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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니미니민 Sep 08. 2016

케케묵은 기억서랍 속 '불쾌한' 기억

당신이 소름끼치도록 싫습니다 _1/3

싸움을 걸어왔다!

처음부터 너무 강한 상대를 만났다.

처음 팀에서 다방면에서 완전체 상사를 만났고, 이에 따른 스트레스는 현재진행형이다.

지금은 다행히,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팀장과 함께 정말로 좋은 팀사람들을 만나서 직장생활에 숨통이 트이긴 했지만, 계속해서 필자의 정신건강에 도움을 주는 완전체 상사에 대해 에피소드를 나눠서 소개해보고자 한다.

※ 부글부글 주의


#1 반전매력

처음 직장에 들어왔을 때, 정말 믿음직한 선배가 다양한 수식어로 완전체 상사에 대한 칭찬을 했었다. 필자가 속한 본부 내에 가장 합리적이고 가장 이성적인, 본받고 싶은 사람이라며 잘 모시라고 신신당부를 들었다. 난 나를 믿었던 만큼 난 그 선배도 믿었기에, 난 아무 거부감없이 그 상사를 잘 받잡자고 생각을 했고.. 심지어 처음엔 정말 똑똑하고 생각이 많아보였다.

하지만, 그는 첫인상과는 전혀 달리 '꼰대 of 꼰대'였고, 언행불일치가 심한 대표적인 사람이었다. 정말 귀여운 수준의 언행 불일치로 '본인은 1년에 노래방을 2번만 가는 사람이다.' 라며 본인이 노래방을 같이 온 데에 기뻐하고 경외하라며 그랬지만, 실상은 주마다 최소 2번씩은 (1년에 도합 100번 정도가 되겠다.) 가는 노래방 매니아였다. 그런 노래방 매니아는 절대 곱게 노래만 부르는 일 없는 거, 모두가 다 알테다...^^...

제발 본인만 즐거우니 곱게 집 좀 들어가세요

심지어 본인은 평등주의자, 박애주의자임을 강조했지만 술자리에 오래 있는 순서대로 부하직원을 (유치한 방식으로) 차별을 했다. 술자리에서 부하직원이 1차만 하고 집에 가는 경우 다음 날 출근 인사를 받아주지 않고 할 말이 있어도 본인이 화난 것을 표현하기 위해 직접 말을 하기 보다 부하직원을 시켜 말을 전달하게 했다.

아직까지 그 일 잘한다는 선배가 왜 그 상사를 두고 '정말 닮고 싶은 선배, 합리적인 선배'로 표현했는지 모르겠다.


#2비효율의 끝판왕

일 하는 것도 엉망이었다. 한 날은 신입들을 시켜 외국에 보낼 official letter를 보내라고 했고, 본인은 외국 경험이 많은 (나는 외국에 한 달 이상을 나가 살아본 적이 없는 토종 한국인이다) 신입들보다 조금 영어를 못하니 (실상은 까막눈 수준으로 못하니) 영문 서신을 한글로 번역해서 첨부해달라고 지시했다.

영문 서신을 가이드라인에 맞게 적고, 한글 번역본을 함께 줬더니 가관이었다. 내가 상대할 만한 완전체가 아니었다.

무려 '~ 것을 정중히 요청 드립니다' 라는 내 한글 번역본에 빨간 글자로 강조해서 한글로 다음과 같이 고치라고 코멘트를 달았다. '~ 하는 것을 정중히 요청 드립니다.' 라고. 결국 어안이 벙벙해져 본문 수정을 하지 않고 한글 문구만 고쳐서 다시 보냈고, 컨펌이 내려왔다.

추후 답신이 오지 않는, 똑같은 외국 클라이언트에게 official letter를 본인이 한글문을 적는 그대로 옮겨서 번역을 하라는 지시가 내려왔고, 한글문은 유려한 수사어와, 일본식 번역투 투성이의, 알맹이 없는 글이었다. 결국 본인 실적 욕심 때문에 맥락 없고 외국 클라이언트의 니즈도 파악 못한 채 끈질기게 메일을 보내라고 업무를 지시한 결과는 이었다. 그 외국 클라이언트는 한국 협력사를 통해 한국에 예산을 앞으로 쓸 일이 없으니, 제발 메일을 그만 보내라고 유선과 메일로 공식적인 요청을 보내왔다. 그러나, 완전체는 아직까지 본인의 전략이 안 먹힌 이유를 단지 외국사와 한국의 문화 차이로 돌리고 있다. (심지어 외국사 사명도 항상 스펠링을 틀린 채 내게 회신을 보냈으면서)


#3 근무 시간에 동에 번쩍, 서에 번쩍

근무시간엔 근무를 좀 하세요... (출처 : 9gag)

내가 만난 완전체는 점심엔 별 일이 없는 한, 항상 낮술을 했다. (읭?)

심지어 주니어끼리 점심약속이 있다고 하면 본인이 그 자리에 껴서 빠가사리 매운탕 같은 메뉴를 먹자 하고, 소주를 본인은 꼭 1병 이상을 먹었다. (술 먹는 점심이 하기 싫어 여기저기 점심약속을 만들어 다니니까, 이제는 자기 탁상용 캘린더에 팀원 점심/저녁 약속을 한 달치 모두 적으라고 하더라. 그래서 팀장 약속 없는 날만 점심약속/저녁약속을 따로 잡았다) 그러고는 뭐가 그리 자랑인지 2-4시까진 주로 사무실에 없었고, 4시에 시뻘개진 얼굴과 풀린 눈으로 사무실에 술냄새 폴폴 풍기며 앉아있었다. 그래도 영업 직군이라 낮술에 조금 관대한 분위기가 있었는데, 본부 사람들 모두 내가 속했던 팀의 상사는 도가 지나치다는 식으로 뒷얘기가 오갔다.

심지어 본부장 보고가 급하게 생겼는데, 술 깬다며 사우나에 있다가 급하게 연락 받고 와서 시뻘개진 얼굴과 풀린눈으로, 술냄새를 향수삼아 보고를 했다. 그 모습에 회사를 부정적으로 보기 시작했다.


다행히 지금은 같은 팀이 아니라, 이런 모습을 볼 일이 없다. 게다가 적지는 않았지만, 술자리에서 꼭 술잔을 돌려야 적성이 풀린다든가 (본인 잔 닦아 받는 건 얹짢고, 본인이 받을 잔을 닦아서 안 주면 화낸다든가) 회의 시간에 저보다 높은 직급의 사람이 배석하더라도 (본인보다 아랫사람만 있는 회의는 두말 할 것도 없고) 본인에 대한 자부심이 넘쳐 의자를 침대 삼아 거의 누운 채로 앉아있다든가 하는 모습이 너무나도 끔찍하게 싫었다. 일이라도 잘했으면 '그래서 조직에 남아있는가보다' 하겠는데 그리 똑똑하고, 트렌드에 밝아보이지도 않았고.

그런데 이 에피소드만으로 '소름끼치게' 싫다는 표현을 하긴 힘들다. 직장 내 성추행에 관해 글을 쓰게 만든 장본인인 만큼 이 글은 단지 귀여운 아빠뻘 아저씨의 세대 부적응기로 보이게 만드는, 소름끼치는 에피소드들이 더 있다는 것을.


아직도 이런 사람이 현 시대에 현존해 있으니, 젊은이여 고학번 화석이라고 놀림을 받아도, '슴꺾' 이란 표현을 들어도 절대 고개 숙이지 말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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