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의 순간

내가 사랑했음을 확신하게 된 계기

by 민이

덕질도 사랑이다. 적어도 애정이다. 뜻하지 않게 찾아온 이별의 순간이 분명 존재하고, 그로 인해 힘들어하는 나를 마주하게 된다.


좋아하는 것도 많고, 좋아했던 것도 많다. 다만 그중 오래, 크게 좋아했던 것들이 몇 개 있다. 보통은 나의 관심사에 따라 이리저리 모습을 바꾸었고 그게 자연스러웠지만, 이들은 그렇지 못했다.


사람의 단점이 눈에 밟히기 시작하면서부터 이상함을 느꼈다. 사실 이렇다 할 문제점도 아니었고 그저 나의 취향과 반대되어 특히 거슬리는 단점이었다. 한창 좋아할 때는 보이지도 않았고, 인지하고 나서도 별생각 없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는 애써 무시하고 넘어가고 있었다. 어쩌면 나의 취향이 바뀐 것일 테고, 대부분은 덜 사랑해서였을 것이다.


좋아할 때는 정말 죽는 그날까지 계속 좋아할 것처럼 살아간다. 물론 이미 모든 것은 어느 순간 멈추게 되어 있고, 언젠가는 끊길 것임을 지금을 알고 있다. 하지만 처음에는 이를 알지 못했다. 내 인생을 바쳐서라도 좋아하고 싶었던 덕질도 결국은 놓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믿을 수 없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부정했다. 내 상태가 좋지 않아 별 거 아닌 일도 거슬리는 거라 생각했고, 나중에 좀 쉴만해지면 다시 좋아하게 될 거라고 변명했다. 내가 변하였음을 믿고 싶지 않아서 다른 이에게 뒤집어 씌우고 싶었지만, 덕질 대상은 전혀 변하지 않았음을, 몇 년 동안 내가 좋아했던 모습 그대로라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에 그럴 수가 없었다.


일상의 일부였기에 자연스레 찾아 하던 덕질을 슬슬 억지로 하게 되었을 즈음, 종종 다시 좋아하게 되는 듯한 착각이 들기도 했다. 내가 좋아하던 그대로 앞으로도 계속 좋아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러다 결국은 더는 좋아하지 않게 되었음을 받아들였다. 오래 붙잡고 있어서 놓는 것도 오래 걸렸다. 망설임과 후회 속에서 긴 시간을 녹였다.


보통 덕질의 흔적은 관심사가 바뀌면서 자연스레 교체되기에 따로 정리를 하지는 않았었다. 그러나 몇 년간 지속된 덕질은 너무나 확고하게 자리를 잡아서 앞으로를 위해 비웠다. 지우면서도 계속 생각했다. 지금 이 순간을 후회하게 될까 두려웠다. 물론 아직까지 그런 일은 없었다. 그저 비운 자리에 들어선 또 다른 누군가를 위해 다시금 채우고 있을 뿐이다.


덕질을 그만둔다는 뜻으로 말하는 탈덕에는 정말 많은 이유가 존재하고, 그중 좋지 못한 이유도 있다. 나의 경우는 그저 나의 변화만이 탈덕의 이유라는 점에서 나름 깔끔한 이별일지도 모른다. 그저 판단의 주체가 나 혼자이기에 그 과정이 조금 지저분했을 뿐이다. 이별이 좋기만 할 수 있을까. 내가 사랑했던 그 순간에 매달리고, 결국은 뒤로한 채 떠나오며 든 생각은 정말 많이 좋아했구나라는 감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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