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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건을 대하는 기준 정하기

by 미니멀랑이


한동안 물건 버리기에 집중을 한 덕분인지 많은 물건들을 비워냈습니다. 물론 여전히 집안에는 많은 물건들이 있지만요. 매일 저녁 버려야 할 물건들을 찾아 집안을 어슬렁 거렸고, 결국 또 하나의 루틴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이제는 아이들이 되려 쉬고 있는 저에게 한마디 건네곤 합니다. “엄마, 오늘은 물건 안 버려?”


어느새 저희 집은 미니멀 라이프에 스며들고 있었습니다. 모든 것이 완벽하고 좋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버려지는 물건들 속에서 눈에 거슬리는 것들이 생기기 전까지는요. 그것은 바로 플라스틱 용기와 음료수병 그리고 비닐봉지였습니다.


‘헉! 이렇게 많은 일회용품을 사용하고 있었단 말이야?’


저는 환경 운동가는 아닙니다. 특별히 환경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일도 딱히 없고요. 그러나 두 아이의 엄마가 되고 보니 아이들의 미래가 걱정이 되긴 하더라고요. 그렇다고 바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것도 압니다. 그럼에도 한 번씩 생각하고 방법을 찾아 실천하다 보면 조금이라도 환경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요즘은 사용하고 있는 플라스틱과 비닐들이 더 불편하게 다가오는 거 같습니다. 아! 이놈의 물건들. 많은 물건들을 버리고 난 후에야 이런 생각들을 하게 된 것이 오늘따라 참 아쉽습니다. 그저 버리기만 하면 되는 줄 알고 있었던 물건들이었는데. 이렇게 장애물 하나를 만나게 되니 많은 생각과 고민을 하게 되네요.



단순하고 홀가분하게 살기 위해 시작한 미니멀 라이프였지만 물건을 버리는 데 있어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문제이기에 물건을 대하는 저만의 기준을 정해 보기로 했습니다.




첫째. 쓰임을 다한 물건은 비운다


쓰임을 다한 물건들을 고민 없이 비우기로 했습니다. 쓰임을 다했다는 것은 말 그대도 쓰임이 다한 물건일 수도 있고, 오랫동안 쓰지 않은 물건을 말하기도 합니다. 이런 물건들을 발견했을 때는 망설임 없이 버리기로 했어요.


왠지 그런 물건들 앞에서 조금은 더 단호한 제가 되어야만 할거 같았거든요. 비우기를 망설이다 보면 결국 버리지 못하는 물건들이 늘어날 테니까요,


둘째. 공짜라고 쓰임이 없는 물건을 들이지 않는다


집안으로 들이는 물건들 대부분이 필요에 의해 구입을 하는 것들이지만, 선물이라고 받는 물건들, 행사 상품이라고 받는 물건들, 지인들이 하는 나눔의 물건들 같은 경우에는 알게 모르게 집안으로 들어오게 됩니다. 얼씨구나 좋다고 받았던 저는 이제 없습니다.


미니멀 라이프를 시작했으니 무작정 물건들을 들이는 것을 멈추고 되도록이면 아예 받지 않으려고 해요. 아직은 쌓여있는 물건들 때문에 이런 노력은 티도 안 나겠지만. 티 나는 날이 올 거라 믿습니다!


셋째. 일회용품의 사용을 줄이고, 대체할 만한 것들을 찾는다


저희 집은 배달이 많은 집입니다. 그래서 특히 더 신경 써야 할 것이 일회용품인 거 같아요. 배달을 완전히 멈추는 것이 좋다는 건 알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을 압니다. 무조건 끊기보다는 하나씩 대체하고 줄여 나가는 방법을 찾아보는 건 어떨까요?


그 처음은 나무젓가락과 플라스틱 숟가락 대신 집에 있는 숟가락과 젓가락을 사용하는 거예요. 배달 대신 매장에 가서 먹을 수 있게 노력할 거고요. 또한 비닐봉지 대신 재활용봉투나 에코백을 사용해 볼게요.



넷째. 물건을 구입할 때는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


코로나로 인해 오프라인 쇼핑보다 온라인 쇼핑을 더 즐겨하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온라인 쇼핑을 할 때마다 주저 없이 구입하게 된다는 것을 느낍니다. 직접 만져보고 사는 것이 아니라 눈으로만 봐서 그런 건가 싶기도 하고.


집 앞 슈퍼를 이용하기는 하지만 여전히 인터넷 쇼핑이 편하고 좋습니다. 그럼에도 필요한 물건만을 구입하겠다는 의지는 장보기에 앞서 냉장고를 비롯한 집안 곳곳을 확인하게 만들고 사야 할 물건의 리스트도 기록하게 합니다. 조금 더 신중하게 물건을 구입하려고 말이에요.


다섯째. 쓸 수 있으면 열심히 쓴다.


물건이 많다는 것은 써야 하는 것들이 많다는 얘기일 겁니다. 어쩜 열심히 써야 하는 게 물건을 대하는 기준 중에 제일 먼저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또한 그 안에는 분명 유통기한이나 사용기한이 지나 사용하지 못하는 물건들. 기한은 지나지 않았지만 못쓰게 된 물건들이 많을 겁니다.


이런 것들이 나오지 않도록 쓸 수 있는 것들은 최선을 다해 쓰는 게 맞는 거잖아요. 그래서 종이와 펜을 사용해 기록에 참 열심입니다.




이렇게 물건을 대하는 기준을 정했으니 자세도 달라져야 하는 거 같습니다. 물건을 쓰고 비우고 들이는 데 있어 조금 더 신중하고 소중하게, 조금 더 마음을 다하도록 말이에요. 생각만 해도 홀가분함이 온몸으로 느껴집니다. 이것이 바로 미니멀 라이프를 좋아하는 이유이기도 하고요.


분명 누군가는 이런 기준은 누구나 세울 수 있다고 얘기할지도 모릅니다. 맞아요. 누구나 정할 수 있는 기준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모두 잘 알고 있지 않나요? 기준을 정한다고 해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는 것을요.


물론 기준을 지킨다고 해서 단순하고 홀가분한 삶에 가까이 간다는 건 쉽지 않을 겁니다. 타인의 말에 흔들릴 수도 있고, 할 수 없는 일들에 좌절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포기하지는 말아요. 내가 정한 기준대로 실천해 나간다면 나의 미니멀 라이프는 계속될 거니까. 혹시 자신만의 물건을 대하는 기준이 없다면 오늘 딱! 한 개만 정해 보는 건 어떨까요?



물건은 물건일 뿐 크게 의미를 두지 않았었거든요. 그러나 미니멀 라이프를 실천하게 되면서 삶에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그것이 참 싫지가 않았어요.


피부에 맞는 화장품은 품절이 되기 전엔 절대 바꾸지 않았고, 물건이 많으면 많은 대로 답답하면 답답한 대로 모두 짊어지고 살던 저였습니다. 그 누구보다도 변화에 대한 거부감이 많은 사람인데도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이 새삼 신기하기까지 합니다.


아침에 일어나 책의 여러 페이지를 읽을 수 있는 시간.

주방을 마감하고도 책상에 앉아 글을 쓸 수 있는 시간.


이런 자그마한 여유들이 하나둘씩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이렇게 살게 되다니요? 이런 시간이 요즘 저의 소소한 행복 아니 아주 큰 행복입니다. 이러니 어떻게 미니멀 라이프를 좋아하지 않을 수 있겠어요?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오늘 하루도 참 열심히 미니멀 라이프를 실천합니다.

간혹 주위에서 미니멀 라이프에 대한 잘못된 방법들을 이야기할 때가 있습니다.


“미니멀 라이프를 하면 물건을 거의 버려야 한다던데.”

“미니멀 라이프를 하면 물건들을 사면 안 된다더라.”


그렇지만 미니멀 라이프를 사는 분들이라면 분명히 알고 계실 겁니다. 무조건이 아니라는 것을요. 우리가 사는 모습은 모두 다른데 소유한 물건들이 모두 같아야 한다는 건 좀 어불성설이잖아요.


아이들이 많은 집에서 작은 냉장고와 큰 냉장고 중 어떤 것이 과연 최소한의 물건일까요? 허리가 안 좋으신 부모님 댁에 있는 침대는 비워야만 하는 걸까요?


각자의 상황에 맞게 최소한의 물건은 언제든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뚱뚱한 저에게 침대와 식탁은 필수라고 생각하는 것처럼 말이에요. 그런 물건들이 있어도 저는 미니멀 라이프를 살고 있습니다.

문득 물건을 대하는 기준을 정한 것처럼 미니멀 라이프에 대한 기준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또 이렇게 얘기했다고 물건 막 들이시지 말고요. 꼭 신중하게 생각해 보고 선택해요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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