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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어엿한 초보 미니멀리스트

by 미니멀랑이


매일 한 개라도 비우자는 마음을 가지고는 있지만, 어떤 날은 한 개도 비우지 못하고 그냥 보낼 때가 있습니다. 절대 미니멀 라이프에 대한 마음이 흐려진 것은 아닙니다만 조금 게을러진 건 맞는 거 같아요.


그래도 항상 미니멀 라이프가 제 삶이길 바랐고, 제 삶이 미니멀 라이프이길 바라며 살았습니다.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 가끔 미니멀 라이프를 위한 그 어떤 것도 하지 않는 날에도 말이에요.


어떤 날은 마음껏 책도 읽고, 글도 쓰고 싶은 날이 있습니다. 워킹맘인 저에게는 사치일지도 모르는 그런 날. 그때 미니멀 라이프를 만나게 되었고 이 모든 것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한때는 길에 핀 잡초보다도 못한 삶은 아닐까라며 의심도 했었고, 팍팍한 삶을 그저 버티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었는데. 무엇이 잘못된 건지도 모르면서 말이에요.


매일이 힘들지 않은 날은 없었습니다. 하루하루가 정말 지옥 같았고, 그런 날들은 한동안 계속되었어요. 돈 때문에 힘들고, 사람 때문에 무너진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으니까요.


끝도 없이 계속되는 추락이었지만 어느 날 쿵!! 바닥을 밟게 되는 순간이 왔습니다. 그때 제 옆에 미니멀 라이프가 있었어요. 힘든 날을 함께 견뎌온 우직한 친구처럼. 그런 미니멀 라이프가 참 좋습니다.



한동안 모든 집중을 쏟으며 물건들을 비워 낸 적이 있어요. 그러나 물건들만 비우고 있던 게 아니었습니다. 버려지는 물건들만큼 많은 생각들과 무거운 마음까지도 같이 비워지고 있었다는 거.


매일이 똑같고 힘든 날의 연속이었지만 이렇게 잘 견디며 살아온 걸 보면 알 수 있었습니다. 그것이 얼마나 대단한 일이었는지를. 조금은 욕심 같겠지만 이제는 미니멀이 준 단순해진 삶과 홀가분함을 잃고 싶지가 않네요.


아직은 모든 게 어설퍼 조금이라도 방심을 하게 되면 순식간에 늘어나는 물건들. 슬쩍 보기에 여유가 있어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겹겹이 쌓여있는 물건들. 톡 하고 건들기만 해도 와르르 무너져 버릴 거 같은 물건들이 여전히 많은 공간들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거기에 잡다한 생각으로 마음이 무거운 날도 수두룩.


하지만 이젠 고통스럽다거나 아프다는 말은 하지 않습니다. 그저 웃으며 물건 하나를 비워 낼 뿐이에요.




잠시나마 물건만 비우면 된다는 생각에 미니멀 라이프를 쉽게 생각한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하면 할수록 난이도가 높아지는 게임처럼 미니멀 라이프는 점점 더 어려워져 갔어요.


덕분에 미니멀 라이프에 관련된 책들을 많이 보게 되면서 배움을 얻기도 했만. 게으르고 끈기도 없는 제가 말이에요. 귀찮아하던 집안일을 어떻게 하면 더 줄일 수 있을까라는 생각까지.


그저 미니멀 라이프를 꿈꾸며 살아간다는 것이 신기할 뿐이랍니다.



미니멀 라이프의 시작은 비움이긴 하지만 어떤 물건들을 비워낼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은 정말 중요합니다. 처음 물건들을 버릴 땐 몰랐지만, 비움을 꾸준히 해 보신 분들이라면 저와 같은 생각을 해 본 적이 있으실 거예요. 그러다 포기하시는 분들도 많이 생긴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요.


그러고 보면 삶이라는 것은 언제나 선택의 연속이라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네요. 이렇게 버리는 물건들 조차 선택해야 한다니. 물건들을 비워내는 일이 만만치 않음을 다시 한번 깨닫습니다.


가끔 집안의 비워지는 모습을 보면서 흐뭇해하다가도 더 비워내지 못함에 속상할 때가 있습니다. 버려야 하는 데 망설이다 되려 돈을 주고 비우게 된 물건까지 생기고요.


그래도 미니멀 라이프를 하면서 집안은 생각만큼 깔끔해졌고요. 집안일은 생각보다 단순해졌습니다. 이제는 남겨진 최소한의 물건들에 대해서도 신경을 써야 할 때가 아닌가 싶어요.


중간중간 포기하고 싶었던 적은 수십 번 아니 수백 번. 오죽하면 그만두고 싶다고 생각까지 했을까? 그럼에도 계속 해 올 수 있었던 건 작은 목표와 계획 그리고 실천 덕분이었어요.


하루에 물건 하나 비우기, 일주일 동안 옷 사지 않기 등. 알고 보니 별거 없다는 거. 다들 이미 알고 있다는 거. 집안이 답답하고 살림이 벅찬 지금 미니멀 라이프를 시작해 보는 건 어떨까?


‘고마워 미니멀 라이프..’


항상 이 마음을 기억하고 싶습니다.

미니멀을 실천하며 조금씩 감사한 일들이 생기고, 힘든 일상 속에서 마주하게 되는 소소한 행복. 이런 하루하루들이 모여 그 힘든 시간을 버틸 수 있었으니 어쩜 당연할지도.


미니멀 라이프와 함께한 시간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지만 좋아하는 마음은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자신 있어요. 이런 저는 현재 미니멀 라이프라는 여정의 한가운데 서 있습니다. 어쩜 삶이 끝나기 전까지는 미니멀 라이프에 성공했다고 말할 수 없을지도 몰라요. 그래도 미니멀 라이프를 절대 놓지 않을 겁니다. 왜냐고요?


저는 이젠, 어엿한 초보 미니멀리스트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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