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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미니멀 라이프, 그게 뭐냐고?

by 미니멀랑이



미니멀 라이프를 시작하기로 마음은 먹었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며칠이 지났습니다.


도대체 미니멀 라이프가 뭐냐고?

뭔지 알아야 하든지 말든지 할 거 아니냐고?


미니멀 라이프가 처음인지라 어디서부터 무엇부터 어떻게 해야 될지 도통 감을 잡을 수가 없었습니다. 뜻이라도 알면 무언가를 해 볼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초록이 검색창에 입력을 해 보았습니다. 미니멀 라이프 + 엔터.


■ 미니멀 라이프(Minimal Life)

: 일상생활에 필요한 최소한의 물건만을 두고 살아가는 삶


최소한의 물건만 두고 산다고?

검색만으로는 도저히 미니멀 라이프를 시작할 수가 없었습니다. 역시 시작도 하지 못한 채 끝나지는 않을까라는 불안함도 생기기 시작했고요. 안 되겠다 싶어 미니멀 라이프에 관련된 책들을 여러 권 구입했습니다. 그것은 정말 최고의 선택이지 않았나 싶어요.


사사키 후미오의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

유루리 마이의 ‘우리 집엔 아무것도 없어’

도미니크 로로의 ‘심플하게 산다’



어느 날 아이들이 모두 외출을 하고 혼자 있는 시간이 주워졌습니다. 매일 보던 TV를 켜고 침대에 눕던 그때 그 옆에 놓여있던 세 권의 책이 눈에 들어왔어요. ‘왜 하필 지금...' 그렇게 처음 선택한 책은 '우리 집엔 아무것도 없어'입니다.


책의 내용은 대충 이래요.

한 젊은 여성이 지진이라는 천재지변을 통해 물건에 대한 생각이 바뀌고 이후로 버리기에 푹 빠져버립니다. 결혼을 하면서 더 황당하고 놀라운 일상은 계속되죠.


‘혹시 이거 내 얘기를 쓴 건가?’

책은 시작부터 착각을 일으킬 만큼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켰습니다. 물건들로 꽉 찬 그녀의 집, 그러나 더욱더 놀라웠던 것은 정리된 모습이었습니다. 버리기를 시작할 때는 완전 신세계라는 표현밖에 할 수가 없었고요.


읽는 내내 놀라움은 계속되었고 더 이상 비울 것이 없음에도 다시 또 비우고자 하는 모습은 제 눈에, 제 마음에 콕! 박혀버렸습니다. 이건 정말 획기적인 일이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어요. 그렇게 미니멀 라이프에 반해버렸습니다.


‘그래 바로 이거야. 이게 진짜 미니멀 라이프였구나.’


그날 처음 집안을 천천히 둘러보게 되었습니다. 매일 생활하는 공간이라 잘 알고 있을 거라 생각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공간 하나 없다는 것이 이제야 보이다니. 살면서 느낀 답답함과 불편함이 왜 그저 집이 좁아서라고만 생각했던 걸까요?


많은 생각들이 정리될 때쯤 제 옆에는 미니멀 라이프가 있었습니다. 미니멀 라이프라는 삶이 어떤 삶인지를 조금씩 깨닫고 있는 거 같기도 하고요. 다만 생각은 생각일 뿐 직접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는 거. 물론 중간중간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인적은 쉿! 비밀입니다.


지금도 문득문득 그런 마음이 들 때가 있어요. 그럼에도 여전히 저만의 미니멀 라이프는 계속되고 있답니다. 책 속에서 보여주는 빈 공간이 많은 집들이 목표는 아니지만요. 어쩜 그들처럼 산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일지도 모르고요.



높은 목표는 실천을 하기도 전에 포기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결국 그 일을 혐오하기까지 이를지도 모르고요. 그런 바보 같은 행동은 하지 않기로 다짐한 후 상황에 맞는 미니멀 라이프를 하기로 했습니다. 집안 어디든 상관은 없었어요. 서 있는 곳에서부터 작하기로 했으니까요.


처음 하는 미니멀 라이프는 많은 실수와 착오를 겪어야만 했습니다. 그런 일을 통해 책 속보이는 삶과 실제 상황이 다르다는 것도 알게 되었고요. 물론 한 집안의 가장이며, 두 아이의 엄마라는 상황에서 똑같을 수는 없긴 하지만 아쉬움은 생기더라고요. 또 모르지요, 아이들이 독립하고 난 후 혼자의 삶을 살게 되는 그때는 할 수 있을지도요.


물건으로 가득 차 있는 집에서 생활하며 느끼는 답답함에서 벗어나는 꿈을 매일 니다. 정리만으로는 더 이상 감출 수 없는 물건들을 빨리 비워내고 싶기도 하고요. 단순하고 홀가분한 삶을 살고 싶은 마음이 한가득인 지금, 저만의 미니멀 라이프인 리얼 미니멀 라이프를 시작합니다. 물론 최소한의 물건으로 살아간다는 불변의 법칙과 함께 말이에요.




한 달 벌어 한 달을 살아내고 있고, 매월 원금과 이자를 내야 하는 대출금이 있으며, 어느새 훌쩍 커버린 두 아이들이 있습니다. 매일 복잡한 생각들과 함께 벅찬 집안일로부터 버티며 살아내는 중이고요. 그러다 미니멀 라이프를 만났습니다.


삶을 조금은 단순하고 홀가분하게 바꿔주지 않을까라는 기대에서 한번 해 볼까라는 생각으로 바뀐 지금, 앞으로 펼쳐질 최소한 물건들과 함께 할 삶에 너무도 설렙니다. 벌써부터 좋아지는 미니멀 라이프지만 그 길이 그리 쉽지 않다는 것을 압니다.


시작도 하기 전에 포기해 버리는 사람이 되긴 싫습니다. 게으름뱅이는 되어도 집포자(집안일을 포기하는 자)는 되기 싫거든요. 그런 엄마가 되는 건 더더욱 싫고요. 처음부터 쉬운 일은 없잖아요? 이런 도전이 아직은 두렵지만 자신을 지켜내고, 한 가정을 이끌어 나가기 위해서는 어쩜 필수적인 것은 아닐까요?


“너에게 대체 미니멀 라이프는 뭐니?”

"음... 나에게 미니멀 라이프는 나의 삶, 내가 살아가야 하는 삶 그 자체야."


저는 망설임 없이 대답할 것입니다. 그렇지만 급하게 실천하려고 하지 않을 거예요. 아직 미니멀 라이프에서 말하는 최소한의 물건이 어느 정도인지도 잘 모르니까요. 남의 기준이 아닌 저만의 기준으로 말이에요.


앞으로 집안의 살림들을 하나둘씩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변화된 모습을 상상하며 다짐만 해도 참 설레네요. 이런 제가 시작하는 미니멀 라이프의 처음은 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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