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 series ep 9.

단어선택, <아니 근데 있잖아>

by Minimi

사춘기 아이들의 대화 속에 흔한 풍경

상황1. 문 열고 들어오는 아이에게 엄마가 묻는다. "잘 다녀왔어?", 아이는 대답한다. "엄마 오늘 어쩌구~". 엄마는 대답한다. "그랬어? 근데 그거는~ (아이의 말을 판단하여, 요약 정리한다)". 그리고 아이는 대답한다. "(큰 목소리로) 아니!!!!!!!!!근데!!!!!!!!!!"

상황2. 친구들끼리 얘기한다. "야 있잖아 어쩌구저쩌구~", "아 근데", "아니!!!!!!!!!!!!"

상황3. 나는 기분이 좋지 않아서 마라탕을 먹고싶다. 그런데 엄마가 짜파게티를 끓여줬다. "아니 엄마!!!!!!!!"

상황4.5.6.7. 비슷한 상황 속에 그 다음에 애들이 뱉는 말은 다음과 같다. "아니 근데~ 있잖아"

"아니, 근데, 있잖아"가 주는 감정은 "부정"이다.

현대인들이 이걸 안쓰고 대화할 수가 없다.

그럼 이걸 안쓰려면 어떤 대화를 할 수 있을까. 또 다른 부정을 하게 된다.

그렇다면 우리의 기저에는 왜 <부정>이라는 선택을 하게 되는가.

결국 <이해받지 못함>이 있어서, 또 다시 나를 부정하고 있는 것이다.

즉, 나와 너는, 나와 엄마는, 나와 애인은, 나와 친구는, 나와 동료는 <내 편> 혹은 <동질감> 을 선택해 줄 줄 알았는데. 그 기대가 와르르 무너져 버리는 것이다.

나는 이해받고 싶은 것 뿐인데 왜 자꾸 부정과 더불어 설명을 하고 있는 선택을 하게 되는가.

그럼 우리는 그 반대의 선택이 아니라, 왜? 라는 물음표를 찍어본다.

나는 내 친구에게서 그 해법을 배워봤다.

승무원을 직업으로 하는 친구가 자신의 어려움을 털어놓은 적이 있다.

벌써 15년 전인데도 불구하고 그 장면이 너무 분개하여 나는 부들부들했다.

그래서그래서? 그래서 너는 어떻게 했어?라는 말을 하고 나니 나는 내 친구의 대응에 대한 긍/부정을 선택한 것이다.

친구는 차분한 말로 그랬다. 우리는 우리만의 메뉴얼이 있어. 그래서 그렇게 대처했어. 라고 차분히 말했다.

시간이 지난 후 그녀의 감정은 자신에게 사실 흡수되지 않은 채 흘러가게 두는 선택을 하게 되었다.

나는 아직도 그 메뉴얼에 따른 대처방안에 대한 선택을 존중하고 존경한다. 그리고 아니 근데를 거의 쓰지 않고 있다.

**아이디 카드에 걸린 볼펜을 함부로 뽑아 자신의 카드를 기록하는데 있어, 친구의 신체에 접촉하게 된 일이었다. 그 일에 따라 친구는 메뉴얼을 보며 "손님, 이 내용 한번 읽어봐주시곘습니까?"

그 선택은 아니, 근데 라는 손님의 대꾸를 들을 필요도 들을 이유도 없이 지나가고, 조용히 그의 실수가 잘못되었음을 인지하게하고 서로 얼굴을 붉히지 않을 수 있었다.

아이들이, 주변사람들이 "아니~ 근데!!" 라는 언성이 높아질 때 나는 차분하게

맞아, 그럤구나 라는 말도 쓰지만 눈을 맞추고 끝까지 듣는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아니 근데, 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는 선택을 한 것이다.

그리고 "내 말이~" 라는 말을 하곤 한다. 이는 아니 근데, 라며 너의 감정을 똑같이 내 말로 되짚지 않는 것이다.

그랬을 때 상대는 아니~ 근데 라는 말을 덧붙이지 않고 자신의 감정을 추스릴 수 있고

나에게는 그 부정적이고 불쾌한 감정이 오지 않는다.

승무원들이 유독 예쁜 미소를 가진 이유, 선호도가 높은 이유는(직업적으로 힘듦을 배제하고)

부정어 사용의 선택을 적게하는 지혜가 있음을 깨달은 날이었다.

작가의 이전글선택 series ep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