상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기에 옷장 정리를 하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매번 하던 옷장 정리는 효과가 없다는 . 더 나은 방법을 찾아야만 했습니다. 그때 알게 된 것이 캡슐옷장이었어요. 게다가 온전히 저만의 옷들로만 채워진 옷장이라는 게 좋았습니다.


■ 캡슐옷장(capsule wardrobe)

: 꼭 필요한 최소한의 옷으로만 채워진 옷장


캡슐옷장이란 꼭 필요한 최소한의 옷들을 사진으로 찍어서 파일로 보관하며 관리하는 시스템입니다. 나에게 어떤 옷들이 있는지 언제든지 쉽고 빠르게 확인할 수 있다는 거. 물론 옷뿐만이 아니라 신발과 가방 그리고 각종 액세서리들도 관리할 수가 있어요.


가끔 업데이트를 해 주어야 하는 번거로운 부분이 있긴 하지만. 매번 옷을 꺼냈다 넣었다를 반복하는 일보다는 수월할걸요. 그렇게 본격적인 옷장 정리를 위해 모든 옷들을 꺼내었습니다.


동묘시장에서만 볼 수 있는 옷무덤을 저희 집에서 볼 줄이야. 그저 웃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얼룩진 옷, 최근 한 번도 입지 않은 옷, 입어보니 맘에 들지 않았던 옷, 입었지만 불편했던 옷 등 비워야 할 옷들을 하나하나 골라내기 시작했고, 계속 함께 할 옷들은 캡슐옷장으로 넣었습니다.




캡슐옷장 사용법


1. 옷장 속의 옷들을 카메라에 담는다.

'찰칵!' 옷장 속의 옷들을 하나씩 카메라로 찍어 줍니다. 조금은 번거로울 수 있긴 하지만 어떤 일에든 준비 작업이 필요하잖아요. 많옷들을 가진 분들은 더 힘들지도 몰라요. 그래도 이후 옷을 편하게 관리하기 위한 작업이니 신나게 찍어주세요.

2. 폰 사진첩에 폴더를 만들어 보관한다.

핸드폰 사진첩에 계절별로 앨범을 만들어 주세요. 찍어두었던 옷들을 계절에 맞게 이동시켜 줍니다. 앨범 이름옆에 남길 옷의 수를 적어주는 것도 좋은 거 같아요. 앨범을 볼 때마다 옷이 늘어났는지 줄었는지를 알 수 있더라고요. 가끔 옷을 사고 싶은 마음도 접게 만들어 주기도.


캡슐옷장이 익숙해질 때쯤 좀 더 상세하게 나눠줘도 참 좋습니다. 계절별에서 여름 상의, 여름 하의, 겨울 상의, 겨울 하의처럼.

3. 옷을 비우거나 들일 때 업데이트를 한다.

모든 정보에는 기초 작업도 중요하지만, 바뀌는 정보에 대한 내용을 반영해 주는 것도 중요합니다. 물론 버리는 옷보다는 구입하는 옷이 더 많을지도 모르지만. 이렇게 바뀐 정보는 다시 옷을 관리하는 데 있어 기초가 되어주니 잊지 말아요.




처음 캡슐옷장을 만들고 나서 엄청 헤매며 빠트리는 실수도 여러 번 했습니다. 결국 갖고 있는 옷들을 폰 하나에 넣어주며 쉽게 찾을 수 있게 되었지만. 포기했더라면 아마 지금도 옷 지옥에서 벗어나지 못했을지도. 옷장을 열어 정리할 필요도 없고, 거기에 편하게 관리까지 해주는 캡슐옷장. 이보다 더 좋은 옷 관리 방법이 있을까요?


제 목표는 총 80벌의 옷을 소유하는 것입니다. 현재 120벌이 조금 넘어요. 앞으로 옷을 구입하지 않는다고 약속도 할 수 없고요. 그래서 비움 멈추지 않을 겁니다. 다만 그 안에 하게 되는 옷 관리, 쉽게 하자는 거예요.


당신의 옷은 총 몇 벌인가요? 혹시 몇 벌인지 모르나요? 그렇다면 어떤 카메라든 상관없어요. 옷장문을 열어 옷들을 하나씩 찍어 보세요. 따로 옷 관리를 할 필요도 없이 자동 시스템인 캡슐옷장의 세계가 열릴 겁니다.


미니멀 라이프를 알게 되고 물건들을 비워오면서 깨달은 건 물건은 조금만 방심하면 금방 늘어나기 쉽다는 겁니다. 특히 옷은 더. 항상 옷장문을 열면서 하는 얘기 있잖아요. "왜 입을 옷이 하나도 없냐?" 이것만 봐도 알 수 있지 않나요?


여전히 아쉬움이 많아 버리지 못한 작은 옷들이 수두룩합니다. 연말까지 다이어트에 성공해서 입고 싶은 마음도 간절하고요. 남아있는 많은 옷들을 다시 한번 입을 수 있는 기회를 갖고 싶습니다. 모든 옷을 입을 수 있는 상태에서 비운다면 그만큼 아쉬움도 적을 텐데.

이번에 이직을 하면서 새로운 옷들을 구입해야만 했습니다. 매번 살지 말지를 고민하던 저. 이번에는 고민 없이 바로 샀습니다. 미니멀 라이프를 살고 있었음에도요. 그건 모두 캡슐옷장 덕분이었습니다.


핸드폰에 있는 캡슐옷장을 열어 남아있는 옷들을 확인했고, 구입한 옷만큼 여러 벌을 비웠거든요. 이것이 바로 물건의 인 앤 아웃. 이러니 캡슐옷장을 안 할 이유가 없네요. 옷장 앞에 서서 한탄하는 저는 이제 없습니다. 당당하게 문을 열어 오늘 입을 옷을 꺼내니까요.


다음은 신발장으로 가볼까요?... 하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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