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대학을 선택하는 것일까

대학이 나를 선택하는 것에 가깝겠지

by 민이

대학을 확정 지어야 할 순간이 찾아온다. 내가 갈 수 있을지조차 모르겠지만, 가장 최근의 정보들을 담임선생님을 통해 공유받으며 대충의 확률을 알아두고는 선정한다. 확률에 따라 상향, 적정, 하향이 정해지고 6개의 수시원서를 어떻게 채울지도 생각해야 한다. 보통은 어땠을지 모르겠지만, 나는 하향 없이 상향도 아주 아주 상향으로 몇 개를 채웠다. 대학에 붙음에 정말 감사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었다.


2학기에 들어서며 담임선생남과의 일대일 상담시간이 잡히고, 대체로 이때 내가 갈 수 있는 대학들의 목록을 보다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내신이야 알고 있었고 생기부는 평범하다 생각했으나, 인서울의 그 명성에 난 어떤 대학에 갈 수 있을지 예상도 하지 않은 상태였다. 모니터 화면에 나타난 프로그램에 나의 내신과 지망 학과를 입력하고 지역을 선택하니 놀라게도 갈 수 있는 대학이 있었다. 자그마치 그 인서울에 있었다. 그래서 나는 기뻤다. 나의 고등학생 생활이 꽤 괜찮았다고 말해주는 듯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나온 목록을 인쇄받고, 선생님의 설명을 이어 들었다. 갈 수 있는 대학들의 확률을 안내받았다. 여기는 어렵고 저기는 아마도 붙을 수 있었으며 또 다른 저기는 무조건 붙을 곳이었다. 그런 말들을 들으며 내가 한 생각은 단 하나였다. 무조건 붙을 저곳은 무조건 써야겠다. 재수하기는 싫었으므로, 나에게 그럴 용기와 의지와 노력이 부족했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으므로 그런 선택을 했다.


이 목록은 부모님과 상의해 보라는 권유에 맞춰 집으로 오게 되었다. 사실상 그때, 나의 수시 6장은 내 손을 떠났다.


다른 가정은 어땠을지 몰라도 우리 집은 나보다 부모님께서 더 대학에 열정적이셨다. 나야 어디든 내가 가고 싶은 학과에 가서 배우고 싶은 걸 배울 수만 있다면 그만이었지만, 부모님께서는 그렇지 않으셨다. 대학에 관심 없는 고3을 대신하여 더 많이 알아보셨고 더 많은 관심을 가지셨다. 그러니 수시 지원 대학을 정하는 것도 내가 아닌 것이 당연했을지도 모르겠다.


그 과정에서 약간의 갈등이 있긴 했다. 부모님 깨서는 1퍼센트의 확률도 그 가능성을 보고 지원하려 하셨지만, 100퍼센트의 확률은 원하지 않으셨다. 내가 원했던 건 그 무조건의 대학이었으나, 그 대학의 사회적 위치를 아시는 부모님은 원치 않으셨다. 대학에 붙어도 보내주지 않으실 판이니 나야 할 말이 없었고, 그 하향의 대학 없이 적정의 대학들에서 모조리 불합격을 받으며 재수를 생각한 건 조금 나중의 일이었다.


애초 내게 주어진 대학의 목록은 가능성이라도 있는 편이었는데, 그 가능성조차 확실하지 않은 게 현실이었다. 확률의 계산은 작년을 기반으로 하는데, 그 1년의 차이도 무시할 수 없었다. 그럼 애도 대학을 정하며 왜 그 수준이 나뉘는지, 모두가 인서울을 하는 것도 아니던데 왜 나는 그중에서도 또 낮은 대학을 구분해 선택지에서 지워야 하는 건지 이해할 수 없었던 나날이었다.


5개의 수시 대학이 정해지고, 마지막 한 자리를 두고 부모님은 두 개의 대학에서 고민 중이시라며 내게 의견을 물으셨다. 나는 나름의 이유를 고민해 정했다. 그리고 그 대학이 나를 선택했다. 내가 골랐다고 말이라도 할 수 있는 대학을 제외하고 나머지 5개의 대학은 전부 떨어졌다. 자업자득이기도 했고, 운명을 믿고 싶어지기도 했다. 마지막 발표였던 대학이었기에 다행이라는 생각이 가장 우선 들었지만, 지나고 보니 정말 내가 골랐기에 붙은 게 아닌가 하는 지극히 음모론적인 생각이 든다.


어찌 되었든 붙었으니 된 거다. 면접까지는 볼 거라던 대학의 1차를 떨어졌지만, 최근 대입 결과로 내가 붙은 확률이 0에 수렴하는 그런 대학을 두 개나 적었지만, 학과의 특성상 입결은 낮아도 5순위에 두었던 그 대학도 예비를 받았지만, 마지막 순간에 최초합을 한 그런 대학이 있으니 된 거다. 이미 나에겐 지난 일이고, 그저 그 순간에 겪을 수 있었던 해프닝이었다. 적어도 나는 정말 만족스럽다. 내가 대학에 붙었다니! 내가 선택한 그 여섯 개의 대학 중 하나의 대학이 나를 선택해 주었음 애 감격하던 나날이었다.

금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