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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nimize Impact May 31. 2020

[에세이] 내가 내 글이 싫을 때

내 태도를 똑바로 정비하려고 시작한 글쓰기인데,
어쩌다보니 사명감이 앞서는
글들을 쓰고 있는 게 아닐까 생각했다.

그래서 요즘들어 글쓰기가 재미없게 느껴졌다.
글은 있는데 내 얘기가 없는 느낌이다.

나이가 들수록 취향이 완고해지고,
내가 듣고 싶은 정보, 어울리고 싶은 사람들과의 이야기만
선취하다보니 늘 그 얘기가 그 얘기같은
말들을 재생산해내고 있는 건 아닐지,
세상에 너무 순진한 이야기만 쏟아내고 있는 건 아닐지.

그래서 요즘엔 전혀 다른 세상 속에 살고 있는
사람들 이야기도 보고,
내 것이 아니라 느꼈던 영역의 정보들도
이리저리 둘러봤다.

그럴수록 마음은 혼탁해지고, 조급해지고,
내가 바보같이 느껴지기도 했다.

세상적인 관점에서
승자의 얼굴을 한 사람들이 쏟아내는 언어가
나를 생산적인 인간으로는 만들지언정,
‘추락할 것이 두려워 경직’되게 만들었던 것 같다.

백 명이 있다면, 좋은 삶의 기준도 백 개라는 말 대신,
어서 빨리 자신의 대열에 합류하라고 하는 성취한 자들의
언어가 귓가에서 시끄럽게 요동쳤다.

내 글에서 유체이탈하려다가 아예 이탈될 뻔 했달까?

마음이 답답하여 오랜만에 선배한테 전화를 했는데,
그럴 수록 누군가를 변화시키려는 글쓰기보다
나한테 솔직한 이야기를 쓰라고 했다.

그리고 내가 써왔던 또는 쓰는 글이 싫어졌다는 건,
그때의 내가 틀려서가 아니라
지금이 변해야 할 시점이기 때문이라고.
그건 성장했다는 것도 아니고 그저 변화이고,
그때가 틀렸고 지금이 맞는 것도 아니라고 했다.

간만에 체기를 주지 않는 대화다.
내가 듣기 편한 이야기라서가 아니라,
해답이나 결론을 알려주는 게 아니라
질문를 주는 대화라서 더더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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