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소유한 물건 파악하기

by 미니멀랑이


폰사진 앨범중에서


미니멀 라이프를 시작하면서 처음 실행에 옮기건 바로 물건 버리기였습니다. 혼자 사는 삶이 아니기에 가족들에게 미니멀 라이프를 시작한다고 먼저 말을 했어요. '차라리 비밀로 할걸...'


가족들의 반응은 영~ 시원찮았습니다. 되려 그딴 걸 뭐 하러 하냐는 반대는 하지 않아서 그나마 다행라고 생각했어요. 그런 가족들에게 이제부터 물건을 비울 거니 각자의 물건들을 잘 챙기라고 한마디 덧붙였습니다. 그렇지 않을 경우엔 모두 버릴 거라며 얼음장을 놓기도 했고요.


그렇게 암묵적 동의를 얻고 저의 비움은 시작되었습니다. 물론 가족들의 물건을 버릴 여유 같은 건 없었어요. 제가 소유한 물건만으로도 비울 생각을 하니 아찔했으니까요. 그러나 시작도 하기 전에 다시 고민의 늪에 빠졌습니다.


'대체 무엇부터 버려야 하는 거지?'

'내 물건이 뭐가 있었더라?'

.

.

.

'그래, 바로 이거다! 이거 먼저 했었어야지..'


서둘러 노트와 펜을 꺼내어 물건들을 하나씩 기록하기 시작했습니다. 맞아요. 바로 그겁니다. 내가 소유한 물건들 파악하기. 물건들이 많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도대체 그 물건들이 어떤 것들인지. 어디에 보관되어 있는지. 사실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거든요. 저만 그런 건가요?


미니멀 라이프를 위한 첫 번째 도전인 물건 버리기를 위해 먼저 소유한 물건들을 확인했습니다. 금방 끝날 거라고 생각했던 것은 저의 오만이었을까요? 생각보다 만만치 않라고요. 어쩜 혼자 사는 삶이었다면 쉬웠을지도.


그러나 가족들과 함께 하는 삶이었기에 물건을 구분 짓는 것이 너무도 어려웠습니다. 하는 수 없이 같이 사용하는 물건들은 제외하고 혼자만 쓰는 물건들로만 찾아보기로 했요.





[내가 소유한 물건 리스트]


■ 가구 & 가전

침대( 베개 / 이불 / 패드 / 커버 ) / 책상 / 의자 /

스탠드 / 스탠드충전기 / 노트북 / 마우스 / 마우스패드 / 노트북충전기 /

외장하드 / USB + 허브 / 갤럭시탭 / 핸드폰 / 충전기 / 무선 이어폰 / 유선 이어폰 / 핸드폰 거치대 /

셀카봉 / 무선키보드 / 계산기 / 타이머 / 무드등 / 포토카메라 + 필름 / 무선 독서등 / 여행용 충전기 /


■ 소모품

필통 / 중성펜 / 연필꽂이 / 연필깎이 / 형광펜 / 색연필 / 사인펜 / 테이프 / 풀 / 가위 / 카터칼 + 패드 /

스피드 / 자 / 제침기 / 호치캐스 + 호치캐스 심 /

다이어리 여러 권 / 탁상달력 / 메모지 / 마스킹테이프 / 스탬프 + 스탬프잉크패드 / 스티커북 /

수많은 책들..(100권은 안됨!) / 독서대 / 책문진구슬 / 북스토퍼 / 북스탠드 / 북커버 /

통장 / 도장 + 인주 / 통장지갑 / 멤버십포인트카드 / 앨범 / 텀블러 / 스텐빨대 /


■ 의류 & 액세서리

옷 / 속옷 / 잠옷 / 양말 / 신발 / 가방 / 모자 / 손수건 / 운동복 / 아이들 배냇저고리

반지 / 귀걸이 / 머리끈 / 머리핀 / 선글라스 / 안경 + 안경닦이 / 키링 /

화장품(10개는 안 돼요~) / 향수 / 눈썹칼 / 파우치가방 / 걸레슬리퍼 / 마스크 / 인형 / 칫솔 / 손톱깎이




눈으로 확인할 수 있게 기록을 하고 보니 생각보다 많지 않았습니다. 그것이 잘못된 생각이었다는 걸 금방 깨달았긴 했지만요. 바로 물건의 개수를 간과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항목당 한 개인 물건이 대부분이었지만 여러 개 아니 수십 개를 가지고 있는 물건도 있다는 것을 잊고 있었나 봐요..


그제야 기록한 물건이 다가 아니었음을 알아버린 거죠. 특히 옷이나 책 그리고 다이어리와 펜들은 너무도 많이 소유하고 있어 걱정이 되었습니다. '다 쓰고 죽을 순 있을까?..'



가지고 있는 물건을 확인하면서 놀라기도 엄청 놀랐지만. 앞으로 시작될 비움에 설레기까지. 마음은 이미 멋진 미니멀리스트가 되어 빈 공간의 여유를 즐기고 있더라고요. 그 덕분에 버린 물건들은 적었지만 꽤 홀가분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게 좋아서 비움도 계속할 수 있었고요.


그뿐만이 아닙니다. 소유한 물건들을 파악한 이후로는 버릴 물건들을 찾아다니는 것이 한결 수월해졌어요. 이곳에 어떤 물건이 있고, 저곳에 어떤 물건이 있는지 눈 감고도 찾을 수 있게 되었거든요. 시간이 지날수록 온 집안을 누비고 다니는 모습에서 처음 시작할 때의 그 어색함은 찾아볼 수 없게 되었습니다.


미니멀 라이프는 어느새 제 삶에 스며들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저도 하는데 얼마든지 시작할 수 있는 것이 미니멀 라이프가 아닐까 해요. 혼자 살고 계시다면 정말 수월하게 물건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왠지 부럽다는 생각이 들 만큼요.


물론 가족들과 함께 살고 있다면 저처럼 공동으로 사용하는 물건들은 놔두시고 나만의 물건을 파악해 보세요. 만약 확인한 물건들이 많다고 느껴진다면 여러분에게는 비움이 반드시 필요다는 거.


행여나 미니멀 라이프가 부담이 된다면 상관없이 버려야 할 물건만이라도 비워보는 건 어떨까요? 분명 제가 느꼈던 그 홀가분함을 느껴 보실 수 있으실 거예요. 물론 강요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니 절대 네버(never) 부담은 갖지 마세요.


간혹 물건이 너~~무 많아 파악하는 것조차 힘들고 어려운 분들, 제발 걱정은 넣어두시길 바라요. 그럴 땐 물건의 종류별이 아니라 공간별로 구분을 지어 파악하면 되니까요.


오늘은 주방 싱크대 왼쪽 수납장 첫 번째 칸, 내일은 오른쪽 수납장 두 번째 칸. 이렇게 공간별로 물건들을 파악한 후 비움을 시작해 보세요. 어느 정도 물건이 비워지고 난 후에는 분명 종류별로도 충분히 파악할 수 있게 될 테니까요.


그때부터 다시 또 시작하면 됩니다. 포기는 배추나 셀 때 사용하라고 하잖아요. 그러니 순하고 홀가분한 삶을 살 수 있는 이 기회를 절대 포기하지 았으면 해요.



keyword
월, 화, 수, 목, 금 연재
이전 06화이젠, 어엿한 초보 미니멀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